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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수탈의 흔적이 남은 홍천 ‘수타사소나무’

[맛있는 일본이야기 558]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강원도 홍천 수타사(壽陁寺)로 이르는 길목에는 제법 굵은 소나무들이 나란히 숲을 이루고 있다. 이 숲으로 들어선 사람은 이내 몇 발자국 안 가서 <역사의 상처를 안고 자라는 소나무>라는 안내판과 마주친다. 홍천군에서 만든 안내판에는 “일제강점기 말 자원이 부족한 일본은 송탄유(松炭油)를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 한국인을 강제 동원하여 송진을 채취하고 남은 모양이 V자로 깊게 파인 당시의 상처는 지금까지 아물지 않은 수탈의 흔적”이라고 쓰여 있다. 순간 움푹 팬 소나무 상흔이 가엾은 생각마저 든다.

 

여기서 말하는 송탄유(松炭油)란 송유(松油) 또는 송근유(松根油)라고도 하는데 일본에서는 쇼콘유(松根油)라고 한다. 전쟁의 광풍 속에서 일제는 1940년대 말 극심한 석유 부족 사태를 만나게 되는데 이때 석유 대용품으로 쓰고자 고안한 것이 송진에서 추출한 송탄유다. 송탄유는 비누나 도료 등 생필품 원료는 물론, 군용기 기름으로도 유용한 전쟁 물자였다. 따라서 조선총독부는 지역별로 할당량을 정해주고 조선인들을 송진 채취에 동원했다.

 

 

 

홍천 수타사의 소나무도 이때 칼질을 당했다. 해인사, 안면도 등등에도 현재 홍천 수타사와 같은 ‘송진 채취 흔적의 소나무’가 온갖 풍상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일본열도의 소나무들도 송탄유의 상처를 입기는 마찬가지다. 일본의 3대 소나무 명소를 꼽는다면 시즈오카의 미호 소나무숲(三保の松原), 후쿠이의 기비 소나무숲(気比の松原) 그리고 사가현 카라츠시에 있는 무지개 소나무숲(虹の松原)을 들 수 있는데 이곳 소나무들도 일제의 전쟁놀음에 희생되었다. 이 가운데 무지개 소나무숲(虹の松原)의 경우 약 100만 그루의 소나무가 경승(景勝)을 뽐내지만, 현재 이곳에도 송탄유를 위해 송진을 채취한 흔적의 소나무가 60그루 남아서 ‘전쟁의 아픈 흔적’을 말없이 전하고 있다.

 

 

소나무에서 송탄유를 추출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소나무를 V자형으로 파내 생송진을 함석 따위로 받아내는 방법이 있으며, 다른 하나는 가마 형태의 틀을 만든 후 그 속에 관솔을 넣고 불을 지펴 관솔에 함유된 송탄유를 추출하는 방법이다.

 

말이 소나무기름(송탄유)이지 소나무 기름 한 방울을 얻기 위해서는 수많은 노동력이 필요하다. 일본사람들이야 자기네 나라 전쟁에 쓰기 위한 ‘송진 채취’니까 어쩔 수 없다지만 조선사람들이 남녀노소, 어린 학생까지 동원되어 송진 채취에 열을 올려야 했으니 이 무슨 죄란 말인가!

 

"내가 3학년, 그가 4학년이 되자 각 학년의 학급이 일제히 군대식 편제로 바뀌었다. 각 학년의 분단은 분대로, 그리고 각 학급이 소대로 개칭되었다. (중간 줄임) 매주 하루가 수업이 근로봉사일로 바뀌었다. 그날이 되면 우리는 낫이나 손도끼에 지게를 지고 소나무가 있는 산으로 내몰렸다. 일제는 그 무렵에 벌써 전쟁 수행을 위한 자원인 유류가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대체원료로 소나무 공이를 따서 기름을 얻어 쓰는 송탄유 채취에 우리를 동원했다.

 

일제가 강제한 송탄유 채취는 군 작전에 준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출발 전에 우리는 연병장으로 개칭된 운동장에 모였다. 거기서 교장의 사열을 받은 각 반 단위로 송탄유 채취가 가능한 산을 향하여 행군했다. 대열 앞에는 군기에 해당하는 각 학급의 정신대기가 나부꼈다. 그런 대열에는 행진곡을 부는 나팔수가 부는 신호에 맞추어 송탄유 채취장인 산으로 향했던 것이다." (당시 초등학생으로 송탄유 채취에 동원되었던 김용직 서울대 명예교수의 증언) - 《묻혀있는 한국 현대사》 (정운현 지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