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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살이

부엌, 추팡, 다이도코로 - 한ㆍ중ㆍ일 부엌이야기

국립민속박물관 《한국의 부엌》, 《중국과 일본의 부엌》 조사보고서 펴냄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윤성용)은 한ㆍ중ㆍ일 동아시아 부엌생활문화 조사보고서(1권 -《한국의 부엌》 2권 -《중국과 일본의 부엌》)를 펴냈다. 이번 보고서는 2018~2019년 2년 동안 한국과 중국, 일본 세 나라 각 지역의 사람들이 현재 어떠한 부엌 공간에서 어떻게 음식을 조리하고 식사를 하는지, 부엌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에 초점을 둔 현장조사 결과이다.

 

 

 

한국 전통 부엌의 바닥이 낮은 까닭

 

1권 《한국의 부엌》에서는 우리나라 부엌과 주거형태가 변화해온 문화사적 과정을 다루었다. 한국의 전통 주거는 부엌의 부뚜막에 불을 지피면 방의 구들까지 동시에 데워져서 취사와 난방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구조다. 따라서 아궁이가 방보다 낮은 위치에 있어야 했고, 부엌의 바닥도 지면보다 더 낮아졌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부엌이 점차 ‘입식화’ 되면서 부엌은 단순한 취사 공간이 아닌 식사공간을 포함하는 의미의 ‘주방’으로 변화하였다. 1권에서는 이 외에도 안동 하회마을 등 ‘민속마을’의 전통적인 부엌에서부터, 한 집에서도 고부(姑婦)간 따로 부엌을 두는 제주도의 사례와 최근 등장한 ‘공유부엌’까지 다양한 부엌의 모습을 조사 및 수록하였다.

 

 

부엌이 없는 중국의 동굴집, 야오둥(窯洞)

 

중국은 넓은 영토만큼 다양한 형태의 부엌과 주거양식이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2권 《중국과 일본의 부엌》 가운데 ‘Ⅱ장 중국의 부엌살이’에서는 베이징 도심 아파트와 전통주거양식인 사합원(四合院)의 부엌, 면(麵)을 주식으로 하는 산시성의 사례, 저장성(浙江省)의 물가에 있는 수향(水鄕)마을, 윈난성(云南省)의 소수민족 다이족(傣族)과 지눠족(基诺族)의 부엌까지 중국의 북쪽과 남쪽 지역을 고루 조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 산시성(山西省) 일대에는 동굴집인 야오둥(窯洞)이라는 주거양식이 널리 분포한다. 이 야오둥 내부 공간은 벽 등으로 구분되어 있지 않으며, 침대 형태의 구들인 캉(炕)과 연결된 부뚜막에서 밥을 짓는다. 따라서 야오둥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야오둥에는 부엌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일본의 천연 증기 부뚜막, 스메(スメ)

 

일본 역시 중국과 마찬가지로 북부와 남부의 기후 차이가 크며, 이에 따라 전통적으로 다양한 주거양식과 부엌의 형태가 나타났다. 2권 《중국과 일본의 부엌》 가운데 ‘Ⅲ장 일본의 부엌살이’에서는 수도 도쿄를 중심으로 하는 도시주택의 부엌과 집합주택(콜렉티브하우스)의 부엌, 시가현(滋賀県) 하리에 마을(針江)의 친환경 부엌인 ‘물의 부엌 카바타(川端)’, 남쪽의 가고시마와 오키나와부터 북쪽의 아오모리와 홋카이도의 아이누의 부엌까지 다양한 부엌 사례를 조사하였다.

 

 

일본 규슈에는 천연 증기를 활용한 조리시설인 증기 부뚜막 ‘스메(スメ)’를 사용하는 지역들이 있다. 그 가운데 가고시마현(鹿児島県) 이부스키시(指宿市) 우나기 마을(鰻町)은 마을 곳곳에서 유황 냄새와 함께 증기가 피어오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마을 주민들은 지하에 관을 매설하고 솥과 냄비를 걸 수 있는 부뚜막을 연결하여 달걀이나 떡 등 다양한 찜 요리를 한다. 우나기 마을은 사용료 걱정 없는 천연 부뚜막이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반면 텔레비전이나 냉장고 등 전자제품은 지열로 인해 수명이 단축되어 자주 바꿔야 한다는 단점도 있다.

 

부엌의 현재와 ‘먹고 사는 일’의 재발견

 

동아시아 삼국의 부엌은 근현대를 거치면서 서구식 부엌 설비(시스템키친)의 영향을 받은 점은 비슷하다. 하지만 현대에도 화덕이나 부뚜막을 사용하는 곳이 여전히 존재하며, 부엌의 신인 ‘조왕신’을 모시는 등 국가와 지역에 따라 다양한 생활양상을 나타나고 있다. 이번 보고서는 부엌에서 일상을 영위하는 한ㆍ중ㆍ일 사람들의 생활모습을 통해 ‘먹고 사는 일’의 특별함과 평범함을 되새기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