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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의 대리엄마가 된 ‘고욤나무’

[한국의 자원식물 이야기 8]

[우리문화신문=이영일 생태과학연구가]  고욤나무[학명: Diospyros lotus L.]는 감나무과의 낙엽활엽교목이다. 우리말 이름 고욤은 작은 감(小柿)에서 전화된 ‘고’와 어미의 옛말인 ‘욤’의 합성어이다. 한자로는 감보다 작다 하여 소시(小枾)라고 하는데, 일본인들은 콩감(豆枾)이라고 한다.

 

다른 이름으로 우내시(牛奶枾)가 있는데, ‘소젖꼭지 감’이란 뜻으로 굵기나 모양은 물론 분홍빛 젖꼭지까지 마치 새끼를 낳고 젖을 먹이면서 흑갈색으로 변해가는 소의 모습과 고욤열매의 일생은 그대로 닮았다. 또한 고양나무, 군천, 우내시(牛嬭柿·牛奶柿), 정향시(丁香柿), 흑조(黑棗), 이조(㮕棗), 영조(㮕棗), Date-plum-plum라고도 한다.

 

 

열매가 작고 알찬 나무지만, 감나무의 대목(臺木)으로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다. 어머니 없이는 그 무엇도 생겨나지 않는 법이다. 감나무는 고욤나무를 대리모로 고용하지 않으면 대를 이어갈 수 없다. 물론 감 씨를 심으면 감나무가 되기는 하지만, 어미보다 훨씬 못한 땡감이 달릴 따름이다. 이런 현상은 사과와 배, 복숭아 등 대부분 과일이 마찬가지다. 그래서 고욤나무를 밑나무로 하고 감나무 가지를 잘라다 접붙이기로 대를 잇는다.

 

자신은 어두운 땅속을 헤매면서 고생스럽게 양분을 모아 남의 자식을 열심히 키워주는 고욤나무는 마음씨 착한 감나무의 새엄마로 평생을 보낸다. 옛날에는 고욤이 약간 덜 익었을 때 따다가 고욤즙을 내어, 방수ㆍ방부제로서 종이우산에 바르거나 칠기의 애벌칠 등에 널리 이용했다고 한다. 목재는 감나무와 마찬가지로 고급 가구재로 쓰인다. 꽃말은 ‘자애’다.

 

우리 속담에 “고욤 일흔이 감 하나보다 못하다.”라는 말이 있다. 자질구레한 것이 아무리 많아도 큰 것 하나를 못 당한다는 뜻이다.

 

고욤은 감처럼 생겼으나 훨씬 작고, 가을이면 구슬 크기의 황갈색 열매가 나무 가득히 열린다. 하지만 너무 떫고 온통 씨투성이라 먹기가 거북하다. 서리를 맞히고 흑자색으로 완전히 익혀서 반죽처럼 으깨어 놓으면 떫은맛이 가시고 겨우 먹을 만하다. 그래도 배고픈 시절을 보낸 세대들은 오지그릇에다 고욤을 잔뜩 넣어 두었다가 숙성시킨 후 동지섣달 추운 밤에 숟가락으로 퍼먹던 그 맛을 잊지 못한다.

 

 

 

《구황촬요(救荒撮要, 1554년에 펴낸 흉년에 대비한 내용의 책)》에 보면 “고욤을 푹 쪄서 씨를 발라내고, 대추도 씨를 빼낸 다음 한데 넣고 찧어서 먹으면 식량을 대신할 수 있다.”라고 했다.

 

온 나라의 마을 부근에 많이 자란다. 높이 약 10m이다. 껍질은 회갈색이고 잔가지에 회색 털이 있으나 차차 없어진다. 잎은 어긋나고 타원형 또는 긴 타원형으로 끝이 급하게 좁아져 뾰족하고, 길이 6∼12cm, 나비 5∼7cm로 톱니는 없다. 잎자루는 길이 8∼12mm이다.

 

꽃은 암수딴그루이며 항아리 모양이다. 6월에 검은 자줏빛으로 피고 햇 가지 밑부분의 잎겨드랑이에 달린다. 수꽃은 2∼3개씩 한군데에 달리며 수술이 16개이고, 암꽃에는 꽃밥이 없는 8개의 수술과 1개의 암술이 있다. 열매는 둥글고, 지름 1.5cm 정도이며 10월에 익는다. 열매에는 타닌이 들어 있으며 빛깔은 노란색 또는 어두운 자줏빛이다. 덜 익은 것을 따서 저장하였다가 먹기도 한다. 열매의 생김새에 따라 여러 가지 품종으로 나뉜다.

 

한방에서 고욤나무 열매를 군천자(桾櫏子)리 하여 가을에 거두어 생약으로 쓴다. 당뇨에 생즙을 내어 조금씩 마시거나 혈압 높은데, 중풍에 식초에 담가 조금씩 물에 타서 마신다. 익은 열매를 얼린 뒤 몇 개씩 과실로 먹는데 많이 먹으면 토할 수 있다. 한방에서는 갈증으로 인해 물을 많이 마시고 음식을 많이 먹으나, 몸은 여위고 오줌의 양이 많아지는 병증[消渴症]이나, 신열이 몹시 나고 가슴이 답답하며 괴로운 증세(煩熱症) 등에 처방한다.

 

《동의보감》에는 “감과 같이 약으로 쓰인다.”라고 하였으며, “고욤의 꼭지는 특별히 딸꾹질을 멎게 한다.”라고 했다.

 

※ 참고문헌 : 《원색한국식물도감(이영노, 교학사)》, 《한국의 자원식물(김태정, 서울대학교출판부)》, 《우리 나라의 나무 세계 1(박상진, 김영사)》, 「문화재청 문화유산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