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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얼 석탑, 사진ㆍ시조로 다가가기

산청 내원사 삼층석탑(보물 제1113호)

뒷짐 진 채 탑은 걷고
[천년의 얼 석탑, 사진ㆍ시조로 다가가기 40]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산청 내원사 삼층석탑

 

                            -  이달균

 

       뒷짐 진 채 탑은 걷고

       절은 그저 못 본 척

       때 이른 산천재

       남명매 진다고

       그래도 비로자나불

       아는 듯 모르는 듯

       부처는 산을 보는데

       보살은 안개를 본다

       물은 갇혀 있어도

       연꽃을 피워내고

       흘러서 닿을 수 없는

       독경소리만 외롭다

 

 

벗들의 전화음도 저 홀로 길을 잃을 때, 머뭇거리지 말고 지리산 내원사 가자. 그곳에 닿기 전, 남명 조식이 기거하던 산천재에 남명매(南冥梅) 진다 하여 잠시 들렀다. 그 여정에 있어 남명매가 덤인지 내원사 석탑 구경이 덤인지 굳이 선후를 잴 필요는 없을 듯하다. 내원사는 산청군 삼장면 장당골과 내원골이 합류하는 곳에 다소곳이 앉아 있다. 되도록 여름은 피하고 봄가을 혹은 초겨울쯤이면 더 좋다. 장당골 계곡을 건너는 작은 다리가 반야교다. 비 온 뒤라면 이 다리 위에서 물안개가 피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탑은 대웅전 앞에 서 있다. 원래 흰빛이었을 화강석은 불에 타 황갈색을 띠고 있으며 도굴꾼에 의해 훼손 상태가 심하여 원래의 미려한 모습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어디 번듯한 탑만 탑이랴. 오면서 본, 지고 있는 매화도 꽃은 꽃이었다. 지리산 산안개에 상륜부가 감춰진 얼룩얼룩한 탑, 그 범박한 아름다움에 흐뭇해진다.(시인 이달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