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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들려준 엄마의 이야기

머리를 잘라 ‘달비’를 만드신 어머니

“머리는 후에 또 자라나겠지”
[엄마가 들려준 엄마의 이야기 29]

[우리문화신문=김영자 작가]  “달비”란 곧 녀성의 자랑이고 풍도였다. 지금은 드라마나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바 황궁의 녀인들이 달비를 리용하여 멋스레 머리를 얹어 그 풍도를 보여주고 있다. 달비에 관한 전설은 많고도 많은데 전선에 나가는 남편이 겨울에 동상을 입게 하지 않으려고 녀인은 자기의 머리를 싹둑 잘라 길 떠나는 남편의 신발 안에 깔아 주었다는 감동적인 이야기는 오늘까지도 길이 전해져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그런데 이 세상을 소리 없이 울리신 나의 어머님의 이야기를 회억하면 나는 그만 눈앞이 흐려지고 목이 꺽 멘다.

 

나의 어머니는 보통 키에 걀쭉한 얼굴의 조선녀성이시다. 그리고 폭포수인 양 함치르르한(깨끗하고 윤이 반들반들 나는) 숱 많은 머릿결은 늘 자랑스럽기만 하였단다. 어머니는 특별히 머리를 잘 다듬는 아름다운 녀인이였다. 어머니는 녀성의 자랑 가운데 한가지가 머리라면서 늘 쌀 뜨물에 머리를 감고 잘 빗어 멋스레 얹거나 쪽지시었다. 숱 많은 머리는 기름을 바른 것처럼 함치르르 윤기가 돌아 마을 어머니들이 늘 흠상하는(우러러 감상하는) 아리따운 머릿결이었단다.

 

그런데 어느 날엔가 어머니는 달비가 그렇게 값이 간다는 소식을 접하였단다. 혼자 소리 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하던 어머니는 용단을 내리셨다는구나!

“베면 또 자랄 것이 아닌가? 내 자식을 위해선 아까워하지 말아야지.”

어머니는 끝내 마을의 머리 잘 깎는다는 한 어머니를 불러 자기 머리를 추려내게 하였단다. 머리가 길면 달비가 더 좋으니깐.

 

 

그때 난 아직 퍽 어리었는데 엄마의 머리칼을 베여내는 것을 보고 “엄마, 아깝지 않아? 그렇게 베면 엄마머리 베기 싫겠는데……”. “지금은 내 머리보다 너 오빠에게 학비를 보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단다. 머리는 후에 또 자라나겠지.” 어머니는 끝내 머리를 추려내어 길고도 멋진 머릿결의 달비를 만들어 팔았단다. 오빠의 학비로 그 돈을 보낼려구…….

 

자기의 머리를 추려 달비를 만들어 팔아 아들의 학비를 마련하고 아들을 공부시킨 어머님의 “달비이야기”는 지금도 내 가슴에 닿으면 눈앞이 흐려지면서 흘러내리는 그 이슬들은 내 가슴속에서 한줄기 강물이되어 출렁이는구나! 무엇으로 무엇으로 어머님의 사랑에 보답해야 할까?

 

어머니의 사랑은 따뜻한 사랑이었고 어머님의 사랑은 향기가 가득한 사랑이었다. 이 사랑 속에서 우리 형제들은 모두 대학공부를 하였고 큰 오빠는 중국과학원에 가게 되었구나.

 

지금도 저 하늘 어디에 계실 어머니, 어머니는 또 백의민족의 한 줄기의 빛이되어 오늘도 뭇별들과 함께 우리의 앞길을 비추어 주고 있다. 자기의 머리를 베여 달비로 팔아 아들의 학비로 주었다는 감동적인 이야기는 아름다운 전설로 되어 이 세상 저 끝까지 길이 전해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