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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세계기록유산 유교책판, 이제는 배달도

한국국학진흥원, 유교책판 찾아가는 전시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유교책판’ 말만으로도 무겁고 딱딱하고, 무조건 보존만 해야 할 같아서 수장고에만 고이 모셔져 있을 것 같은 유교책판이 길을 나섰다. 유교책판을 보고 싶고 이해하고 싶은 곳이라면 어디건 찾아가는 배달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 서비스는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이 실시하는 ‘세계기록유산 활용사업’의 하나로 문화재청과 경상북도(도지사 이철우)ㆍ안동시(시장 권영세)의 지원을 받아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조현재)에서 실시하고 있다.

 

부르면 찾아가는 서비스

 

세계기록유산은 인류의 기억을 대변하는 기록물들로, 그 특성상 보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 때문에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사진을 통해서 보거나 혹은 그것을 소장하고 있는 기관을 찾아 겨우 눈으로 볼 수 있을 따름이다. 특히 세계유산이나 인류무형유산과 달리 세계기록유산은 그 유산의 특성상 쉽게 훼손되고 멸실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보존을 위해 쉽게 공개할 수도, 일반인들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할 수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러나 세계기록유산의 가치는 결국 일반인들이 그것을 얼마나 이해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데 달려 있는 것도 사실이다. 누구나 기록의 가치를 받아들이고, 이를 통해 스스로 기록하고 중요 기록물을 보존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유네스코가 세계기록유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권고하는 까닭이다. 이러한 필요에 따라 한국국학진흥원은 ‘세계기록유산 활용사업’의 지원을 받아 ‘찾아가는 유교책판 순회전시’를 시작한다.

 

 

 

기존의 순회전시가 전시 시설이 갖추어져 있는 곳을 대상으로 전시물만 전시했던 것이라면, 이번 찾아가는 순회 전시는 전시 시설까지 제작하여 어디서건 전시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건물의 로비, 중ㆍ고등학교의 체육관, 비어있는 교실 등 어디서나 필요한 공간 구조에 따라 전시를 배치할 수 있도록 제작하고, 불러만 주면 어디서나 전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특히 세계기록유산 원본은 만져보고 인출해 보고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전문 각수들에게 의탁하여 중요 목판들을 복제함으로써, 누구나 쉽게 만져보고 인출해서 책을 만들어 보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제 세계기록유산이라도 불러만 주면 어디서건 전시를 할 수 있도록 했던 것이다.

 

세계기록유산을 일반인의 눈높이로

 

전시는 한국의 세계기록유산을 소개하고, 2015년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유교책판을 중심으로 구성하였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출판문화전통을 이어왔다. 목판인쇄문화와 금속활자 인쇄문화는 현존하는 최고의 것으로 「무구정광대다라니경」(목판인쇄물)과 『직지심경』이 한국에서 만들어졌던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특히 목판은 많은 사람들에게 동일한 정보를 대량으로 제공하기 위하여 개발한 인쇄술로 조선시대까지 한국의 출판은 대부분 목판인쇄로 이루어졌다. 2015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유교책판은 조선시기 유교적 이상을 보급하기 위하여 유학자들의 저술인 문집을 비롯하여 족보, 지리서 등을 펴낸 것이다.

 

이번 전시는 한국의 목판 인쇄문화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보여줄 수 있는 자료로 구성하였다. 먼저 목판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에 대하여 안내하고, 인출과정을 소개한다. 그리고 그 결과로 만들어진 목판과 목판본 책을 전시한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목판은 조선시기 중국으로 사행을 떠나는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 새긴 도경유의 《낙음선생문집》을 비롯하여 조선말기 안동지방의 명필로 이름 높은 강벽원의 《노정서결》, 대표적인 여성문학가이자 한국최고의 한글요리서인 「음식디미방」의 저자 정부인 안동장씨의 글씨를 새긴 「학발시판」 등 예술성 높은 도판(그림을 새긴 목판)과 서판(글씨를 새긴 목판)을 중심으로 구성하였다. 또한 세계최고의 목판인쇄물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의 복원 판도 같이 전시하며, 《직지심경》의 복원본도 같이 전시할 예정이다.

 

또한 퇴계 이황의 친필 현판인 도산서당의 현판과 조선중기 전서체의 대가인 미수 허목의 백운정 현판도 같이 전시된다.

 

이와 아울러 직접 목판을 만져보고 찍어 볼 수 있는 체험 마당도 다양하게 구성하였다.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유교책판 원본은 직접 만져 볼 수 없지만, 이를 복제한 책판을 이용하여 직접 책을 제작하는 체험을 해 본다는 것은 세계기록유산을 이해하는데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2019년 전시는 모두 6회가 계획되어 있다. 11월 18일(월) ~ 19일(화) 안동 길원여자고등학교(교장 기영주)를 시작으로, 11월 21일(목) ~ 22일(금) 대구 경상고등학교(교장 이철우), 12월에는 봉화 한국팻고등학교(9일~11일, 교장 이무영), 대구 경상여자고등학교(19~20일, 교장 권효중), 상주남산중학교(교장 신혜숙)ㆍ상주공업고등학교(교장 박용태)(12월 23~27일)에서 전시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와 같은 배달서비스는 내년(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내년에는 약 20회 정도를 계획하고 어디서나 먼저 신청하는 곳을 중심으로 협의를 거쳐 2~3일 정도의 찾아가는 전시를 진행할 것이다. 자세한 내용과 신청은 한국국학진흥원 기록유산센터(담당: 054-851-0773)로 연락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