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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민족

영등포 평화의 소녀상, 서울시 자치구 18번째로 세워

서있는 소녀상, 인권ㆍ평화운동가로 거듭나신 할머니들의 당당한 삶을 표현

[우리문화신문= 이윤옥 기자] 어제(9일) 한글날 아침 10시 30분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앞 공터에서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이 열렸다. 이곳은 일제강점기 경성방직이 있던 곳으로 어린 소녀들이 여공으로 노동력을 착취당하던 곳이라 더욱 뜻깊은 자리다. 제막식은 화창한 가을 날씨 속에 영등포 평화의 소녀상 건립시민추진위원회 집행위원장 최문원 씨의 사회로 두 시간 동안 이어졌다.

 

 

영등포 평화의 소녀상은 1,762명의 시민과 94개의 시민사회단체가 하나되어 이뤄낸 결실이었다. 특히 영등포 평화의 소녀상은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18번째로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다른 소녀상보다 더욱 값진 것은 서울시 자치구 가운데 영등포구 의회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념사업 지원 조례를 처음 가결시켰다는 점이다.

 

어제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에는 시민추진위원회 관계자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 윤준용 영등포구의회 의장, 신경민ㆍ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과 함께 동상 제막에 함께 한 수많은 시민, 학생들이 모여 축하했다.

 

제막식은 먼저 영등포평화의소녀상 건립 시민추진위원회 공동대표단이 시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그들은 영등포 평화의 소녀상 건립운동을 계기로 영등포 시민사회가 함께 힘을 모으면 불가능도 가능으로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며, 소녀상 건립운동에 사람들을 함께 모으고 어려운 시기마다 가야만 하는 길을 함께 만들어간 사람들이었다.

 

 

 

공동대표단이 인사한 뒤 영등포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지역사회에 가장 먼저 제안하고 열정과 헌신으로 이날 동상 제막을 이끌어낸 배기남 시민추진위원회 상임대표는 기념사에서 “시민의 힘으로 세운 평화의 소녀상은 단순한 동상이 아니다. 이는 준엄한 역사의 기록이며 위대한 시민들의 의지를 모은 것이다. 오늘 동상 제막식을 갖지만 이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다함께 평화의 소녀상이 지향하는 미래로 걸어 나가자.”고 했다.

 

이어 채현일 영등포구청장, 윤준용 영등포구의회 의장, 김영주 영등포갑 국회의원, 신경민 영등포을 국회의원의 축사가 이어졌으며 이들은 한 목소리로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은 조형물을 세운 것에 마침표를 찍는 것이 아니라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통해 피해 여성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인권과 평화의 가치가 존중받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 가는 데 의미가 있다.” 고 했다.

 

이어  건립시민추진위원회 최문원 집행위원장은 영등포소녀상이 세워지기까지의 경과보고를 하면서 "영등포 평화의 소녀상은 이렇듯 세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우리 시민들과 행정 그리고 지역 정치권이 함께 만들어낸 우리들의 자랑스러운 기념이자 상징입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리고는 소녀상 제막식이 열렸다.  소녀상을 가렸던  하얀 천이 벗겨지자 영등포구민들의 염원이 이루어낸 영등포소녀상은 거기  우뚝 서 있다. 이에 참석자들은 “함께 평화”를 오치면서 각자 들고 있던 나비와 바람개비를 힘차게 흔들며 환호했다.  모두가 하나 되는순간이었다.

 

 

 

 

제막식이 끝난 다음 소녀상 제작자 손권일 작가가 나서서 영등포소녀상에 담긴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다른 소녀상들과는 달리 영등포소녀상은 서있는 모습이다. 이는 소극적인 피해자로써의 모습을 극복하고 인권ㆍ평화운동가로 거듭나 평생을 헌신하신 할머니들의 숭고하면서도 당당한 삶을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손을 내민 것은 연대를 상징하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를 함께 해결하자는 뜻을 담았다. 한편 왼손 위에 나비를 표현한 것은 먼저 하늘나라에 가신 위안부 할머님의 넋을 위로하고 다시 태어나 한 풀기를 염원하며 그들의 인권ㆍ평화 정신을 잊지 말자는 의미를 담았다.”라며 스스로 감격해 했다.

 

제막식이 끝난 뒤 영등포 평화의 소녀상 홍보대사이자 플루트 천사 변미솔 양의 공연과 청소년 오케스트라 울림의 축하공연이 이어졌다. 그리고 참석자 모두 '아리랑'과 '우리의 소원' 노래를 함께 부르며, 벅찬 감격으로  행사를 마감했다.  

 

 

 

어제 세운 평화의 소녀상은 지난해 4월 영등포 지역 내 시민사회단체들의 연대모임인 영등포 목요밥상모임에서 건립 제안이 나왔고 당시 6개 단체가 모여 준비위원회를 꾸린 이후 5월부터 시민추진위원 모집과 건립기금 마련이 이어졌다. 활동 4달여 만에 500여명의 추진위원을 모집한 이래 2019년 1월 15일 발족식에 이어 영등포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향한 본격적인 출발을 했다.

 

그러나 오로지 시민들의 힘으로 소녀상을 세우겠다는 계획은 쉽지 않았고, 지지부진한 모습으로 힘이 빠기도 했다. 하지만 이때 관내 여의도중학교와 당산중학교, 선유중학교를 비롯한 학생, 청소년들이 큰 힘을 실어 주었다. 또한 평화의 소녀상을 세울 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영등포구청에서는 타임스퀘어 앞 터를 제공하여 영등포 평화의 소녀상 건립이 가능하게 되었다.

 

제막식에 참석한 영등포 평화의 소녀상 시민추진위원회 자문위원 강정숙 박사는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시민의 힘으로 소녀상 동상 제막을 하게 되어 가슴 뭉클하다. 특히 영등포구청과 의회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서울시 자치구 가운데 최초로 ‘평화의 소녀상’에 관한 조례 제정을 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다.”고 했다.

 

 

 

한편, 영등포 평화의 소녀상 기금 모금에 동참한 여의도중학교 3학년 홍서현, 이서현 학생 대표는 “평화의 소녀상 동상 기금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들도 작은 힘을 보태야한다는 생각에서 전교생을 대상으로 기금을 모았습니다. 친구들이 흔쾌히 주머니를 털어 평화의 소녀상 기금 모금에 힘을 실어주어 기쁩니다.” 고 했다.

 

인류의 동상의 역사는 길다. 동상을 세우는 목적은 여러 가지 일 것이다. 하지만 치욕의 일제침략의 역사를 겪은 우리에게 그 어떤 동상보다도 ‘평화의 소녀상’은 남다르다. 큰 틀에서 보면 평화를 지향하는 우리민족을 침략하여 식민지로 전락케 한 일제에 대한 항거이며, 다른 한편에서는 일본군의 성노예로 평생 씻을 수 없는 치욕을 멍에처럼 짊어지고 살아가는 피해 여성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그들의 인권과 평화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다짐의 의미이기도 하다.

 

영등포 평화의 소녀상이 흰 천을 벗고 시민들의 뜨거운 손뼉 속에 우뚝 섰다. 동시에 제막식에 참여한 시민들이 손에 들었던 노랑나비도 한껏 춤을 추었다. 위대한 시민이 만든 또 하나의 소녀상은 38만 영등포 시민의 뜨거운 의지로 그 자리를 굳게 지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