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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학이 울면 과거에 급제, 안양 명학마을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448]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안양의 토속소리를 찾고, 이를 전승시켜 온 안양의 소리꾼, 안희진 명창이 <제4회 - 테마가 있는 안양소리 여행-> 공연을 했다는 이야기, 소리극 형태의 공연으로 탤런트, 민요명창, 그리고 지역구 국회의원(이종걸)을 위시한 유지들이 직접 무대에 출연하였다는 이야기, 안희진이 전통소리와 인연을 맺게 된 배경, <안양소리 보존회> 창단, 등 안양 소리의 맥을 잇고자 동분서주해 왔고, 현재는 소리극 형태의 공연에 주력하고 있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안희진은 보존회의 정기공연을 열면서도 <안양소리 여행>이라는 고향의 이름을 덧붙인다. 그만큼 지역의 소리를 찾고 전승하며 이를 소리극 형태로 발표해 오는 집념의 소리꾼이다. 소리극이란 그렇게 쉽게 만들어지는 형태가 아니란 점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더욱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은 네 번째 소리극 공연을 끝내는 자리에서, 이미 내년도에 올릴 다섯 번째 소리극 공연계획을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점이다.

 

그 같은 열정은 어떻게 생겨나는 것일까? 지역의 소리를 사랑하고 있지 않은 사람이거나, 그 전승에 남다른 애정을 쏟고 있지 않다면 쉽게 생각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그녀의 경험담을 들어보기로 한다.

 

“처음에는 창극(唱劇)을 낯설어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창극이라는 말, 그 자체도 어색해했고요. 처음 안양소리를 가르치고, 소리로만 공연하려다 보니, 부르는 사람이나 듣는 분들도 대부분 지루해하더라고요. 평소에 들어오던 익숙한 소리가 아니기에 그러리라 생각했지요.

 

 

그래서 힘들더라도 명학의 전설을 담은 <명학이여! 나빌레라>라든가, 또는 광명으로 넘어가는 외진 곳에서 벌어지던 <활쏘기>소리를 바탕으로 꾸민 <어얼씨구, 활대를 당겨라> 등과 같은 소리극을 통해 공감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보기로 했지요. 처음 1회, 2회 공연을 올리면서 점차 창극 공연에 대한 관심이나 공감, 평가가 좋아졌어요. 용기를 내어 힘들더라도 소리극 형태의 공연을 해 오고 있습니다.”

 

그의 말 속에서 “단순하게 소리로만 공연해 보니 청중들이 지루해하더라.”라는 표현은 전문적인 경기소리꾼들이라면 누구나 공감이 되는 대목이다.

 

일반적으로 판소리를 기본으로 하는 소리극 형태를 국극(國劇), 또는 창극(唱劇)이라 부른다. 1인의 창으로 엮어나가는 판소리에 비해, 출연진의 역할에 따라 창극으로 꾸민 춘향전이나 심청전, 수궁가, 흥부가 등을 견주어 보면 소리(唱)와 극(劇)의 협업이 얼마나 대중과의 만남을 쉽게 하는가 하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경서도 음악계에서도 경기, 혹은 서도소리를 기본으로 하는 소리극을 제작하여 재미와 교훈, 감동을 주는 방법이 효과적이라는 논리는 당연하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경서도 명창들 사이에선 개인적으로, 혹은 단체에서 소리극을 시도해 보기도 했다. 현재까지도 이따금 소리극 공연을 올리고 있으나, 그 결과는 기대치를 넘지 못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바로 소리극 제작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 점이 경서도 소리꾼들이 안고 있는 고민이다. 더욱 더 재미있고 유익한 무대를 만드는 일, 그래서 일반 시민들을 국악의 애호가로 만들어 가는 길, 그 길은 소리꾼 개인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국립창극단>이나 지방의 도립, 또는 시립단체처럼 공공기관이나 기업의 힘으로 가능할 것이다. 이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구체적으로 다루기로 하겠다.

 

안양소리보존회의 단막극 ‘명학이여 나빌레라’와 ‘활쏘기’라는 작품은 안양의 전설이나 예전의 전통적 놀이를 재미있게 재현했다는 점에서 객석으로부터 열광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명학이여 나빌레라’라는 작품은 현 안양의 지하철 역명의 하나인 명학역 인근의 이야기를 경기소리로 극화한 것이어서 친근감을 공유할 수 있었다. 명학이란, 안양의 한 마을 이름으로 울 명(鳴), 학 학(鶴)자를 써서 ‘학이 운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명학역 인근은 예전 학이 지나다니던 길목이었다고 한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이 근처에 주막이 운집해 있던 곳이어서 지방에서 서울로 과거(科擧)를 보러 올라오던 선비들이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주막촌이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선비들이 주막에 묵었을 때, 학이 지붕 위로 날아들어 소리를 내어 울면, 그 주막에 묵었던 선비들이 과거시험에 급제하였다는 이야기가 사실처럼 펴져 있어서 이곳이 유명해졌다고 한다.

 

다른 곳이 아닌, 명학의 주막에 들어서 마지막 밤을 보내야만 과거시험에 합격할 수 있는 행운을 잡게 된다.? 그렇다면 시험 준비가 잘 되어 있는 선비에게도, 잘 안 되어 있는 선비에게도 학의 울음은 얼마나 기다려지는 대상이었을까? 과거를 보러 오는 선비와 그 일행으로 문전성시를 이루었을 당시의 상황이 그려진다. 또한, 이 근방에는 예로부터 하(河)씨 사당패 소리꾼들이 있어서 노래소리와 악기소리도 끊이질 않았다고 한다.

 

이러한 재미있는 전설을 토대로 명학역 근방을 지나는 선비들과 하씨 사당패 소리꾼들의 만남 등을 자연스럽게 안양의 전통소리, 그리고 경기지방의 대표적인 통속민요 등을 입혀서 소리극으로 꾸민 것이 바로 ‘명학이여 나빌레라’라는 작품이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