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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복수초는 얼음새꽃, 큰개불알꽃은 봄까치꽃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284]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며칠 전 국립공원공단에서 보내온 보도자료에는 “국립공원 봄꽃…복수초 시작으로 작년보다 보름 빨라”라는 제목이 보였습니다. 지금 온 나라는 코로나19로 온통 난리입니다만 자연은 태연하게 봄을 맞이합니다. 여기서 복수초라는 꽃 이름을 처음 듣는 사람들은 “꽃이 복수를 하나?”라면서 고개를 갸우뚱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여기서 ‘복수’는 원한을 갚는 복수(復讐)가 아니라 복수(福壽) 곧 복과 목숨을 뜻하는 것으로 일본 사람들이 부르는 이름을 그대로 따라 부르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 ‘복수초’ 대신 ‘얼음새꽃’으로 부르는 이들이 늘어납니다.

 

 

예쁜 우리말 이름을 놔두고 일본식을 따라 부르는 것은 큰개불알꽃, 개불알꽃, 며느리밑씻개, 도둑놈의 갈고리 따위도 있습니다. 《창씨개명된 우리 풀꽃(인물과사상사)》을 펴낸 이윤옥 작가는 “푸른 꽃잎이 4장 달린 ‘큰개불알꽃’은 유럽이 원산지로 아시아, 북아메리카, 오세니아 등에 귀화식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일본에 최초로 정착이 확인된 것은 1887년 명치 때 일이다. 열매가 개의 음낭을 닮았다고 해서 “일본 식물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마키노 토미타로우(牧野 富太郎 1862~1957)가 이누노후구리(犬の陰嚢, イヌノフグリ)라는 이름을 붙인 것을 한국인들이 가져다 “개불알(꽃)”로 부르는 것이다. “큰개불알꽃”은 일본말 “오오이누노 후구리(大犬の陰嚢)다.”라고 말합니다.

 

요즘 많은 누리꾼은 큰개불알꽃 대신 봄까치꽃, 개불알꽃 대신 복주머니난(꽃)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늦었지만 예쁜 이름으로 다시 살아나 기쁜 마음이 듭니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이렇게 유쾌하지 않은 이름이 아니어도 오랫동안 써왔으니까 그대로 불러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우리말로 된 예쁜 꽃 이름을 놔두고 일본말을 굳이 쓰려는 것은 민족의식이 없는 탓이 아닐까요? 한현수 시인은 얼음새꽃을 두고 “모진 겨울의 껍질을 뚫고 나온 / 핏기 어린 꽃의 날갯짓을 봐‘라며 노래합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꽃에는 예쁜 우리말 이름을 써주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