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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한 노동을 상징하는 산사나무꽃

[한국의 자원식물 이야기 13]

[우리문화신문=이영일 생태과학연구가]  산사나무[학명: Crataegus pinnatifida Bunge]는 장미과의 ‘낙엽큰잎작은키나무’다 아가위나무, 찔구배나무, 질배나무, 동배나무, 애광나무, 산사, 찔광이, 야광나무, 뚱광나무, 이광나무, 산리홍, 산조홍, 홍과자, 적과자(赤瓜子), 산표자(山票子), 적조자(赤棗字), 아그배나무, 질구나무, 돌배나무라고도 한다. 한약명은 산사자(山査子)다.

 

 

 

넓은잎산사(var. major)는 잎이 크고 얕게 갈라지며 열매 지름 약 2.5cm이고, 좁은잎산사(var. psilosa)는 잎의 갈래조각이 좁으며, 가새잎산사(var. partita)는 잎이 거의 깃꼴겹잎같이 갈라지고, 털산사(var. pubescens)는 잎의 뒷면과 작은꽃자루에 털이 빽빽이 나며, 자작잎산사(for. betulifolia)는 잎이 갈라지지 않는다. 원예종으로 개량한 겹꽃종들을 정원수로 많이 심고 있다. 관상용, 약용, 식용이다. 꽃말은 ‘유일한 사랑’이다.

 

서울 영휘원(永徽園, 대한제국 고종황제의 후궁인 순헌황귀비 엄씨의 무덤) 산사나무는 천연기념물 제506호로 지정되어있다. 높이 9.0m, 가슴높이 둘레 2.0m에 나이는 150년으로 추정되는 노거수(老巨樹)이다. 한 아름이 훨씬 넘는 큰 규모에 줄기의 골 모습도 특징적이고 수형 또한 아름다워 우리나라 산사나무를 대표하며, 엄귀비의 무덤 앞에 있는 문화적 가치도 있다.

 

 

문화재 노거수는 크기가 큰 은행나무ㆍ소나무ㆍ느티나무 등 당산목 위주로 보존되고 있지만, 민속생활과 함께 해온 다양한 종류의 전통나무들이 생활양식의 변화로 이용이 줄면서 방치되거나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영휘원 산사나무는 생활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는 전통나무 가운데 수종을 대표할만한 우수한 자원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현재는 산사나무 중 이 나무만큼 크게 남아있는 것이 거의 없을 정도로 드물게 되었다.

 

유럽 사람들에게는 수많은 전설을 가진 민속나무로 알려져 있다. 고대 희랍에서의 산사나무는 희망의 상징으로서 봄의 여신에게, 로마 사람들은 꽃의 여신에게 바쳤다. 지금도 5월 1일이면 산사나무 꽃다발을 만들어 문에 매달아 두는 풍습이 있다. 영국에도 산사나무에 얽힌 전설이 많이 남아있으며, 5월이 되면 태양숭배를 상징하는 축제를 열고 온종일 야외에서 춤을 추면서 보낸다고 한다.

 

이때쯤 활짝 피는 산사나무 꽃은 5월의 상징이었다. 1890년 근대 노동운동의 시작을 알리는 노동절 행사가 5월 1일로 정해지자 산사나무 꽃은 자연스레 신성한 노동을 상징하는 꽃이 되었다. 그래서 영어 이름은 ‘메이플라워(May flower)’, 곧 오월의 꽃이다. 산사나무 꽃은 행복의 상징이었으며, 아테네의 여인들은 결혼식 날 머리를 장식하는 데 이용했다. 로마에서는 산사나무 가지가 마귀를 쫓아낸다고 생각하여 아기 요람에 얹어두기도 했다.

 

 

원산지는 한국이고 일본, 중국 등에 분포하며 전국의 산지에서 자란다. 높이 3∼6m이다. 나무껍질은 잿빛이고 가지에 가시가 있다. 잎은 어긋나고 달걀 모양에 가까우며 길이 6∼8cm, 나비 5∼6cm이다. 가장자리가 깃처럼 갈라지고 밑부분은 더욱 깊게 갈라진다. 양면 맥 위에 털이 나고 가장자리에 불규칙한 톱니가 있으며 잎자루는 길이 2∼6cm이다.

 

꽃은 5월에 흰색으로 피고 산방꽃차례에 달린다. 꽃잎은 둥글며 꽃받침조각과 더불어 5개씩이다. 수술은 20개, 암술대는 3∼5개, 꽃밥은 붉은색이다. 열매는 둥글며 흰 반점이 있다. 지름 약 1.5cm이고 9∼10월에 붉은빛으로 익는다.

 

 

 

한방에서 감기, 기침, 건위, 소화, 진통, 지사, 이뇨 등의 효능을 가지고 있어서 소화불량, 식중독, 식체, 장염, 요통, 월경통, 산후의 하복통 등에 처방한다. 민간에서 산사떡[山寺餠)이나 산사정과[山寺正果]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물엿으로 조려서 과자를 만들며 육류를 먹고 난 뒤에 산사나무 열매를 넣어 끓인 죽을 먹는 풍습이 있다. 이것은 소화를 돕기 위한 것이다. 유럽에서는 열매를 크라테거스(Crataegus)라고 하여 강심제로 쓴다.

 

[참고문헌 : 《원색한국식물도감(이영노, 교학사)》, 《한국의 자원식물(김태정, 서울대학교출판부)》, 《우리나라의 나무 세계 1(박상진, 김영사)》, 「문화재청 문화유산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