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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명리학적 의미

1편 입문 1장 도입 2
[과학도가 본 명리학 3]

[우리문화신문=안승열 명리학자]  우리는 살면서 자신의 의지로 어쩌지 못하는 일들을 여러 차례 경험한다. 우리의 의지적 노력을 무색케 하는 이 같은 초인적 또는 초자연적인 힘의 원천을 운명이라 하며 우리의 삶을 좌우하는 길흉화복(吉凶禍福)의 사건은 대부분 이러한 운명이 유인한 결과이다. 운명에는 분명 길운도 있으나 대체로 생사 등 인간 궁극의 문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때 이를 운명이라 여기는 경향이 있다.

많은 사람이 운명에 의한 길흉의 사건을 신의 뜻으로 받아들이지만, 오히려 여하한 수단으로 이를 저지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운명은 존재의 근본을 흔들어 왔지만, 인간은 과학과 기술의 진보에 힘입어 점점 더 많은 운명을 감당할 수 있게 되었다.

 

빅뱅이론에 따르면 우리 우주는 완벽한 대칭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영원할 것 같았던 대칭에 어느 순간 미세한 요동이 생기고 짧은 찰나의 순간*에 중력에너지를 필두로 에너지의 4분화가 시작되며 물질이 생기게 된다. 이어서 급격한 팽창(inflation)과 천지개벽의 대폭발이 일어나고 진화와 진화로 그 끝*을 알 수 없는 오늘의 우리 우주가 되었다. 이를 명리학의 우주관으로 풀이하면, 대칭은 일상용어로 무(無)가 가장 가까운 말이 되겠고 미세한 요동은 후천의 씨앗인 태극, 분화된 에너지와 물질은 후천의 천간 지지로 보면 되겠다.

 

 

인간계도 출생을 기점으로 선천과 후천으로 구별된다. 생명의 발생부터 시작한다면 한 인간의 출생은 모든 연(緣)이 총체적으로 집적된 사건이며 그 순간 그에게 우주가 생기는 엄청난 사건이다. 선천은 출생 전 나의 출생을 있게 한 시절이다. 가깝게는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가 되겠지만 그 이전부터 수많은 우연과 인연의 에너지가 있었다. 예컨대, 부모의 성품이나 능력, 빈부 그리고 타고난 나의 성별, 신체의 강약, 현우(賢愚, 어짊과 어리석음), 재능, 인성 등은 출생 전에 주어진 조건이라 내 의지로 어쩌지 못하는 것이지만, 문제는 이러한 선천 조건이 후천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같이 선천에서 주어진 조건을 운명이라 하며 많은 경우 이러한 조건들이 후천의 삶을 지배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열등한 조건을 극복하고 빛나는 업적을 남긴 위인들을 보거나 원시에서 현세로 이어진 인류 문명의 발전사를 보면 운명이 초래하는 흉화의 사건을 극복한 사례가 무수히 많다. 초인적인 힘의 원천을 운명이라 했는데, 운명을 극복한 사람들을 보면 그야말로 초인적인 노력을 해온 것이다.

 

인류의 문명은 초인적인 힘의 기준을 계속 밀어 올리면서 이루어졌다. 우주는 완벽한 대칭에서 운명이 이끄는 대로 무질서*를 증가시켜 왔지만, 생명체는 그 가운데서도 지혜로운 의지로 충만한 인간은 운명을 극복하며 자신과 자신이 속하는 계(system)의 질서를 회복하고 오늘의 문명을 이루어 왔다. 이는 “선천의 운명이 후천의 길흉화복을 유인하는 힘에는 강약이 있으니 이 힘보다 더 큰 힘으로 노력하면 운명의 힘을 저지하거나 선도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지구에 생명이 생겨난 지 약 35억 년의 시간이 지났으며 그동안 수많은 종의 흥망성쇠가 있었다. 현생 인류도 언젠가는 쇠락과 맞서게 될 것이다. 우주과학자 들은 인류 문명의 수명을 이백만 년 미만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이렇게 피하기 어려운 운명을 숙명(宿命)이라고 한다. 숙명은 그 힘이 막강하여 그것으로 인한 흉화를 피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이의 극복을 포기하고 숙명을 받아들인다면 인간의 향상심은 타락하고 말 것이며 흉화를 피할 가능성은 더욱 적어질 것이다. 숙명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 힘도 인간의 노력 여하에 따라 극복 또는 최소한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 명리학의 주장이다.

 

 

 

체용론(體用論)

 

명리학은 *관념으로 보아야 제 모습을 볼 수 있는 학문이다. 운명과는 다소 별개의 논지이지만 자주 나오는 용어이니만치 지면이 가능한 한 이참에 관념론의 진수인 체용론을 한번 들여다 보겠다. 간단히 생명체를 중심으로 체와 용의 관계를 살펴보자. 생명체는 타고난 속성 예컨대 몸과 그것의 기능을 갖추고 있다. 전자를 체라 하고 후자를 용이라고 한다. 용은 일단 체를 따르지만, 상황 조건에 따라 용이 체를 바꾸기도 한다.

 

체용론의 좋은 예로 하는 일에 따른 신체의 변화를 들 수 있다. 오랜 시간 악기를 다루어온 손과 격투기로 발달한 손은 그 용에 따라 체인 손이 바뀐 좋은 예이다. 인체의 가장 큰 변화는 네 발로 걷다가 두 발로 보행하면서 일어난 체의 변화다. 중력을 극복하기 위해 뒷다리의 근육은 강하고 크게 발달하였고 앞다리는 세밀한 일에 적합한 작은 근육의 손이 되었다.

 

 

용의 반복적인 요구에도 체를 바꾸지 못하는 종은 결국 사라진다. 현생인류는 체를 바꾸어서 진화한 대표 종이다. 체용론과 진화론은 모두 같은 답을 추구하지만, 그 방법이 다르다. 체용론은 관념에 의지하며 진화론은 실증에 의지한다. 요점은 관념 논리에 의지하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실험이나 실증 없이도 사실관계를 밝혀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진화론과 비교할 때 체용론은 그 정교함이나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약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찰나의 순간- 현대 물리학으로 인식 가능한 찰라의 순간은 빛 알갱이가 존재 가능한 공간을 빛이 지나는데 걸리는 시간이다.

 

*우주의 끝- 우주의 나이가 137억 살이니 최초에 만들어진 빛은 137억 년 동안 달렸을 것이다. 그러므로 인식 가능한 우주의 최대 크기는 137억 광년(=빛이 137억년 동안 간거리)이다. 이것이 우리 우주의 실제 크기일까? 그렇지 않다는 것이 우주 물리학자들의 답이다. 우주는 초기에 빛보다 빠른 속도로 공간 자체가 대폭 확장(inflation) 되었다. 최대 900억 광년이라고 보는 과학자도 있다.

 

*무질서도- 원어는 entropy, 우리말로 “마구잡이도”라 한다. 계(system)의 무질서한 정도. 예컨대, 큰 분자가 여러 개의 작은 분자로 부서지는 것, 고체가 녹는 것, 액체의 증발, 순수한 물질들이 서로 섞이는 것 등이 마구잡이도 증가의 대표적인 예이다. ‘마구잡이도’ 관점에서 소우주인 인간과 우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우주전체의 마구잡이도는 계속 증가하지만, 생명체 예컨대, 식물은 동물의 폐기물인 탄산가스로 녹말을 만들고 동물은 뭇 영양소를 조합해서 경이롭게도 근육., 뼈, 뇌 조직을 만들어낸다. 생명체는 질서 회복의 진수를 보여준다. 인간 문명이야말로 보잘것없는 개개의 물질들을 조합해서 마구잡이도를 감소시킨 결과물이다.

 

※ 이어지는 연재는 ‘명리학의 발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