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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사진가 김효열은, 놀이공원이 좋았다

김효열 사진전 , 5월 26일부터 류가헌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출발선의 그들은 곧 쏘아 올려지기 직전이다. 쏘아 올려진 뒤의 느낌을 이미 알고 있는 비명이, 그들의 몸보다 먼저 허공을 앞지른다. 슬프고 두려울 때 지르는 외마디 소리가 아니라, 즐거운 비명. 하나의 입에서 상반된 두 개의 감정이 동시에 폭발하듯이, 분명 현실 공간 안에 있는 데도 현실이 아닌 것 같은 공간, 놀이공원이다.

 

 

어린 시절을 수원에서 보냈는데, 당시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놀이공원인 에버랜드가 집 가까이에 있었다. 보통의 아이들은 어린이날과 같은 특별한 날에나 갈 수 있는 그곳을 어린 효열은 자주 갈 수 있었다.

 

기구를 탈 때 바람이 지나가는 느낌이 좋았다. 기다리는 동안의 두근거림이 좋았고, 즐거운 비명이 좋았다.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소리를 질렀고, 행복해 보였다. 모든 기구와 장식이 행복이라는 하나의 방향성을 갖고 꾸며진 듯한 느낌이 좋았다. 사람들을 관찰하는 사이 문득 느껴지는 비스듬한 고독을 이해했다.

 

대학에서는 사진을 공부했다. 재학시절부터 촬영하는 일보다 촬영한 디지털 데이터를 물성을 지닌 한 장의 사진으로 바꾸는 과정에 관여하는 일에 더 흥미가 컸다. 호기심에 몰두했던 디지털프린트 작업이, 졸업 후에는 직업이 되었다.

 

 

 

 

생업의 틈틈이, 놀이공원을 다시 찾아가 사진을 찍기 시작한 것은 2008년부터다. 에버랜드와 롯데월드에 이어 2016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해외의 놀이공원들을 찾아다녔다. 대개의 사람이 덴마크 코펜하겐을 갔다가 그곳의 대표적인 관광지여서 ‘티볼리공원’을 찾는다면, 김효열은 코펜하겐에 있는 티볼리공원을 가기 위해 덴마크를 가는 식이다. 지금까지 모든 해나라 밖 여행을, 가고 싶은 놀이공원이 거기 있어서 거기에 갔다. 그렇게 찾아간 해외 놀이공원의 수가 70여 곳이 넘는다.

 

“첫날은 카메라를 들고 가지 않아요. 타보고 싶었던 놀이기구들을 하나씩 다 타보고, 다음날 카메라를 들고 다시 가서 그때의 느낌들을 떠올리며 사진을 찍습니다.” 그가 느꼈던 전율과 희열, 행복과 비스듬한 고독이 사진에 스며서인지, 부분을 자르거나 예각을 살려서 재구성한 그의 사진들은 어떤 예감들로 가득하다.

 

김효열이 사진으로 창조한 이 놀이공원의 이름은 <Klein Bottle 클라인 보틀>. 뫼비우스의 띠처럼 밖과 안을 구별할 수 없는 곡면(曲面)은, 현실과 환상이 이어진 놀이공원의 특성을 담고 있다. 과거를 현재 속에 존재케 하는 사진의 속성까지 가세한 김효열의 놀이공원이, 그가 잘하는 ‘디지털프린트’의 형태로 우리 앞에 펼쳐진다.

문의 : 02-720-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