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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휘모리잡가 예능보유자 박상옥의 장기타령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433]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뒷산타령과 그 뒤로 이어지는 자진산타령 이야기였는데, 앞산타령이 길게 뻗는 비교적 곧은 소리라면 뒷산타령은 다양한 시김새를 구사해서 맛깔스럽게 부르는 노래로 슬픈 느낌과 염불조의 느낌이 있다는 점, 뒷산타령의 도입부를 독창자가 낮은 음으로 내면, 제창자들은 7도 위로 받는 점이 특이하다는 점, 뒷산타령도 <메기고 받는 형식>인데, 받는 후렴구는 서로 다르다는 점을 얘기했다.

 

또 잦은산타령은 만(慢)-중(中)-삭(數) 중에서 삭에 해당되는 노래라는 뜻, 사설 내용도 다양한 편이어서 명산의 경개와 함께 춘향가나 심청가, 공명가나 초한가에 나오는 가사의 일부를 인용하여 쓰고 있다는 점, 산타령은 정가(正歌)나 무악(巫樂), 잡가(雜歌)나 민요가락과도 또 다른 독창적인 창법으로 대중들이 즐기는 소리란 점, 특히, 높고 시원한 목청과 다양한 발림, 그리고 장단형으로 대중을 동화(同和)시켜 온 대중의 독특한 소리란 점을 이야기 하였다.

 

이번 주에는 지난번에 무계원 특별 공연에 초대되어 박상옥 명창이 불러준 장기타령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간다.

 

 

그는 현재 서울시 무형문화재 휘모리잡가의 예능보유자로 동 종목의 전승에 심혈을 기우리고 있는 소리꾼이다. 휘모리 잡가의 전승과 함께 무대나 방송활동, 각종 경연대회의 심사 활동으로 바쁘게 보내고 있으면서도 항상 휘모리잡가의 확산 운동을 위해 고민하고 있다.

 

이 날 초대된 박 명창은 그의 제자들과 함께 경기지방의 다양한 소리들을 불러 주었다. 특별히 고마운 것은 단순히 목으로 소리만을 내서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소도구까지 준비해서 실연을 해 주어 감상자들을 매료시킨 것이다.

 

가령, 상여소리나 지경다지기 소리 등은 선소리꾼이 소리를 메기게 되면 반드시 후렴구를 여러 사람이 받아야 되는데, 그 현장감을 잃지 않으려면 여러 명의 제자들을 대동하고 와서 모조품의 소도구인 상여나 지경돌을 들고 내리며 실연을 해야 된다고 주장하며 실제로 그렇게 실연을 하는 것이다. 철두철미한 예술가적 주장이나 정신이 고맙기는 하나, 받는 쪽에서는 미안한 마음이 앞서게 마련이다.

 

박상옥 명창은 원래 어려서부터 지역의 농요라든가, 상여소리, 일반 민요창 등을 동네 어른들로부터 자연스럽게 배운 소리꾼이다. 그가 불러주는 상여소리는 말 그대로 듣는 이의 심금을 울려주기에 충분하다. 목소리의 힘이 실려있고, 음색도 강렬하며 강약의 조절이 자연스럽기에 그렇다.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익힌 가락 위에 벽파 이창배 스승으로부터 선소리나 긴잡가, 휘모리잡가 등을 배워 익혔기에 그의 소리는 남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그의 소리를 듣고 있으면 속이 시원하고 통쾌하다.

 

당일 그가 부른 첫 곡은 <장기(將棋)타령>이었다. 장기는 두 사람이 각각 한(漢)과 초(楚)의 16개의 나무 말을 가지고 승부를 겨루는 놀이인데, 전체가 장기와 관련된 가사로 짜여 있는 것은 아니고, 서로 내용이 다른 가사 5절로 구성되어 있다. 가사가 각기 다른 것처럼 가락도 반복이 아니라 다르게 진행되는데, 장단이 경쾌하고 가락도 재미있어 널리 불리고 있는 노래이다. 특히 소고를 들고 여럿이 발림을 하며 제창을 하면, 재미있고 경쾌한 노래이다.

 

장기타령의 1절 가사는 이렇게 시작된다. “날아든다 떠든다, 오호(五湖)로 날아든다. 범려(范蠡)는 간 곳 없고, 백빈주 갈매기는 홍요안으로 날아들고, 한산사 찬바람에 객선이 두둥둥 에화 날아 지화자 에-<후렴>-아하 에-에 에헤헤 에헤요 아하야 아하아 얼삼마 두둥둥 내 사랑이로다 에-”

 

위의 가사내용 가운데 ‘오호’는 중국 양자강 하류의 큰 호수 5곳이고, ‘범려’는 오나라를 친 월나라의 공신 이름이며, ‘백빈주(白蘋洲) 갈매기는 홍요안(紅蓼岸)으로 날아들고’는 심청가 범피중류에도 나오는 지역이름으로 섬과 언덕 등 경관 좋은 곳을 가리키는 말이다.

 

2절의 노랫말이 재미있다. “계명산 내린 줄기, 학(鶴)의 등에 터를 닦아, 앞으로 열두 간, 뒤로 열두 간, 이십사간(二十四間)을 지어 놓고, 이집 진 지 삼년 만에 고사(告祀) 한 번을 잘 지냈더니, 아들을 낳으면 효자 낳고, 딸을 낳으면 효녀로다. 며느리 얻으면 열녀(烈女) 얻고, 말을 놓으면 용마(龍馬)되고, 소를 놓으면 약대(駱駄)로다. 닭을 놓으면 봉(鳳)이 되고, 개를 놓으면 청삽사리 네 눈백이 안마당에 곤드러졌다. 낯선 사람 오게 되면 커겅껑 짖는 소리, 지전(紙錢) 깔죽이 물밀 듯 하노라. 에-<후렴>- 니나나 에- 니나나 니나나 니나나 니나나 널 너리고 나리소사 에-”

 

 

장기타령의 노랫말, 다섯 마루는 각각 내용이 달라서 서로 관계가 없는 내용이다. 이 곡의 제목이 장기타령이라고 부른 것은 제5절의 내용이 장기와 일치하기 때문에 붙여졌다고 하겠다. 5절의 가사내용이다.

 

“만첩청산 쑥 들어가서 호양목 한 가지 찍었구나. 서른두 짝 장기 한 판 두어 보자. 한수한자(漢水漢字) 유황숙(劉皇叔)이요, 초(楚)나라 초자 조맹덕(曹孟德)이라. 이 차(車), 저 차 관운장이요, 이포(包) 저 포 여포로다. 코끼리 상(象)자 조자룡이요, 말 마(馬)자 마초로다. 양사로 모사를 삼고, 오졸로 군졸을 삼아 양진(兩陣)이 상접하니 적벽대전이 예로구나. 조조가 대패하여 화용도로 도망을 할 제, 관운장의 후덕으로 조맹덕이 살아만 가노라. 에-

<후렴>-지화자 에-- 지화자 지화자 지화자 지화자 널 너리고 나리소사 에-

 

이 노래는 장단도 빠르고 곡조도 높아서 듣기에 매우 씩씩하며 신이 나는 노래이다. 노래 가사의 해학과 재담, 빠른 장단의 요소로 보면 휘몰이잡가에 포함될 수 도 있겠으나, 좌창이 아닌 입창의 형태여서 휘몰이잡가의 연행과는 다르다는 점이 문제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