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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궂은 꿈만 꾸다간 이들에게 띄우는 꽃상여

모란공원 민주열사묘역에 관한 기록, 사진가 안온 <꽃무덤>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의로운 것이야말로 진실임을, 싸우는 것이야말로 양심임을, 이 비 앞에 서면 새삼 알리라.

어두운 세상 밝히고자 제 자신 바쳐 해방의 등불 되었으니, 꽃 넋들은 늘 산자의 빛이요 별뉘라. 지나는 이 있어 스스로 빛을 발한 이 불멸의 영혼들에게서 삼가 불씨를 구할지어니.

이 글은 마석 모란공원에 서 있는 <민주열사 추모비>에 새겨진 소설가 서해성의 글 일부다. 사진가 안온의 사진 연작 <꽃무덤>은, 문인이 글로 쓴 이 ‘죽은 자를 그리고 생각하는’ 추모를 사진이라는 시각언어로 구현한 것이다. 여기의 ‘죽은 자’들은, 노동운동이나 사회변혁 운동 등 살아서 이 땅 민중의 권리쟁취와 해방을 위해 온 삶을 바친 민주열사들이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치며 분신한 청년노동자 전태일을 처음으로 1970년부터 민주화운동 관련 희생자들이 안장되기 시작해서 노동자와 학생, 빈민, 장애인 등과 함께 현재 160여 명이 모란공원에 안장돼 있다. 1986년 노조탄압에 맞서 분신한 노동자 박영진, 2013년 “배고파서 힘들었다. 부디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은 삼성전자 노동자 최종범과 2018년 화력발전소 석탄 컨베이어벨트에서 참혹하게 숨진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김용균까지, 숱한 ‘꽃넋’들이 이곳에 있는 것이다.

 

죽었으나 죽지 않고 살아, 남겨진 이들의 길이 되는 이들. 하지만, 우리나라 현대사의 중요한 이정표이자 나아가야 할 길의 표상으로서의 이 ‘비(碑)’들은 우리들의 일상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음예(陰翳, 구름이 하늘을 덮어 어두움 또는 침침한 그늘)의 영역에 잠긴 채다.

 

 

 

오래 가슴 속에 무거운 빗돌 하나를 세워둔 채 살아오던 사진가 안온은, 2017년부터 모란공원 열사묘역의 풍경들을 사진에 담기 시작했다. 민주열사 추모 사진작업의 서막에 해당하는 <꽃무덤>이 그 결과물이다.

 

안온은 말한다. “'열사'라는 호칭만으로는 호명하지 못하는 것들과, 찬란한 젊음을 살고 싶었을 그들의 무덤을, 양지 바른 곳으로 내오고 싶었다. 오후 해가 넓고 길게 드는 이곳 류가헌에서 추모전 연작의 서막을 시작하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기억에서 사라져 가지만 그들의 의로운 삶과 죽음에 햇볕이 비추기를 바라는 것이다.

 

안온 사진전 <꽃무덤>은 12월 3일부터 15일까지, 류가헌 전시1관에서 열린다.

문의 ; 02-720-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