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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농사

도시의 한복판 조그만 화분에서라도 식물 기르기
[정운복의 아침시평 48]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저는 춘천댐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어려서부터 부모님의 땀방울에 의지하여 성장을 했지요.

밭 갈고, 씨 뿌리고, 김매고, 꼴 베고, 나뭇짐지고, 약치고, 물대고...

농사일을 안 해 본 것이 없습니다.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아무리 기계화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육체적 노동이 많이 필요하기도 하고

땅에 붙어사는 식물들인지라 앉은걸음으로 일을 하거나 허리를 구부려야 하는 일이 많으니

관절이나 무릎 허리에 무리가 가기도 하지요.

 

 

농사꾼에겐 요일의 개념이 별로 없습니다.

휴일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어서 비 오는 날이 휴일인 셈이지요.

그리고 일은 때에 맞추어서 해야 합니다. 일을 미루면 수확의 풍성함을 담보할 수 없지요.

하루하루가 잡풀과의 전쟁인데…. 그것도 쉽지 않습니다.

 

농작물을 심어 놓고 나면 일기에 민감해집니다.

비가 안 오면 안 오는 대로 걱정이고

많이 오면 많이 오는 대로 걱정입니다.

햇볕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으니 피부가 거칠어지는 것은 덤입니다.

 

이런 어려움이 많이 있는데도 농사를 짓는 이유가 있습니다.

웰빙이나 웰다잉을 이야기하는 시대에 건강한 먹거리를 스스로 심어 먹는 행복이 있고

커가는 농작물을 보면서 삶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되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며

과정의 꼼수가 존재하지 않는 정직과 때의 기다림을 배울 수 있고

노동이 힘든 것만은 아니어서 과정을 통해 겸손을 배울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자연이 주는 선물이 나의 수고에 비하여 너무 많다는 것이고

땅의 정직성과 땀의 위대성을 감사함으로 배울 수 있습니다.

수확물을 나누는 배려와 나눔도 삶의 윤기를 더해 주지요.

 

굳이 농사가 아니라도 식물을 기를 필요가 있습니다.

도시의 한복판 조그만 화분에서라도 말이지요.

그들이 성장하면서 주는 즐거움은 세상의 각박함을 이기고도 남음이 있으니까요.

 

자연이 왜 위대한 스승인지를 작은 화분 속 세상에서도 충분히 깨달을 수 있으니

생명의 소중함, 그 풋풋한 경험이 중요한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