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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의 산도에 따라 꽃 색깔이 변하는 수국

[한국의 자원식물 이야기 36]

[우리문화신문=글/사진 이영일 생태과학연구가]  수국[학명: Hydrangea macrophylla (HTHUNB.) Ser.]은 범의귀과의 ‘낙엽이 지는 넓은 잎 키가 작은 나무’다. 학명 ‘Hydrangea’는 그리스어로 '물'이라는 뜻이며, ‘Macrophylla’는 '아주 작다'라는 뜻이 있다. 자양화(紫陽花), Chinese-Sweetleaf, Bigleaf-hydrangea라고도 한다. 한방에서는 수구(繡球), 팔선화(八仙花)란 약재명으로 처방한다. 작은 꽃들이 많이 모인 물을 아주 좋아하는 꽃으로 한자 이름은 수구화(繡毬花)인데, 비단으로 수를 놓은 것 같은 둥근 꽃이란 의미다. 옛사람들이 이름을 붙일 때는 특징을 정확하게 간파하고 금세 알 수 있게 하여 감탄을 자아낸다.

 

수구화는 모란처럼 화려한 꽃이 아니라 잔잔하고 편안함을 주는 꽃이다. 꽃 이름은 수구화에서 수국화, 수국으로 변한 것으로 보인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수국은 물을 매우 좋아하는 식물이다.

 

특히 꽃이 피어 있는 동안 물이 부족하면 꽃이 금방 지거나 말라 버릴 수 있으니 물주기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수국은 물을 많이 먹는 만큼 증산작용이 아주 활발하여 가습효과에 탁월한 식물이다.

 

 

 

 

 

 

수국의 탐스러운 겉모양만 보면 서양에서 들어온 꽃처럼 보인다. 하지만 수국은 한국, 중국, 일본에 분포하던 식물을 영국의 식물학자가 영국으로 가져가 품종개량을 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곳곳에서도 산수국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품종개량을 한 수국은 화려하지만 좀 인위적인 느낌을 풍기는데, 우리나라의 산수국은 자연스럽고 탐스러운 모습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수국 꽃 색깔은 흙의 산도에 따라 변화하는 리트머스지 같은 역할을 한다. 산성 흙에서는 파란색, 염기성 흙에서는 분홍색 꽃이 핀다. 또한, 흙의 비료 성분에 따라 꽃 색깔이 달라지는데 질소성분이 적으면 붉은색, 질소성분이 많고 칼륨(칼리)성분이 적으면 꽃 색깔이 파랗게 된다. 그 특성을 이용해 땅에 첨가제를 넣어 꽃색을 원하는 색으로 바꿀 수도 있다.

 

수국 색깔이 이렇게 변하기도 하기 때문인지 꽃말은 변덕과 진심이다. 하지만, 보통은 좋은 의미의 진심이라는 꽃말로 더 많이 쓰이고 있다. 또한, 꽃말이 냉정, 무정, 거만, 바람둥이, 변덕쟁이 등도 있다.

 

그런데 수궁은 꽃잎처럼 보이는 부분이 사실상 꽃받침이라서 암술과 수술이 꽃 속에 없다. 반음지 식물로 비옥하면서도 습기가 많은 곳을 좋아하여 땅에서부터 여러 개의 줄기가 나와 자연스럽게 보기 좋은 수형을 이루어 커다란 꽃이 피게 된다.

 

수국과 비슷한 특성을 갖는 수종으로는 산수국이나 탐라수국이 있는데, 우리나라 향토 수종으로서 초여름에 산을 찾는 사람들을 황홀하게 하는 꽃나무다.

 

학명(學名)에 어쩐지 일본 냄새가 나는 ‘otaksa’란 단어가 포함되어 있다. 18세기 초 서양의 문물이 동양으로 들어오면서 약용식물에 관심이 많은 의사 겸 식물학자들은 앞다투어 동양으로 진출했다. 오늘날 학명에 식물이름을 붙인 명명자(命名者)로 흔히 만나게 되는 네덜란드인 주카르느(Zucarnii)는 당시 약관 28살의 나이에 식물조사단의 일원으로 일본에 와 있다가 오타키라는 기생과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지우개로 지워버릴 수 있도록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라는 노래가 한때 유행한 것처럼 사랑은 변하기 마련이다. 오래지 않아 변심한 그녀는 다른 남자에게 가버렸다. 가슴앓이를 하던 주카르느는 수국의 학명에 오타키의 높임말을 서양식으로 표기한 otaksa를 넣어 변심한 애인의 이름을 만세에 전하게 했다. 사랑의 배신자에 대한 복수로는 멋있고 낭만적인지, 아니면 조금은 악의적인 보복인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수국의 원산지는 중국이다. 그러나 무엇이든지 주물러 예쁘고 달콤하게 만드는 데 소질이 있는 일본인들은 중국 수국을 가져다 이리저리 교배시켜 오늘날 우리가 키우는 원예품종 수국으로 만들었다. 불행히도 이 과정에 암술과 수술이 모두 없어지는 거세를 당하여 씨를 맺을 수 없는 것으로 꽃 가운데에 당연히 있어야 할 씨방이나 암술, 수술 모두 없다. 따라서 석녀(石女), 무성화, 중성화, 꾸밈꽃(장식화) 등 여러 가지로 불린다. 한마디로 생식능력을 잃어버린 꽃이 되어 버렸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정약용이 펴냈다고 알려진 《물명고》에 보면 수국은 처음엔 파랗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하얗게 되며, 모란과 거의 같은 때 핀다고 했다. 따라서 조선시대 때는 지금 우리가 즐기고 있는 일본산 원예품종 수국이 아니라 그 이전의 중국 수국을 가져다 심고 즐긴 것으로 생각된다.

 

줄기는 높이가 1∼3m인데 겨울에 위쪽 가지가 죽는다. 잎은 마주나고, 넓은 달걀형이며, 길이 7∼15cm, 폭 5∼10cm, 두껍고 윤이 난다. 잎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고 잎끝이 갑자기 뾰족해진다.

 

꽃은 중성화로 6∼7월에 피며 10∼15cm 크기이고 산방꽃차례[繖房花序: 꽃자루가 아래쪽의 꽃일수록 길고 위쪽의 것일수록 짧아 각 꽃이 거의 평면으로 가지런하게 핀다.]로 달린다. 꽃받침조각은 꽃잎처럼 생겼고 4∼5개이며, 처음에는 연한 자주색이던 것이 하늘색으로 되었다가 다시 연한 홍색이 된다. 꽃잎은 작으며 4∼5개이고, 수술은 10개 정도이며 암술은 퇴화하고 암술대는 3∼4개이다.

 

식물 전체를 약재로 귀하게 쓴다. 봄에서 가을까지 필요할 때 채취하여 햇볕에 말려 사용한다.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심한 열이 날 때 또는 심장을 강하게 해 주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 1회에 말린 약재 3~5g을 300mℓ의 물을 넣고 약한 불에서 서서히 반으로 달여서 식후에 약 한 달 정도 복용한다.

 

일본에서는 ‘수국차’라고 해서 잎이나 가는 줄기를 말려 차로 만들어 먹거나 단 것을 금해야 하는 당뇨병 환자가 설탕 대용으로 쓰기도 한다. 최근 일본 하마마츠 의대의 이시 교수의 연구팀이 수국의 생약 성분과 효과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수국의 추출물이 말라리아에 대해 저항성을 갖는 것으로 밝혀졌다. 쥐를 대상으로 수행한 연구 결과 수국의 잎에서 추출한 페브리퓨진(febrifugine)과 아이오페브리퓨진(isofebrifugine)이 말라리아원충인 플라스모디움(Plasmodium)에 감염되었을 때 사이토키닌과 항체 형성이 증가하는 것이 나타났다. 신약으로도 개발될 잠재성이 높은 식물이다.

 

[참고문헌: 《원색한국식물도감(이영노, 교학사)》, 《한국의 자원식물(김태정, 서울대학교출판부)》, 《우리나라의 나무 세계 1(박상진, 김영사)》, 《Daum, Naver 지식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