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海禁開時國已愚(해금개시국이우) 바다 금지를 풀었을 때 나라 이미 어리석었으니
空聞關稅較錙銖(공문관세교치수) 부질없이 관세를 약간 붙인다고 들었네
漆箱磁盌知安用(칠상자완지안용) 옻 상자와 자기 사발을 어디에 쓸 것인지?
擲盡東南萬斛珠(척진동남만곡주) 동남쪽으로 만곡의 구슬을 다 던지는구나
이 시는 일제에 의해 나라를 빼앗기자 자결로써 항거했던 우국지사 매천 황현이 쓴 <발학포 지당산진(發鶴浦 至糖山津)>이란 한시입니다. 황현은 “문호 개방을 금지했던 바닷길을 개방하여 불평등 조약으로 외세가 들어오게 되었으니, 나라의 정책이 어리석었다.”고 말합니다. 또 “외국상품에 관세를 붙인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옻 상자와 자기 사발과 같은 사치품을 어디에 쓸 것인가? 사치품에 대한 댓가로 만곡의 구슬 같은 곡식을 다 던져 주다니.”라고 개탄하지요.
그렇다고 황현이 개화를 반대하여 무조건 “위정척사(衛正斥邪, 조선 말기 유학자들이 개화를 반대했던 사상)”를 고집했던 것은 아닙니다. 그는 개화를 ‘개물화민(開物化民)’ 곧 물질문명의 발전이며 풍속과 제도의 변화를 뜻하는 것으로 보았던 것입니다. 매천 황현은 1910년 8월 일제가 강제로 나라를 빼앗자 통분해 절명시 4수를 남기고 자결하였습니다. 저서로는 《매천집》ㆍ《매천시집》ㆍ《매천야록(梅泉野錄)》ㆍ《오하기문(梧下記聞)》ㆍ《동비기략(東匪紀略)》 따위를 펴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