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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ㆍ목어와 목탁 그리고 깨어있음

[정운복의 아침시평 52]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명산(名山)은 대부분 명찰(名刹)을 품고 있습니다.

또 대부분 절은 등성이에 짓지 아니하고 산의 품안에 푹 안겨

계곡 내부에 짓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은 물을 얻기도 쉬울뿐더러 산불의 재앙에도 어느 정도 대비가 되기 때문이지요.

 

산사에 가면 처마 끝에 풍경이 매달려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청아한 종소리를 내는 풍경은 공이가 물고기 모양을 하고 있지요.

어찌 보면 하늘이 파란색이니 하늘을 배경 삼아 물고기가 노니는 것처럼 보입니다.

 

 

절에는 물고기 모양이 많습니다.

풍경도 그러하려니와 절에서 사물(四物)이라고 해서 소리로 중생을 깨우는 물건이 있는데

법고, 운판, 범종, 목어가 그러합니다.

이 목어(木魚)가 나무로 만든 물고기 형상의 악기이지요.

나무를 깎아 잉어 모양으로 만들고 속을 파내어 울림통을 만든 것이 목어입니다.

목어는 환생한 물고기로 자신의 몸을 두드려 속죄함으로써

다른 생명의 고통을 덜어준다는 수행적 의미가 있습니다.

 

산사(山寺)를 지나다 보면 은은한 독경소리와 청아한 목탁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목탁(木鐸)의 탁자는 방울을 의미하는 글자이지만

원래는 목어에서 변형되어 나온 것으로 아직도 물고기 모양이 일부 남아 있습니다.

손잡이는 물고기의 꼬리가 양쪽으로 붙은 형태이고

목탁에 뚫어져 있는 두 구멍은 물고기의 아가미에 해당합니다.

 

 

그럼 왜 강도 아닌 산에 있는 절에 물고기 모양의 형상이 이렇게 많이 사용되는 것일까요?

 

그것은 물고기의 외형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곧 물고기는 깨어있을 때나 잠을 잘 때나 눈을 감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죽어서도 눈을 감지 않지요.

그러니 수행자도 물고기처럼 깨어있어

항상 부지런히 도를 닦으라는 뜻이 들어 있는 것입니다.

 

우린 불자가 아니더라도 산사에 사는 사람이 아닐지라도

마음이 늘 깨어있을 필요가 있습니다.

눈만 뜨고 있다고 깨어있음이 아닙니다. 순간순간 자기 자신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깨어있는 사람만큼 위대한 사람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