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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그리고 우리말

'분단된 후로'를 옛날 배움책에서는?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114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114 어울리다, 지키다, 보금자리, 벗어나다, 때, 온 나라의 힘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은 4284해(1951년) 펴낸 ‘우리나라의 발달 6-1’의 55, 56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55쪽 첫째 줄에 ‘고구려 사람들’이 나오고 둘째 줄에 ‘말갈 사람들’이 이어서 나옵니다. 다른 곳에서 ‘고구려인들’, ‘말갈인’이라고 많이 쓰는데 여기서는 ‘사람’이라는 쉬운 말을 쓰고 있습니다. 둘째 줄 끝부터 셋째 줄에 걸쳐서 ‘어울려서 이룩한 나라였으나’가 있습니다. 다른 책이었다면 ‘연합해서 건국한 국가’라고 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넷째 줄과 여섯째 줄에 걸쳐 ‘처음엔 국세가 크게 뻗어났으나, 나중엔 정치가 떨치지 못하여’ 라는 말이 나옵니다. ‘처음엔’과 ‘나중엔’이 짝이 맞고 ‘크게 뻗어났으나’와 ‘떨치지 못하여’가 서로 짝이 맞는 찰떡같은 풀이에 살짝 놀라기도 하였습니다. ‘초기’, ‘이후’라는 말이 아니어도 풀이를 할 수 있고 ‘뻗다’와 ‘떨치다’는 말로 풀이를 할 수 있다는 것을 거듭 알려 주고 있어 반가웠습니다.

 

아홉째 줄과 열째 줄에 걸쳐 ‘처음 잡은 옛터’와 열한째 줄에 나오는 ‘줄기찬 힘으로 넓히어 지고’도 쉬운 말이라 좋았습니다. 열둘째 줄에 있는 ‘지켜오던’과 열셋째 줄에 있는 ‘보금자리’는 ‘유지해오던’이나 ‘안식처’라는 말을 쓸 수 있는데 그렇지 않아 더 좋았습니다. 이어서 나온 ‘벌판’은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광야’를 갈음해 쓸 수 있는 말이고 이어서 나온 “우리 손에서 벗어나고, 다시 돌아오지 못하였다.”는 토박이말로만 되어 있으면서도 쉬워서 고마운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56쪽 여섯째 줄에 ‘어떻게 이루어졌는가’는 ‘어떻게 구성되었는가?’라고 할 수 있는 말인데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일곱째 줄과 여덟째 줄에 걸쳐서 나온 “만주 땅은 언제부터 우리 차지였으며, 언제 어떻게 하여 우리 손에서 떠나갔는가?”에서 ‘만주’만 빼고 모두 토박이말로만 되어 있어 더욱 쉽게 느껴졌습니다.

 

열넷째 줄에 나오는 ‘나누어 선 뒤로’는 ‘분단된 후로’라고 쓸 수도 있었지 싶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어서 나오는 ‘삼국 때와 같이’에서 ‘때’도 요즘에는 ‘시대’라는 말을 많이 보고 듣기 때문에 오히려 낯설게 느끼는 분들이 많은 것입니다.

 

앞줄과 열다섯째 줄에 걸쳐 나오는 ‘싸우고 다투는 일이 적어서’가 이어진 ‘평화스럽게 지났다’를 쉽게 풀어주는 말이 되어 참 좋았습니다. 이걸 보고 ‘평화’는 ‘싸움과 다툼이 없는 것’으로 풀이해도 좋겠다 싶었습니다. 마지막 줄에 나오는 ‘온 나라의 힘’은 ‘전 국력’이라는 말을 즐겨 쓰는 사람들한테 보여 주고 싶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이렇게 옛날 배움책을 보면서 쉬운 말로 풀어 주려고 참 애를 많이 썼다는 생각에 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요즘 배움책이 그렇지 못한 것이 부끄럽다는 생각에 낯이 뜨거워집니다. 이런 부끄러움을 가시는 날이 얼른 오도록 더욱 힘을 써야겠습니다.

 

4352해 온겨울달 열여드레 삿날 (2019년 12월 18일 수요일)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이 글은 경남신문에도 실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