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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변호사의 세상바라기

한국인 첫 프랑스 유학생 홍종우

신경숙 소설 《리진》에사 찾은 왕권 절대주의 애국자 홍종우
[양승국 변호사의 세상 바라기 123]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신경숙 작가의 소설 <리진>에는 홍종우(1850~1913)라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홍종우는 한국인 첫 프랑스 유학생입니다. 마침 리진이 파리에 머무는 시기와 홍종우의 파리 유학 기간(1890~1893)이 겹치기에 작가는 또한 리진과 홍종우를 연결합니다. 둘은 프랑스의 유일한 조선인 남녀이었으므로 실제로도 파리에서 만났을 가능성이 있을 것 같은데, 역사에서는 이를 확인할 수가 없습니다.

 

홍종우는 1988년 일본으로 건너가 2년 동안 아사히 신문사 촉탁 식자공으로 일하며 돈을 모은 뒤, 프랑스 유학길에 오릅니다. 프랑스 정치사상이 일본의 메이지유신에 영향을 끼쳤음을 알고 프랑스로 유학 갈 것을 결심한 것이지요.

 

왕권 절대주의 애국자 홍종우는 파리에서도 갓을 쓰고 도포를 휘날리며 다녔으며, 고종과 대원군의 사진을 가슴에 품고 다녔다고 합니다. 서양옷을 입고 다니던 리진보다는 홍종우가 더 파리 시민들의 눈에 잘 띄었겠습니다. 소설에서는 이러한 홍종우가 리진에게 이성적인 눈길을 주자, 리진이 이를 거부하는 것으로 나옵니다. 그래서 나중에 리진이 조선에 돌아왔을 때 홍종우는 계속 상소를 올려 콜랭이 리진을 데리고 갈 수 없게 만들지요.

 

홍종우는 파리에 있는 동안 기메박물관에 일자리를 얻어, 그곳에서 근무하면서 춘향전과 심청전을 프랑스 학자와 공동 번역합니다. 소설에서는 이러한 번역에 리진이 많은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오지요. 또한, 소설에서는 홍종우의 이런 번역에 자극을 받아 리진이 모파상의 소설 《여자의 일생》을 우리말로 축약 번역하여 명성왕후에게 보내는 얘기도 나옵니다.

 

파리의 유학 생활을 마치고 돌아오는 홍종우는 일본에 들러 이일직을 만납니다. 당시 이일직은 갑신정변에 실패하고 일본에 망명중이던 김옥균을 암살하려던 차였습니다. 홍종우는 이일직의 계획에 동참하여 상해로 떠나는 김옥균을 쫓아갑니다. 김옥균이 1894년 마지막 승부수로 이홍장을 만나 담판을 하겠다며 상해로 가자, 김옥균을 암살하겠다며 쫓아간 것이지요. 그리하여 동화양행 호텔에서 김옥균을 암살하는데 성공합니다. 그리고 김옥균의 시체를 가지고 귀국하여 김옥균의 시체가 능지처참 당하도록 하지요.

 

우리나라 첫 프랑스 유학생이 김옥균의 암살범이라고 하니, 묘한 아이러니를 느끼게 하네요. 홍종우는 1895년 과거시험에 응시하여 진사에 급제합니다. 황현의 《매천야록》에 따르면 이 과거시험은 김옥균 암살에 공을 세운 홍종우를 뽑기 위한 시험이라는 소문이 돌았다고 하지요. 그래서 사람들이 이 과거시험을 종우과(鍾宇科)라고 불렀다고 하고요.

 

과거 급제 후 홍종우는 고종의 총애를 받아 홍문관 부수찬, 사헌부 헌납 등 요직에 오릅니다. 재미있는 것은 홍종우가 평리원 판사로 있을 때에 이승만의 재판을 했다는 것입니다. 1899년 이승만은 고종 폐위 음모 사건에 연루되어 구속되는데, 구속 기간 중 탈옥을 하려다 실패하여 종신형과 함께 곤장 100대의 태형(笞刑)을 선고받았습니다. 곤장 100대의 태형을 제대로 받으면 반병신이 되는 것은 물론 심하면 장살(杖殺)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홍종우가 이승만의 기개를 높이 사, 형을 집행하는 옥리에게 때리는 시늉만 하도록 한 것이지요. 그 후 이승만은 5년 7개월 동안 수감 생활을 하다가 1904년 8월 9일 특별 사면령을 받고 석방됩니다.

 

1903년이 되어 여전히 황실 중심의 근대화를 역설하던 홍종우는 제주 목사로 좌천되고, 1905년 4월 제주목사직을 사직한 뒤로는 은퇴하여 전남 무안에 은거합니다. 그런데 홍종우는 제주 목사로 있으면서 제주 여기저기 경치 좋은 곳에 자기 흔적을 남겨놓았다고 하네요. 제주시 용담동 용연 출렁다리 입구 쪽 전망대에서 정자 쪽을 유심히 보면 절벽에 새겨진 홍종우의 이름을 볼 수가 있다고 합니다. 그런가요? 나중에 용연에 가보면 유심히 살펴봐야겠습니다.

 

소설 <리진>을 읽으면서 궁중무희 리진의 삶에 대해 더욱 다가갈 수 있었는데, 생각지도 않게 덤으로 한국인 첫 프랑스 유학생이자 김옥균 암살범 홍종우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하! 1,000원 주고 산 소설책에서 이런 값진 소득을 얻게 되었으니, 이거 얼마나 많이 남는 장사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