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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제25회 한밭국악전국대회를 보고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477]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판소리나 산조(散調)음악의 유파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유파란 ‘원줄기에서 갈려 나온 갈래나 파’라는 이야기, 판소리에서는 권삼득 제, 고수관 제, 김세종 제 등 명창의 이름에 <제>라는 말이 붙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제와 유사한 용어로 더늠, 바디, 조(調), 파(派) 등도 써 왔다는 이야기, ‘더늠’이란 특이하게 사설을 짜거나 곡조를 붙여 부르는 것, ‘바디’는 어느 명창이 짜서 부르던 판소리 한마당 모두를 가리키는 말이고, ‘제(制)’는 더늠이나 바디 외에도 설렁제, 서름제, 호령제, 석화제, 산유화제, 강산제 등등 악조(樂調)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 주에는 화제를 바꾸어 <제25회 한밭국악 전국대회> 이야기가 되겠다.

 

현재 한국은 코로나 19란 괴질의 감염 정국이어서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러므로 집합이나 단체 활동이 이루어지기까지는 아직도 요원한 듯 보인다. 국악계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일반 청중을 대상으로 공연활동을 해야 하는 국악계의 고충은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도 한밭국악회(이사장-오주영)가 주최하는 제25회 한밭국악전국대회가 지난 6월 6일부터 7일까지 대전시립연정국악원과 엑스포 시민광장 무빙쉘터에서 열렸다.

 

‘대회가 정상적으로 열릴 것인가?’ 아니면 ‘사정 때문에 돌연 연기될 것인가?’ 반신반의 속에서도 전국에서 많은 국악전공자와 애호가들이 몰려들어 주최 측을 당황하게 만든 것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아마도 신임 오주영 이사장이 모든 악조건을 물리치고, 강행 의지를 보인 것이 대회의 성공요인이 아닐까 한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대전(大田)의 우리말 이름이 한밭이다. 한은 ‘하나’라는 의미도 되지만, ‘크다’는 뜻도 있는 글자이고, 전은 밭이다. 그러므로 대전은 한밭, 바로 큰 땅,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오순도순 평화롭게 모여 사는 넓은 땅이라는 뜻이다.

 

이 넓은 땅, 대전에서 한밭국악대회가 열리기는 25년 전부터다. 당시 대회신청서를 관청에 제출하니까, “국악은 전라도에서 하는 것인데, 충청도에서 그게 되겠냐?” 하면서 크게 비웃더라는 이야기도 들은 바 있다.

 

본 대회는 어느 한 종목만을 경연하는 행사가 아니다. 기악의 관악과 현악, 판소리, 전통무용 등 악가무(樂歌舞)를 포괄하는 4개 분야의 종합대회이고 최고상은 대통령상을 준다. 4개 분야 모두는 학생부와 일반부로 나뉘어 있으며, 그 가운데 무용 분야에는 명무부가 포함되어 있어서 기량을 갖춘 실력있는 출전자들이 몰려드는 대회로 알려져 있다.

 

전국 국악경연대회는 줄잡아 140여 개가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 그런데 2020년 들어서 단 하나의 경연도 열렸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봄에 열리는 경연은 모두 취소되거나 연기되었고, 한밭국악경연이 처음 열리는 대회다. 주최측은 무관중 상태에서 치르기로 결정하였고, 출전자와 심사위원들의 경연장 입장 때부터 간격을 유지하며 체온 확인, 이름과 주소, 연락처를 남기는 등, 출입자들을 관리하는 모습이 매우 엄격하였다.

 

출전자와 일부 동반자들은 경연장 밖에 자리를 깔고 연습할 수 있도록 천막을 준비해 준 것도 세심한 배려였다고 생각된다. 분야별 경연이 끝나면, 곧바로 성적을 공개했고, 간단한 평가도 있었다. 특히 학생부는 이를 교육의 연장으로 생각해서 장단점을 지적해 준 것도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대통령상이 걸려있는 한밭국악경연은 몇 가지 특징적인 점을 보였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대전에서 치러지는 경연대회에 일반 시민들의 관심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특히 대전을 사랑하는 시민모임은 경연 전날 밤, 대전을 찾은 심사위원들을 초청해 식사와 다과를 베풀어주는 전통이 있고, 시상식에는 시장, 국회의원, 시의원, 교육감 등 지역의 유지들이 거의 참여하고 있어서 전통문화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으며, 특히 시상식 전에 젊은 노래 그룹을 초대해서 젊은이들에게 국악을 소개하는 행사 등은 기발한 아이디어로 보였다.

 

경연대회는 공정하고 투명한 심사를 담보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심사위원 선정이 매우 중요하다. 이번 한밭 대회의 심사위원 면면을 보면, 성별, 연령별, 지역별, 실기인과 이론가들의 비율도 적절했으며 대학교수, 무형문화재의 예능보유자나 전수조교, 예술단체의 장, 기타 잘 알려진 전문 실기인 등등, 명성을 날리는 심사위원들을 두루 선정했다는 점도 높게 평가한다.

 

 

대회의 전반적인 진행은 대회장과 임원, 심사위원, 진행요원, 사회자, 등등의 협조로 매끄러웠고 경연공간이나 연습공간, 기타 모든 것이 여유있게 진행되었으며, 경연 결과에 승복하면서 일체의 잡음이 없었던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차제에 권하고 싶은 것은 더더욱 권위있는 대회가 되기 위해서는 현재의 4분야인 관악, 현악, 판소리, 무용분야 외에 참가분야를 확대해 주기 바란다는 점이다. 충청지역은 예부터 애국열사가 많이 나온 지역이므로 그들이 즐겨 불렀다고 하는 가곡이나, 가사, 또는 시조창을 비롯하여 일반인들이 생활 속에서 즐겨 부른 일반 민요나 서도 지방의 좌창과 입창, 그리고 근래 학교에서 많은 학생이 경험하고 있는 풍물놀이 등 더욱 확대된 경연대회를 만들어 주기 바란다는 점이다.

 

모든 모임이 취소되는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질서를 지켜가며 대회를 성공적으로 열어 준 한밭 국악회 오주영 이사장과 운영위원장을 비롯한 기획, 집행, 총무, 기록 등 여러 위원들, 그리고 심사위원과 경연 참여자들의 성숙한 모습이 제25회 한밭국악경연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고 하겠다.

 

국내 으뜸 국악경연 대회로 자리 잡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는 느낌은 글쓴이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