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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도공이 익살로 빚은 ‘백자철화끈무늬병’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191]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조선 백자에서 병(甁)은 기본적으로 술병입니다. 그 술병 가운데 제사를 지내려는 제주병(祭酒甁)은 아무 무늬도 없는 순백자로 빚었지만 잔치용 술병에는 갖가지 무늬를 그려 넣었습니다. 아무래도 그래야 술맛이 났던 모양입니다. 술병에 그리는 그림으로는 부귀를 상징하는 모란꽃과 십장생, 매화와 난초가 많지요. 그림 대신 목숨 ‘수(壽)’, 복 ‘복(福)’, 술 ‘주(酒)’ 자처럼 글자 한 자만 쓴 것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 기발하게도 병목에 질끈 동여맨 끈을 무늬로 그려 넣은 보물 제1060호 “백자철화끈무늬병”이 있지요.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이 병은 높이 31.4㎝, 입지름 7㎝, 밑지름 10.6㎝의 크기인데 옛날 술병을 사용할 때 병목에 끈을 동여매 걸어놓곤 했던 것을 그림으로 그린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 병을 빚은 도공은 술을 마시다 남으면 술병을 허리춤에 차고 가라는 뜻으로 그림을 그려넣었을지도 모릅니다. 그야말로 도공의 기막힌 재치와 해학 그리고 익살과 여유가 살아있는 명작입니다.

 

 

또 특이한 것은 굽 안 바닥에 적갈색이나 흑갈색을 띄는 철화 물감으로 ‘니ᄂᆞ히’라고 쓴 한글이 있습니다. 그 뜻은 명확치 않으나 이는 1443년 한글 창제 후의 작품일 것이 분명합니다. 한 대학교에서 한국미를 대표하는 도자기 한 점을 고르라고 했더니 인문대생은 달항아리를, 미대생은 백자철화끈무늬병을 많이 골랐다고 합니다. 그만큼 이 백자철화끈무늬병은 보물 제1437호 “달항아리”와 함께 조선 백자를 대표하는 것입니다. 이 병은 안목 높은 수장가였던 고 서재식 전 한국플라스틱 회장이 돌아가시기 전에 소장품 가운데 이 한 점만은 개인의 것이 될 수 없다며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고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