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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전령이며 신선이 먹는 열매, 산수유

[한국의 자원식물 이야기 18]

[우리문화신문=이영일 생태과학연구가]  산수유[학명: Cornus officinalis S. et Z.]는 층층나무과의 ‘낙엽이 지는 넓은 잎 키 작은 나무’다. 산수유(山茱萸)는 ‘산에 사는 쉬나무’를 뜻한다. 곧 수유(茱萸)는 나무의 열매가 빨갛게 익는 데서 수(茱)자가 유래되었고, 싱그러운 열매를 생으로 먹는 게 가능하다는 뜻에서 유(萸)자가 유래 되었다. 열매를 식용으로도 이용하기 때문에, 산에서 자라는 수유라는 뜻에서 산수유(山茱萸)라고 한다. 한약명도 산수유이다.

 

석조(石棗), 촉조(蜀棗), 촉산조(蜀山棗), 육조(肉棗), 실조아수(實棗兒樹), 홍조피(紅棗皮) 등 여러 한자 이름이 있는데, '조'라는 글자는 대추나무 조(棗)자다. 아마 열매가 대추를 닮은 데서 유래된 듯싶다. 다른 이름으로는 계족(鷄足), 산채황(山菜黃), 춘황금화(春黃金花), 추산호(秋珊瑚), 오유, 오수유라고도 부른다. 열매가 멧대추처럼 작아서 중국의 ‘촉(蜀)나라에서 사는 신맛의 대추’ 곧 촉산조(蜀酸棗)라 불렀다. 명대(明代)에는 육조(肉棗)라고 불렀다. 속명 코르누스(Cornus)는 ‘뿔’이라는 뜻의 라틴어 코르누(Cornu)에서 유래하며, 나무의 재질이 무겁고 단단하다는 뜻이다. 종명 오피시날리스(officinalis)는 ‘약효가 있다’는 뜻 이다.

 

산수유는 잎이 나오기 전 이른 봄날 다른 어떤 나무보다 먼저 샛노란 꽃을 잔뜩 피운다. 손톱 크기 남짓한 작은 꽃들이 20~30개씩 모여 조그만 우산 모양을 만들면서 나뭇가지가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뒤덮는다.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심어서 키우고 있으며, 수십 그루 또는 수백 그루가 한데 어울려 꽃동산을 이루는 모습은 새 생명이 움트는 봄날의 가장 아름다운 풍광 가운데 하나다.

 

 

 

 

 

여름날의 초록에 묻혀버린 산수유는 지나치기 쉽지만, 가을의 붉은 열매와 이른 봄날의 노란 꽃으로 1년에 두 번 우리를 즐겁게 해준다. 농가 주변에서는 산수유가 산지에서는 생강나무가 이르게 노란 꽃망울을 터뜨려서 봄을 알리는 전령의 꽃이다. 꽃말은 ‘영원불변의 사랑’이다.

 

중국으로부터 도입되어 심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1970년에 광릉지역에서 자생지가 발견되어 우리나라 자생종임이 밝혀진 약용수이다. 산골짜기에 얼음이 풀리고 아지랑이가 피는 3월 중순 무렵이면 화사하고 노오란 꽃이 피어 약 보름 동안 계속되며 가을에 진주홍색으로 익는 열매가 겨우내 붙어 있는 아름다운 관상수이다.

 

가지마다 줄줄이 매달려 있는 산수유 붉은 열매 사이로 올려다보는 가을 하늘은 유난히 맑다. 구름 한 조각이라도 떠 있다면 정말 환상적이다. 가까이 가서 열매를 엄지와 검지로 살살 만져본다. 탱탱한 육질에 매끄럽고 곱디고운 붉은 살결이 아름다운 청춘의 상징처럼 느껴진다. 산수유가 1년 가운데 가장 고혹적인 모습일 때다. 강렬한 붉은색으로 새들을 꼬여내어 자손을 널리 퍼뜨리겠다는 계산이 있어서다.

 

 

 

가을이면 붉은 열매가 열리는 나무가 여럿 있다. 새들을 꼬이는 방법을 전문화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밀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산수유는 가을에 들어서자마자 아직 파란 잎사귀를 그대로 달고서 남보다 먼저 붉은 열매를 매단다. 물량공세도 동시에 편다. 수천수만 개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열매가 온통 나무를 뒤덮어 버린다. 이래도 날 쳐다보지 않겠냐는 적극적인 애정공세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산수유의 열매는 신선이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옛날에 효심이 지극한 소녀가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늙은 아버지가 불치의 병에 걸리고 말았다. 소녀는 정성껏 아버지를 간호했지만, 병은 낫지 않고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 그래서 뒷산에 올라가 정성껏 기도했더니 신령님은 그 효심에 감복하여 산수유 열매를 주셨다. 소녀는 신령님이 주신 산수유 열매를 정성껏 달여 아버지께 드렸더니 신기하게도 병이 나았다는 이야기다.

 

한국, 중국 원산, 한국 중부 이남의 전남 구례 산동면, 경기 이천시 백사면 등에서 많이 자라고 있다. 줄기는 높이 5~12m, 가지가 많이 갈라진다. 줄기가 오래되면 껍질 조각이 떨어진다. 잎은 마주나며, 달걀꼴 또는 긴 달걀꼴로 길이 4~10cm, 폭 2!6cm, 끝이 날카롭게 뾰족하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잎 앞면은 녹색, 털이 난다. 뒷면은 연한 녹색 또는 흰빛이 돌며, 털이 난다. 잎자루는 길이 5~10mm이며, 털이 난다.

 

꽃은 3~4월에 잎보다 먼저 피는데, 꽃대 끝에 20~30개의 많은 꽃이 우산살처럼 피며, 지름 4~5mm, 노란색이다. 꽃자루는 가늘고, 길이 1cm쯤, 털이 난다. 열매는 핵과이며, 긴 타원형, 길이 1.0-1.5cm, 붉게 익는다.

 

 

 

산수유 열매는 씨를 발라낸 뒤 솥에 넣고 쪄서 햇빛에 잘 말린 다음 사용한다. 이 열매를 산수유(山茱萸)라 하는데 간과 신장을 튼튼히 하고 원기와 혈을 보하며, 혈압을 내리고 염증을 가라앉히는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동의보감》에는 “음(陰)을 왕성하게 하며 원기를 보하고 성기능을 높이며 음경을 단단하고 크게 한다. 또한 정수(精髓)를 보해 주고 허리와 무릎을 덥혀 주어 신[콩팥:腎臟]을 돕는다. 오줌이 잦은 것, 늙은이가 때 없이 오줌 누는 것, 두풍과 코가 메는 것, 귀먹는 것을 낫게 한다.”라고 했다.

 

이처럼 산수유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전형적인 정력 강장제다. 두통, 이명(耳鳴), 해수병, 해열, 월경과다 등에 약재로 쓰이며 식은땀, 야뇨증 등에 민간요법에도 사용된다. 또한, 잘 말린 산수유를 주전자에 넣고 보리차 만들듯이 끓여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차로 마시면 매우 좋다.

 

[참고문헌 : 《원색한국식물도감(이영노, 교학사)》, 《한국의 자원식물(김태정, 서울대학교출판부)》, 《우리나라의 나무 세계 1(박상진, 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