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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국립민속박물관 《양조장과 술 문화 조사보고서》 펴내

양조장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으로 빚은 우리 술 문화 연구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전국 54곳의 양조장을 직접 찾아가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윤성용)은 2019년 12월 《양조장과 술 문화 조사보고서》 (1권 《우리 술 문화의 발효 공간, 양조장》, 2권 《양조장의 시간ㆍ공간·사람》)를 펴냈다. 2011년부터 국립민속박물관이 진행한 근현대 생활문화 조사의 체계성과 깊이를 더하고자, 2017년 <근현대 생활문화조사 중장기 계획안>을 마련하였다. 그 첫 번째 전국 단위 조사 주제로 ‘양조장’을 선정한 것이다. 이번 보고서는 2018~2019년 2년간 전국 54곳의 양조장을 직접 방문하 여 양조장과 근현대 우리 술 문화를 기록ㆍ정리한 결과물이다.

 

 

 

 

근현대 우리 술 문화의 변화양상을 양조장을 통해 추적하다

 

이번 보고서는

 

모두 2권으로, 1권에서는 근현대 시기 이후, 우리 술 문화의 산실이자 주요 공간으로 자리 잡아 온 양조장의 등장과 성장 등 역사적인 맥락에서부터 양조장의 공간과 구조, 지역사회와의 관계와 역할, 술의 생산과 소비 등을 수록하였다. 양조장은 1909년 주세법(酒稅法)과 1916년 주세령(酒稅令_으로 탄생한 공간으로, ‘술’이 라는 일상적이면서도 특별한 음식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곳이다.

 

전통적으로 한국 사회에서 술은 가양주(家釀酒, 집에서 빚은 술) 형태로 전승됐지만, 일제강점기부터 주세의 대상이 되면서 가양주 제조는 합법적으로 할 수 없게 되었다. 1934년 자가용주 면허 제도가 완전히 폐지되면서 1995년까지 약 60년 동안 모든 술은 양조장에서만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한국 사회에서 양조장의 등장은 우리나라의 술 문화 양상 전반이 변화하는 중요한 지점이었고, 근래 백 년의 우리 술 문화의 중심에 양조장이 있었다.

 

현재 우리가 즐겨 마시는 쌀막걸리는 1977년부터 2년 동안 일시적으로 허용된 것을 빼고 1966년부터 1990년까지 전혀 맛볼 수 없는 술이었다. 1960년대 적극적으로 추진한 양곡관리법으로 인해 쌀로 술을 빚지 못하게 되면서 값도 싸고 수급률도 높은 ‘밀막걸리’가 등장하게 되었다. 증류식 소주 역시 양곡관리법으로 인해 생산이 급격히 줄어들고 그 자리를 희석식 소주가 대체하게 되었다. 이처럼 현재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우리 술은 양조장이 국가의 정책과 규제 아래 다양한 양상으로 적용하여 만들어 낸 결과물이었다.

 

‘외부인 출입금지’ 양조장의 공간을 들여다보다

 

 

 

양조장은 외부인들이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폐쇄적인 공간이다. 특히, 술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과정인 덧술과 발효가 이뤄지는 ‘발효실’과 발효제를 만드는 ‘국실’은 술의 성패를 좌우하는 곳이기 때문에 직원들의 출입까지 통제하는 가장 은밀한 양조장의 내부 공간이다. 보고서에서는 이 두 공간을 비롯하여 그동안 외부에 소개되지 않았던 양조장 공간 구석구석을 들여다보고 분석했다.

 

양조장은 일반 가정집과는 다른 구조와 건축적 특징을 갖고 있다. 발효실은 술을 원활하게 발효하기 위해 온도 관리가 중요했는데 벽체를 500~800㎜ 정도로 두껍게 하고 그 안에 왕겨나 수수깡 등을 넣어 단열효과를 높인다. 천장에도 왕겨나 가마니를 넣어 사방으로 빠져나가는 열을 막았다. 1962년 이후 입국을 막걸리에 본격적으로 사용하게 되면서 양조장에 등장하게 된 국실 역시 온습도 관리를 위해 벽체를 두껍게 하고 환기창을 두었으며, 지속적인 관리를 위해 사무실이나 숙직실 근처에 증축한 특징을 갖고 있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설립 시기별로 양조장의 공간과 구조 사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았다. 일제강점기 때 설립된 5곳의 양조장을 비롯하여 모두 11곳의 양조장을 비교 조사하였다. 양조장의 공간과 구조 변화는 술의 생산이라는 본연의 기능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어 공간마다 동선이 매우 긴밀하게 연결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예로, 충남 논산 양촌양조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반지하 발효실-반지상 냉각실 복층 구조는 동선의 편의뿐만 아니라 온도 관리에도 탁월한 구조이다.

 

양조장과 시간ㆍ공간ㆍ사람 이야기

 

2권에서는 양조장의 시간(물건)ㆍ공간(지역사회)ㆍ사람(양조장 운영자) 이야기를 현지 조사 내용을 중심으로 담았다. 먼저, 물건이야기는 양조장마다 남아 있는 물건을 통해 과거 양조장의 모습과 에피소드를 풀어냈다. 가령, 경남 함양 마천양조장 발효실에 있는 정화수 그릇은 술이 잘되기 바라는 양조장 운영자의 정성 어린 마음이 표상된 물건이었고, 마치 꿰맨 것처럼 보이는 수선한 술 항아리는 양조장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물건이었다.

 

양조장과 관계된 특별한 마을이야기도 소개하였다. 한 개 면에만 68개의 한산 소곡주 양조장이 밀집한 충남 서천군 한산면 일대는 가양주의 전승과 지역사회의 관계를 살펴볼 수 있는 사례이다. 시멘트 공장이 들어서면서 마을의 성격이 근대 공업 마을로 바뀐 강원 영월군 한반도면 쌍용마을은 노동자들의 술 문화와 지역 이야기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이제 몇 안 되는 섬마을 양조장인 전남 여수시 화정면 개도ㆍ낭도 양조장, 누룩마을로 유명한 부산광역시 금정구 금정산성마을의 조사 이야기 속에서는 고난의 근현대 시기 역사와 민속주 1호로 지정되기까지의 과정 등을 볼 수 있다.

 

양조장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양조장 운영자들의 생애사를 중심으로 풀어내었다. 조사 결과, 다른 제조업에 견주어 가업으로 대를 이어 운영하는 사례를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또한, 2008년 막걸리 열풍 이후 새롭게 양조장을 운영하거나 위탁하거나 운영을 중단한 양조장을 다시 시작한 사례도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과거 한국 농촌에서 ‘부자’라 하면 양조업자와 정미업자가 떠오를 만큼 양조업자는 지역사회 내 엘리트층으로 자리 잡은 경우가 많았는데, 현재 양조장 운영자들 역시 지역사회 활동에 많이 참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양조장과 우리 술 문화에 대한 지속적 관심 기대

 

이번 보고서는 양조장을 통해 근현대 시기 급격히 변용된 우리 술 문화의 양상과 양조장의 보편성과 지역적 특수성을 살펴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960년대 초반 4,000곳이 넘던 막걸리 양조장은 1970년대 대단위화 통합 정책과 1980년대 이후 오랜 침체기를 거쳐 현재 약 660여 곳으로 줄어들었다. 2008년 ‘막걸리 열풍’으로 전통주와 양조장 관련 제도를 정비한 이후 양조장이 다시 도약하고 있지만, 여전히 학술계와 대중의 관심은 부족한 실정이다. 이번 보고서를 통해 우리 술 문화와 양조장을 다시금 주목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