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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방영기 명창의 ‘이무술 집 터 다지는 소리’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444]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십장가의 마지막 이야기로, 십악대죄(十惡大罪)는 중국의 당나라 이전부터 정해져 내려오는 10개의 큰 죄로 도둑질을 비롯하여, 간사함, 거짓말, 꾸며댄 말, 험담, 이간질, 분노, 그릇된 생각, 정절 훼손 등이 포함된다는 점, 중국의 영향을 받은 고려나 조선을 비롯하여 동아시아 지역이 본 형법의 체계를 기본으로 했다는 점, 십생구사(十生九死)나 구사일생(九死一生)은 생존율 10%를 강조하는 말이며, 십맹일장(十盲一杖)은 10여명의 맹인이 하나의 지팡이에 의지한다는 뜻임을 얘기했다.

 

경기 잡가의 노랫말에 견주어 판소리 사설은 오히려 간결하다는 점, 도드리 장단은 되돌아든다, 반복한다는 뜻으로 환입(還入)이라 부르며, 6박 구성이라는 점, 제1-2박은 합장단, 제3박은 채편, 제4박은 북편, 제5-6박은 채굴림 주법인데, 이를 문자로 쓸 때에는 쌍(雙), 편(鞭), 고(鼓), 요(搖)의 장단형이라는 점, 경기좌창은 선율 악기의 반주가 따르지 않고, 주로 장고 장단에 맞추었으며 장단이 느릴수록 음을 꾸미거나 잔가락을 많이 넣는다는 점, 유절형식이며 라(la)-도(Do)-레(Re)-미(Mi)의 상행형 선율과 라(La)-미(Mi)-레(Re)의 하행 선율이 중심을 이루는 단조로운 형태라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 주에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이매동의 <이무술 집터 다지는 소리>를 소개한다. 방영기(국가무형문화재 19호 선소리산타령 전수조교)명창이 이끄는 향토색이 짙은 민속놀이가 엊그제 11월이 시작되는 첫날, 성남시 야탑역 광장에서 펼쳐졌다. 집터 다지는 소리를 ‘지경다지는 소리’라고도 한다.

 

본 난에도 소개한 바 있었지만, 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할 당시, 전국에서 올라온 일꾼들도 소리를 하며 작업에 임했는데, 이때 줄을 꼬며 불렀던 소리, 디리세 소리, 땅을 다지며 불렀던 초 지경, 자진 지경, 더 자진 지경, 양산도, 방아타령과 같은 노동요들이 모두 ‘경복궁 지경다지는 소리’ 속에 포함되고 있는 것이다.

 

 

민가(民家)를 새로 지을 때에도 집터를 잡고, 그 일대의 지반을 튼튼하게 다져야 하는 것은 기본이었다. 자칫, 이 과정을 소홀히 한다면 어찌 되겠는가! 모래위에 건물을 세운다는 사상누각(砂上樓閣)이 될 것이기에 건물을 올리기 전, 집터를 단단하게 다지는 작업은 기본 중에서도 기본이었다.

 

기본을 소홀히 해서 화를 당하는 경우를 우리는 수없이 보아오지 않았던가!

 

그런데 과거 기계문명의 혜택을 누리기 이전 시대에는 이 기본적인 작업, 곧 집터를 다진다는 일이 간단하면서도 그렇게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큰 돌을 여럿이 동시에 높이 들었다, 놓았다 하며 땅을 굳게 다지는 일은 중노동 중에서도 중노동이었다. 그 힘든 과정을 잊기 위해, 그러면서 성과를 올릴 수 있도록 이끄는 소리가 바로‘집터 다지는 소리’인 것이다.

 

여기서 소리와 장단으로 전체를 지휘하는, 곧 앞소리를 메기는 선소리꾼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 음악적으로도 이 지역에서 불리고 있는 소리들은 경기 중부지역의 음악적 토리로 짜인 특색있는 선율들이어서 그 가치가 자못 크게 평가되고 있는 소리제인 것이다.

 

 

‘이무술’은 현 성남시 분당구 이매동(二梅洞)의 옛 이름이다. 이 이름과 관련하여 재미있는 이야기 한 토막이 전해오고 있다. 아주 오래전 고기잡이를 즐기던 한 농부가 냇가에서 커다란 고기를 잡았는데, 그 고기는 천년 만에 승천(昇天)할 이무기였다는 것이다. 마을 사람들이 죽은 이무기의 원한을 풀어주기 위해서 위령 승천제를 지내자, 그 자리에 난데없는 매화나무 두 그루가 솟아나서 그 후부터 이 마을을 ‘두 그루의 매화 마을’이라는 의미의 이름, 이매동(二梅洞)으로 부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농촌 지역이던 이곳이 현대화된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변모하게 되면서 그 옛날 이 지역에서 불리던 <집 터 다지는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게 되었다. 전통적인 민속놀이가 현대화라는 미명하에 자취를 감춘 곳은 이곳뿐이 아니다. 옛 방식으로 집터를 다지면서 불렀던 소리들, 집을 짓기 위해 신명을 북돋우던 노동요라든가, 가정과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던 고사, 덕담이 담긴 향토색 짙은 전통적인 민속놀이는 현대화라는 이름하에 이제 만나보기 어렵게 된 것이다. 단절이 되어 버린 곳이 대부분이다.

 

2년 전, 경기도 성남시로부터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이무술 집터다지는 소리>를 성남시 향토문화재로 지정하여 앞으로 더더욱 적극적으로 보존, 전승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나선 것이다.

 

실로 전통문화를 사랑하는 시민들과 관계인들에겐 희망의 메시지가 아닐 수 없어 고맙기만 한 것이다. 단절 위기의 <집터 다지는 소리>를 성남시에서 향토문화재로 지정하고, 이를 충실하게 전승시켜 나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전통문화에 남다른 관심을 지니고 있는 성남 시장, 성남시 의회의장, 성남문화원장을 비롯한 관계 인사들과 지역민들의 노고가 밑받침이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누구보다도 소리꾼으로서 널리 알려진 방영기(국가지정무형문화재 전수조교) 명창과 성남문화원이 앞장서서 고장의 민속 예술을 조사하고, 발굴하여, 새롭게 재현하는 작업을 지속해 옴으로 해서 가능했던 것이다. 이번 야탑광장의 <이무술 집터다지는 소리 >공연에는 이 소리를 지켜가는 보존회의 방영기 이사장을 비롯하여 민요지도 이향우, 무용지도 정미래, 농악지도 이영표, 태평소 김영정, 나나니민요단의 방글, 박수영, 그리고 보존회장 정점순 외 이대호, 장수희, 김인순, 등 50여명의 회원들이 열연을 해 주어 시민들로부터 열띤 박수갈채를 받았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