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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오매불망, 자나 깨나 못 잊는다는 말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441]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경기 좌창 가운데 <십장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주에는 춘향이가 세 번째 매질을 당하며 삼(三)자로 시작되는 삼한갑족, 삼강, 삼춘화류승화시, 삼배주, 삼생연분과 같은 말들을 외쳤는데, 이 가운데 삼한갑족(三韓甲族)이란 훌륭한 집안을 뜻한다는 점을 이야기 하였다. 네 번째 매질에는 사(四)자로 시작되는 사면차지(四面次知), 사서삼경, 사시장춘, 사지(四肢) 등이 나오고 있는데, 경기좌창의 십장가나 판소리 사설에 보이는 “사지를 쫙쫙 찢어 사대문으로 걸쳤어도 가망없고 무가내”라고 항변하는 대목이 인상적이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이번 주에는 춘향이가 신임 사또로부터 수청의 요구를 거역한 죄로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일곱 번째의 매질을 당하며 항변하는 이야기로 이어간다.

 

다섯 맞고 하는 말에서는 <오>자로 시작되는 용어들, 곧 오매불망, 오륜, 오날, 오관참장과 같은 말들이 나온다. 이 부분의 노랫말은 “다섯 맞고 하는 말이, 오매불망 우리 낭군, 오륜에도 제일이요. 오날 올까, 내일 올까, 오관참장 관운장같이 날랜 장수, 자룡같이 우리 낭군만 보고 지고.”

 

오매불망(寤寐不忘)에서 오(寤)는 깨어나고, 매(寐)는 잠을 잔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자나 깨나 이 도령을 못 잊는다는 말이다. 오륜(五倫)은 다섯 가지의 인륜이다. 곧 임금과 신하와의 의리, 아버지와 자식의 사랑, 남편과 아내의 분별, 어른과 아이의 차례, 친구간의 믿음 등이다.

 

 

이러한 오륜을 잘 실천하는 가문임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오관참장(五關斬將) 관운장(關雲長)같이 날랜 장수’라는 표현은 관운장이 한때 조조에게 억류되어 있다가 유비에게 돌아오게 되는데, 이 때 관문을 지키던 장수들이 막아서자 차례로 퇴치하고 돌아왔다고 해서 붙여진 표현이다. 이 도령이 어서 와서 자신을 구해주기 바라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이처럼 다섯 번째 매질을 당하는 대목 역시, 고통을 당하면서도 이 도령을 그리워하는 춘향의 마음이 절절히 묘사되고 있다.

 

여섯 번째 매질에는 육국유세, 육례연분, 육진광포, 육리청산 등 다소 어렵고 생소한 말들이 나오고 있다. 이 부분의 노랫말이다. “육국유세 소진이도 날 달래지 못하리니 육례연분 훼절할 제, 육진광포로 질끈 동여 육리청산 버리셔도 육례연분은 못 잊겠소.”

 

위 6과 관련된 표현 중에서 “육국유세(六國遊說) 소진(蘇秦)이도 날 달래지 못하리니”라는 표현은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여섯 나라, 곧 초(楚), 연(燕), 제(齊), 한(韓), 위(魏), 조(趙) 등의 임금을 설득하여 합종(合從)시킬 정도로 언변이 뛰어났던 사람이 있었는데, 그의 이름이 바로 소진이다. 그가 다시 살아나서 춘향을 설득한다고 해도, 이 도령을 그리워하는 춘향의 마음은 변함이 없으니, 결코 나를 달래지 못할 것이라는 자신의 결심이 확실하고 분명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말이다. 육례연분(六禮緣分)이란, 혼인 때에 갖추게 되는 여섯 가지 의식이다.

 

 

일곱 번째 매를 맞고 하는 말은 “칠리청탄 흐르는 물에 풍덩실 넣으셔도 칠월칠석 오작교에 견우직녀 상봉처럼, 우리 낭군만 보고 지고.”다. 위 표현에서 칠리청탄(七里淸灘)이란 7리나 되는 맑고 긴 여울이다. 이러한 물속에 춘향을 내던진다고 해도, 견우성과 직녀성이 만나는 것처럼, 춘향도 이 도령을 만나게 될 것이라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야말로 이 도령을 향한 춘향의 절개나 사랑이 숭고하다는 느낌이 짙다.

 

이상, 경기좌창의 십장가 가운데서 다서, 여석, 일곱 번째의 매질을 당하면서 그 숫자에 따라 적절하게 항변하는 경기좌창의 십장가 이야기를 소개하였다. 이 대목을 판소리 사설로 감상해 보기로 한다. 김세종제 춘향가 중에서 동일 부분이다.

 

“‘오’자 낱을 딱 붙여노니, 오마로 오신 사또, 오륜을 밝히시오. 오매불망 우리 낭군 잊을 가망이 전혀 없소. ‘육’자 낱을 딱 붙여노니, 오장육보가 일반인 듸, 육보로 맺힌 마음, 육시허여도 무가내요. ‘칠’자 낱을 딱 붙여노니, 칠척검 높이 들어 칠대 마두로 동 갈러도 가망없고 안되지요.”

 

짜임새가 매우 간결하다. 오마(五馬)는 말 다섯 마리가 끄는 마차, 오륜(五倫)과 오매불망은 앞의 경기좌창의 예와 동일하다. 오장(五臟)육부(六腑)는 사람의 내장을 이르는 말인데, 육부를 육보라고도 발음한다. 판소리 사설은 소리꾼이 부르는 대로 방언을 기록해 놓기도 하고, 또는 소리꾼마다 조금씩 다르게 부르는 경우가 허다한 편이다.

 

육시(戮屍)라는 표현, 죽은 사람의 목을 다시 베는 잔인한 벌이다. 그리고 칠(七)자 낱에서 칠척검(七尺劍)은 길이가 7척이나 되는 큰 칼, 칠대마두(七臺馬頭)는 마차 7대가 끄는 말머리로, 이를 동강을 낸다고 해도 가망이 없다는 표현은 지아비를 향한 춘향의 완강한 마음 상태를 냉정하게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판소리에서 보이는 칠척검이나 칠대마두는 경기좌창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그 대신 칠리청탄이나 칠월칠석과 같은 노랫말로 고쳐 부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