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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행운을 고대하다가도 문득

네 잎 클로버를 연인에게 주는 행복에 만족하자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46]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친구가 복권을 산다고 하기에 옆에 서 있다가 나도 모르게 2천원을 꺼내어 그 친구보고 사달라고 했다. 나는 복권에 당첨되는 그런 행운은 없는 사람이기에, 평소 돈을 잘 만지고 돈도 잘 버는 친구의 손기운을 받아보고 싶었던 것이다. 내가 왜 이럴까? 무엇때문에 되지도 않을 일을 기대하고 있는가? 당첨이 되어 일확천금을 하면 그것을 감당이나 할 수 있는가? 그런데도 왜 복권에 손을 대는가? ​

 

한 참 전에 휴일 아침에 집 근처 숲속을 산책하던 적이 있었다.​

 

한 시간 남짓 걸었기에 허리가 조금 아파서 허리도 펼 겸 잠시 길옆에 주저앉아 눈에 띄는 클로버 덤불 속을 눈으로 훑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있었다. 비록 완전하지는 않지만 네 개의 잎이 달린 클로버가 있었다. 하나를 찾아서 집사람에게 주니 집사람도 자기도 찾았다며 즐거워한다. 다시 보니 그 옆에 또 있었다. 그 옆에도 또. 이런 추세라면 더 찾을 수 있겠지만 나는 거기서 그만하자고 제의했다. 우리 식구가 4명인데 더 찾아서 무엇하랴. ‘행운의 네 잎 클로버도 너무 많으면 행운이 아니지 않은가?’라는 생각이었다.

 

 

프로 바둑기사가운데 묘수를 잘 두는 분이 있었다. 과거 7단인가, 8단인가 하던 시절에 보면, 늘 어려운 형편에서 묘수를 잘 찾아내기로 유명하시다. 그런데 그 분의 프로기사로서의 성적은 썩 좋지 못했다. 주위에서의 얘기는 묘수라는 것은 형편이 어려울 때, 상황이 어려울 때에 타개책으로 나오는 것인 만큼 그만큼 바둑이 잘 풀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방증이 아니겠냐는 것이다. 곧 바둑이 어려우니까 상대적으로 묘수를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묘수도 일종의 행운의 수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로또에 대한 열풍이 광풍으로 바뀌어 분지가 오래되었다. 토요일에 있은 로또 추첨에서는 20억이 넘는 돈을 받는 우승자들이 복수로 나온다. 어떨 때는 수백억이 넘는 큰돈을 받는 때도 있었다. 얼마나 큰 돈인지 짐작도 가지 않지만 그런 큰 상금도 일생에서 보면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는데, 그 행운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닐 수 있다는 우려가 늘 따라다닌다.

 

로또 초창기에 400억인가를 받은 한 경찰은 잠적을 해서 지금까지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를 모르는데 나름대로 십일조에 해당하는 30몇 억을 주위의 동료와 후배들을 위해 내놓기는 했지만, 그분은 완전히 우리 사회에서 사라지셨다. 큰 돈이 갑자기 생기면 지금까지 살고 있던 밝은 세상을 뒤로 하고 어두운 세상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다는 점이 이 같은 로또행운의 가장 큰 그림자다.

 

 

 

행운이란 무엇인가?

 

정말로 가장 좋은 행운은 그것을 행운으로 여길 정도로 조그맣고 알찬 것이어야 한다고 본다. 너무 큰 행운은 인생의 큰 짐이자 시험이며 때로는 횡액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예전 주택복권처럼 상금의 규모가 몇 억 차원에서 머물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한꺼번에 몇 백억씩 타가는 로또복금은 그 자신으로 보나 사회적으로 보나 받는 사람들에게는 기쁨이겠지만 어찌 보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전에 잠깐 영국에 머물렀을 때 그곳에도 로또를 실시했지만, 일등 상금이 10~20억 정도에 머물었는데, 그것은 그만큼 로또를 사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뜻이다. 물가 수준을 보면 그리 많은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한 번만 복금이 이월되면 수백억으로 뛰는데 그것은 전국에서 그만큼 복권에 대한 광풍이 세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네 잎 클로버를 찾아서 연인에게 주는, 정말 조그만 행운을 찾고도 기뻐하는 수준에서 살아왔던 우리들에게 로또는 너무 크고 지나친 행운이기에 그것은 행운이 아니라 일종의 횡액이자 재앙으로 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다시 생긴다. 로또 같은 것에 당첨되면 흔히 돈벼락을 맞았다고 하는데 벼락이란 말에는 횡액이라는 뜻도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니던가? 최근에 부쩍 당첨자들의 그 이후 가정에 문제가 생겼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어서 더욱 그렇다.

 

 

매주 생기는 수십억짜리 커다란 행운의 주인공들이 모두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하기는 하지만 그 지나친 행운이 부럽지 않은 이유도 분명히 있는 것이다.​

 

추신) 그러나 주말이 지나고 지갑 속에 넣어두었던 복권을 꺼내어 번호를 맞추어 본 이후 나는 아무 말도 없이 쓰레기통 속으로 뭔가를 던지고 있었다. 그러니까 말이야. 누가 뭐래. 어휴! 그런데 이때 1등 복금이 20억 원에 달하는 당첨자가 10명이 넘게 나왔단다. 다들 어떻게 되실지 축하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