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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쿠니 신사의 유래와 현황

일본 군국주의 상징 야스쿠니 신사 1
[맛있는 일본 이야기 504]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벚꽃의 명소로 도쿄 한 복판에 자리한 야스쿠니신사(靖國神社, 이하 ‘야스쿠니’)는 일본 군국주의 상징의 현충시설이다. 이곳에서는 A급 전범(戰犯)뿐 아니라 우익의 원조이자 정한론자(征韓論者)인 요시다쇼인과 이토히로부미를 신으로 모시고 있으며 1910년 9월 15일 한국인에게 치욕스런 한국병합 봉고제(奉告祭)를 올린 곳이다. 야스쿠니에는 일제침략기 징용으로 전쟁터에 강제로 끌려 나가 숨진 한국인 21,000여명과 대만인 등이 합사(合祀)되어 있어 한국을 비롯한 전쟁 피해 당사국으로부터 끊임없는 문제제기를 받고 있는 영령 추도시설이기도 하다.

 

 

야스쿠니는 총면적 93,356㎡(28,289평)로 일본에 있는 수많은 신사(神社)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며 1869년 도쿄초혼사(東京招魂社)로 시작하여 야스쿠니신사(靖國神社)라는 이름으로 바꾼 것은 1879년이다. 이곳에서는 에도막부 말기(1853)부터 명치유신(1868)을 거쳐, 러일전쟁, 중일전쟁, 태평양전쟁 등 일본이 저지른 국내외 전쟁에서 숨진 군인, 군속 등 전사자의 영령을 제사한다. 야스쿠니에는 태평양전쟁 사망자 213만 3,915명, 중일전쟁 19만 1,250명, 러일전쟁 8만 8,429명, 만주침략 1만 7,176명, 청일전쟁 1만 3,619명, 대만출병 1,130명 등 모두 264만 6,584주(柱, 일본에서 신을 세는 단위)의 전사자가 신(神)으로 모셔져있다.

 

 

 

일본의 신사(神社)는 한국의 사당(祠堂)으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지만 한국의 사당과 다른 점은 위패(位牌)가 없다는 점이다. 야스쿠니에는 유골이나 위패는 없으며 군인의 경우에는 소속, 계급, 서훈 등을 영새부(霊璽簿, 예전에는 ‘제신부祭神簿’라 함)에 붓으로 적어두는 것으로 영새부에 이름이 오르면 비로소 인령(人靈)에서 신령(神靈)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렇게 제신(祭神)이 되면 이름 뒤에 남자는 미코토(命), 여자의 경우는 히메미코토(媛命)를 붙여 부른다. 예컨대 해군대장이었던 야마모토 이소로쿠(山本 五十六, 1884-1943)의 경우에는 야마모토 이소로쿠 미코토(山本 五十六命)라고 부르는 것이다.

 

문제는 이곳에 일본군 징용으로 나가 싸우다 죽은 조선인 2만 1,000여 명, 대만인 2만 8,000여 명이 합사(合祀)되어있다는 사실이다. 더군다나 이 영령들은 우리 민족을 괴롭힌 조선군사령관 이다가키 세시로, 조선총독 고이소 구니아키, 미일전쟁의 앞잡이 도조 히데키, 만주전쟁의 총책 도히하라 겐지, 1937년 난징대학살사건의 책임자 히로타 고오키, 마쓰이 이와네, 무토 아키라, 미얀마 사령관 기무라 헤타로 등과 버젓이 한 공간에서 추모되고 있다.

 

이에 한국과 대만 유가족들은 야스쿠니에 무단 합사된 자국민의 <합사 취하>를 요청하고 있지만 야스쿠니 쪽에서는 이를 두고 내정간섭이라고 하면서 “이들은 전쟁 당시 일본인으로 전사했기 때문에 사후에도 일본인이다. 신도(神道)의 신앙상 한번 모신 신은 영원한 신이므로 분리할 수 없다.”는 억지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에 대해 뉴욕대 교수인 사토 고조는 “야스쿠니 문제를 거론하고 있는 외국에 대해 일본이 순수한 국내문제 운운하며 내정간섭이라고 하는 것은 모순이다. 왜냐하면, 제2차 대전 때 전사한 병사를 야스쿠니에서 추모하는 것은 이들에게 현재의 중동 지하드(聖戰, 성전)와 같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야스쿠니신사와 제2차대전은 불가분의 관계임으로 이에 대한 외국의 문제제기를 내정간섭이라고 잘라 말할 수 없다.” 고 했다.

 

그런가하면 일본 리츠메이칸(立命館)대학의 서승 교수는 “야스쿠니문제는 종전의 정교(政敎)분리라는 논점보다도 동아시아의 전쟁, 침략, 식민지지배 피해자의 인격권 침해문제, 종교, 사상의 자유, 평화에 대한 위협이라는 관점에서 다뤄야 한다. 일본은 세계 여러 나라 가운데서 가장 비정상적인 나라다. 이른바 문명국을 자처하는 나라가 일찍이 저지른 국가범죄와 국가지휘로 일어난 잘못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것은 세계사적으로 그 유례가 없다.”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