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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의 자화상

[‘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10]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자 화 상

 

                                              이 승 룡

 

     지리산 법계사 부처님께 참배하고

     보시함 앞에서 지갑을 열어보니

     오만 원 한 장에다 천 원짜리 두 장

     고민하다가 슬그머니 이천 원을 넣었다.

 

     하산길 해우소에 볼일 보고 일어서다가

     아차, 이걸 어쩌나요?

     지갑을 똥통에 빠뜨린 속인(俗人) 한 명

 

     저기 터덜터덜 걸어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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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문화재 가운데는 여러 사람의 자화상이 있는데 그 가운데 국보 240호 공재 윤두서의 자화상은 정말 특별한 자화상이다. 그 까닭은 자화상에 있어야 할 두 귀, 목과 윗몸이 없는 괴기한 모습이어서 그렇다.

 

그런데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 보존과학실 연구팀이 적외선 투시 분석을 한 결과 윤두서의 자화상은 두 귀와 목과 상체의 윤곽이 뚜렷하게 남은 것은 물론 현미경으로 자화상 얼굴을 확대해 본 결과 화가가 생략한 것으로 알려졌던 양쪽 귀 또한 작지만 붉은 선으로 그린 사실도 밝혀졌다. 결국, 윤두서 자화상은 두 귀, 목과 윗몸이 없는 괴기한 그림이 아니라 온전한 그림으로 액자로 표구할 때 붙은 배접지의 문제 탓에 그저 사람들에게 안 보였을 뿐이다.

 

이승룡 시인은 시 ‘자화상’에서 부처님 보시함에 오만 원짜리가 아닌 천 원짜리 두 장을 넣은 한 속인이 해우소에서 볼일을 보다가 오만 원이 들어 있는 지갑을 그만 똥통에 빠트렸다고 말한다. 그리고는 터덜터덜 걸어갔다나. 그런데 알고 보니 그렇게 터덜터덜 걸어가는 속인의 얼굴에 시인 자신의 자화상이 떠 오르더라고 고백한다. 아니 그 속인의 얼굴엔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 떠오르는지도 모른다. 다만 윤두서 자화상의 두 귀처럼 안 보일뿐...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

 

 

이승룡 (시인)

 

제주출생

*서울문학 (시) 신인상

시집/ 어느 날 걸망을 메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