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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제주도, 거욱대를 쌓을 때 주걱을 묻어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144]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제주시 내도동은 반질반질하고 색이 다양한 조약돌로 이루어진 바닷가(알작지) 마을입니다. 이 마을에는 돌로 탑을 쌓아 큰 재앙을 막을 수 있다고 믿는 “거욱대[방사탑-防邪塔]”가 있는데 사람 키보다 높은 크기로 돌탑을 쌓아 올린 곳에 언뜻 보면 남성의 상징물 같은 뾰족탑이 서 있습니다. 내도동 거욱대는 제주시 유형문화재 제4호로 지정되어 있는데 이 밖에도 제주시 이호동, 북제주군 한경면 용수리, 남제주군 대정읍 무릉리 등에 38기의 거욱대가 남아 있으며, 그 가운데 17기가 민속자료로 지정되었습니다.

 

 

이 거욱대는 마을 어느 한 방향으로 불길한 징조가 비치거나, 풍수지리설에 따라 기운이 허하다고 생각되는 곳에 액운을 막으려고 세웠는데 거기에 더하여 마을의 안녕을 지키며 전염병과 화재 예방, 바닷일에서의 안전과 아이를 잘 낳게 한다는 속설까지 섞여 있어 섬지방인 제주의 고유신앙을 엿볼 수 있습니다. 거욱대는 마을에 따라 까마귀ㆍ극대ㆍ거왁ㆍ가매기동산ㆍ거웍ㆍ가막동산ㆍ액탑ㆍ매조자귀 따위로도 불린다고 하지요.

 

거욱대를 만들 때는 우선 큰 돌로 밑단을 둥글게 만든 뒤 그 안에 잔돌을 채우는데 속에 밥주걱이나 솥을 묻은 후 그 위에 사람의 키보다 높게 원통 모양으로 쌓게 됩니다. 이때 밥주걱을 묻는 까닭은 솥에서 밥을 긁어 담듯이 마을 밖의 재물을 마을 안으로 담아 들이라는 뜻이며, 솥을 묻는 것은 불도 끄떡없이 이겨내는 솥처럼 마을의 액운을 막아 달라는 뜻에서 나온 속신이지요. 이 거욱대는 뭍(육지)의 솟대 또는 벅수와 비슷한 구실을 합니다. 이러한 거욱대를 길 가다 만나면 그냥 지나치기보다는 가만히 귀 기울여 옛사람들의 숨결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