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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처럼 딱딱한 배가 열리는 돌배나무

[한국의 자원식물 이야기 11]

[우리문화신문=이영일 생태과학연구가]  돌배나무[학명: Pyrus pyrifolia (Burm.f.) Nakai]는 장미과의 ‘낙엽큰잎작은키나무’다. 돌처럼 딱딱한 배가 열리는 나무에서 이름이 붙여졌다. 꼭지돌배나무, 돌배, 산배나무, 돌산돌배나무, 문배나무, Korean-pear, Sand-Pear라고도 한다. 한약명은 이수근(梨樹根), 산리(山梨)이다. 목재는 가구재, 기구재(器具材)로 쓰이는데, 해인사 팔만대장경 경판 제작에 쓰였다는 기록도 있다.

 

 

 

나무는 정원수나 분재용으로 많이 애용된다. 배나무 접목의 대목(臺木)으로 쓰인다. 유사종 산돌배나무(P. ussuriensis Maxim)는 돌배나무에 견줘 잎에 예리한 바늘 모양 톱니가 있으며, 열매에 꽃받침이 떨어지지 않고 남아 있다. 꽃말은 참고 견딤이다.

 

청도의 상리 돌배나무(경상북도 기념물 제119호)는 청도김씨의 시조인 영헌공(英憲公) 김지대(金之岱, 1190∼1266)의 무덤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세운 집인 염수제(念修齊) 앞뜰에 자라고 있다. 나이는 약 200년, 높이는 18m, 둘레는 3.68m로 경상도에서 보기 드문 노거수이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돌배나무는 대부분 벌목되어 거목은 그리 흔치 않으나 청도김씨 대종친회에서 잘 관리해 온 까닭에 고유의 수형을 유지하고 있으며 생육상태도 양호하다. 다른 지역의 나무에 견주어 열매가 크며 신맛이 강해 돌배나무의 변종 연구에 귀중한 학술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배꽃은 진분홍의 복사꽃, 연분홍의 벚꽃과 같은 나무처럼 도발적인 화려함이나 요염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대신 흰빛이 갖는 고고함에 덧붙여 다소곳하면서도 마치 소복에 숨겨진 청상과부의 어깨선 마냥 배꽃은 애처로움이 배어 있고, 때로는 아쉬움이 묻어 있는 그런 느낌이다. 그래서 과일나무이면서도 꽃으로 뭇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지도 모른다. 조선 명종 때의 부안 명기 매창은 한 번 떠난 후 소식이 끊긴 연인 유희경을 두고 이런 시 한 수를 남긴다.

 

“이화우(梨花雨) 흩날릴 제 / 울며 잡고 이별한 님 / 추풍낙엽에 저도 날을 생각하는가 / 천 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하노매”

 

중부 이남 표고 700m 이하의 산에서 자란다. 높이 5∼20m이고 나무껍질은 회흑자색이다. 잎은 달걀모양 긴 타원형ㆍ달걀모양ㆍ넓은 달걀모양이고 끝은 뾰족하며 밑은 둥글거나 심장밑 모양이다. 잎 길이는 7∼12cm이고 뒷면은 회록색이며 털이 없고 가장자리에 침 같은 톱니가 있다. 잎자루는 길이 3∼7cm이다.

 

꽃은 4∼5월에 백색으로 피고 지름 3cm 정도이다. 꽃받침조각은 끝이 길게 뾰족하고 꽃잎은 달걀모양 원형이며 수술은 약 20개 암술대는 4∼5개이다. 열매는 지름 3cm로 둥글고 다갈색이며 10월에 익는데 꽃받침은 떨어진다.

 

 

 

뿌리와 가지는 기침 가래, 열병, 폐결핵, 변비에 효능이 있다. 줄기껍질을 봄에 채취하여 햇볕에 말려서 30g을 물 700㎖에 넣고 달여서 마신다. 열매는 늦여름~가을에 거두어 생으로 또는 햇볕에 말려서 쓴다. 변비에 생즙을 내어 마시거나 같은 양의 흑설탕에 재워서 효소를 만든 뒤 물에 타서 먹는다.

 

한방에서는 독성 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화농성 골수염에 열매를 짓찧어 붙이거나 어혈을 푸는 데 쓴다. 민간에서는 갈증해소와 변비에 사용하고, 삶은 후 즙을 내어 먹으면 버섯중독, 구토 증세에 효용이 있다고 한다. 전라도 지방에서는 기침이 심할 때 배 속을 비우고 꿀을 넣어 달여 먹는다. 충청도 지방에서는 더위 먹었을 때 열매의 껍질을 달인 물을 마신다고 한다.

 

열매가 익으면 따서 1달 동안 재운 다음 연해진 과실로 먹으면 달면서 향기가 매우 좋다.

 

[참고문헌:《원색한국식물도감(이영노, 교학사)》, 《한국의 자원식물(김태정, 서울대학교출판부)》,《 우리나라의 나무 세계 1(박상진,김영사)》「문화재청 문화유산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