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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람선 너머 물을 보는 시인

[‘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7]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우리는 간송미술관에서 신윤복의 그림 ‘주유청강(舟遊淸江)’ 곧 맑은 강에서 뱃놀이하는 모습을 본다. 그림 속의 화제(畵題)에는 “젓대소리 늦바람으로 들을 수 없고, 백구만 물결 좇아 날아든다.(一笛晩風聽不得, 白鷗飛下浪花前)”라며 이날의 풍경을 전해준다.

 

녹음이 우거지고 산들바람이 일어나자 두서너 명의 양반들이 한강에 놀잇배를 띄우고 여가를 즐긴다. 호화스러운 배도 아니다. 꾸미지 않은 일엽편주(一葉片舟) 곧 한 척의 작은 배에 차일(遮日)을 드리우고 풍류를 즐기고 있다. 뱃전에 엎드려 스치는 물살에 손을 담가 보는 여인이나 턱을 고인 채 이 모습을 지켜보는 선비의 자태가 정겹다. 신록이 그늘진 절벽 밑을 감돌아 나가는 뱃전에서는 생황 소리와 젓대 소리가 어우러지고 잔물결은 뱃전을 두드리니 그야말로 선계(仙界)이리라.

 

하지만, 이런 선계도 그저 삿대질만 하는 뱃사공과 함께 묵묵히 흐르기만 하는 물결이 없으면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사람들은 그저 저 한 척의 작은 배와 그 배에서 유유자적 뱃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을 보고 있지만, 우리의 이상현 시인은 “꽃이 돋보이려면 흙이 있어야 하고 유람선은 묵묵히 흐르는 물이 늘 생명을 불어넣는다”라고 읊조린다. 저 유람선의 선계는 묵묵히 흐르는 물이 있어야 하지 않겠냐라며 눈앞의 단순한 풍경에서 만족하지 않고 그 뒤, 그 너머 잔잔한 철학을 얘기하고 있다. <우리문화평론가 김영조>

 

 

  이상현(시인)

 

  한국시인협회, 서울시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시집 《미소 짓는 씨ᄋᆞᆯ》,

  《밤하늘에 꽃이 핀다》

  누리편지 : shlee7777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