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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정치를 편 ‘세종의 길’ 함께 걷기

세종, 가뭄이나 장마에 곤궁한 이를 살피다

[생각의 정치를 편 ‘세종의 길’ 함께 걷기 52]

[우리문화신문=김광옥 수원대 명예교수]  세종의 사맛 곧 커뮤니케이션에 대하여 살피고 있는데 지금 사회적으로 번지고 있는 ‘코로나 19’ 그리고 장마에 연관 지어 자연과 함께 하는 삶과 세종 시대의 사회적 대응에 대하여 알아보자.

 

마와 인간의 대처

 

코로나로 생활에 고통을 겪고 있다. 이번에는 장마로 한동안 생활이 더욱 위축되고 수십 명의 피해자도 발생했다. 안타까운 일이다. 대개는 자연재해가 태반이지만 때로는 인간이 자연과 어울리지 못하고 ‘자연의 길’에 거슬러 스스로 만들어내는 재해도 일부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자연환경에 관계하여 과거에 본 ‘거상의 길(Elephant Walk 1954년)’이란 영화가 생각난다. 아주 오래된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모험 로맨스 영화인데 무엇보다 코끼리의 길을 가로막고 지은 거대한 저택을 배경으로 코끼리와 인간 사이의 '자리싸움'을 소재로 하였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또한, 그릇된 욕망이 결국 코끼리의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곧 '자연의 섭리와 정글의 질서를 거스르지 말라'는 듯한 메시지도 남기고 있는 영화다.

 

곧 인간들이 탐욕으로 코끼리가 다니던 길에 저택을 지어 살자 마지막에 코끼리 떼들이 예전 자기들이 다니던 길을 찾아 집 벽을 밀어젖히며 제 길을 찾아가는 장면이 아직도 눈앞에서 벌어지듯 강렬했다.

 

이번 장마의 중국,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의 영상들을 보면 언뜻 과거에 본 이 영화 장면이 생각나기도 했다. 장마로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코로나나 장마나 모두 인간의 자연에 대한 대응에서 나오는 부작용 현상들이다. 피해를 본 사람들은 고통스러우나 개인이 아닌 인간, 인류와 자연에 대한 보다 높은 과제를 안고 있는 일들이다.

 

장마가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역대 가장 길었던 2013년 49일 장마 기록을 넘어선다고 한다. 기상 이변이 일어나는 원인은 다양하여 규명하기가 쉽지 않지만, 이번 경우는 북극 지방의 때아닌 이상 고온 때문에 일어난 기후변화라 한다. 한반도 날씨도 예전 같지 않게 바뀌고 있다. 이런 변화는 바다의 생선, 육지 안에서 열대과일의 재배에 등 여러 가지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는 기후에 관한 한 그리 좋은 평가를 얻지 못했다. 2007~2017년에 다른 OECD 국가들은 탄소 배출량을 평균 8.7% 줄였지만 우리나라는 되레 24.6%나 늘었다. 2019년 유엔기후변화총회가 발표한 '기후변화 대응 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전체 61국 가운데 58위다. 정작 자기 집이 물에 잠기는 줄도 모르는 채 다른 나라들에 미안해하며 겸연쩍게 뒤통수를 긁는 탄소 배출량 세계 7위 국가가 바로 우리다. 우리는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다.(최재천, 조선일보, 2020.8.11.)

 

이번 장마 수재에 있어서도 용담댐이 늦게 수문을 열었다든가 섬진강 댐이 갑자기 많은 양의 물을 방류하여 제방이 터졌다든가 하는 사람이 관리를 잘못하여 발생한 피해가 아닌가 규명해 보아야 한다. 4대강 사업도 홍수방지에 도움이 되었는지 점검해 보아야 한다.

 

이런 원인 규명 말고도 현실적으로는 주택이 모자란다고 하지만 집을 짓는데 자연 곧 그린벨트를 덜 훼손하고 빗물이 냇가나 하수로를 넘치지 않을 정도의 개발이 이루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자연재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특히 인재가 없게 해야 한다.

 

세종시대의 장마 대처

 

세종 시대에도 장마와 가뭄이 잇달아 발생했다. 당연히 장마가 오기 전 그리고 가뭄이 오기 전 준비하느라고 하지만 인력이 천재를 당하지 못하는 일이 많다. 그리고 아무리 준비를 하더라도 대비한 곳 이외 지역에서 다시 재난이 발생하기에 그 대비는 끝이 없으니 성의를 다해야 할 뿐이다.

 

세종 이래 몇백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해결 못 하는 가뭄과 장마는 그렇다면 인재인가 자연재해인가. 시대는 흘러도 인간의 땅이나 자연 이용방법이 바뀌며 스스로 불러오는 재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재해는 예비하고 일어나면 속히 대응해야만 한다. 세종 시대의 몇 가지 대응법을 살펴보자. 먼저는 기도와 제사다. 비가 오지 않아도 많이 와도 제사를 지낸다.

 

장마 그치기 산천에 기도 : ‘그래도 그치지 않으면, 사직(社稷)과 종묘(宗廟)에 기도하며, 지방에서는 성문(城門)에 영제(禜祭, 장마 때에 날씨가 개기를 비는 제사)를 지내고, 경내(境內)의 산천에 기도한다.’라고 하였습니다.(《세종실록》 3/6/14)

 

비 그치기 빌기 : 예조의 장마 그치기를 기원하는 예에 대한 소문, 예조에서 계하기를, "비가 개기를 빌 때도, 비가 내리기를 비는 예(例)에 의하여, 악진(岳鎭)과 해독(海瀆)의 위차(位次)를 북교(北郊)에 설치하고, 멀리서 바라보고 빌게 하소서." 하니, 그대로 따랐다. (《세종실록》 3/6/20)

한편, 비가 오지 않는 때는 기우제를 지낸다.

 

 

기우제 : 의정부에서 아뢰기를, "이제 벼가 한창 자랄 때를 당하여 오랜 장마 뒤에 여러 날 비가 오지 않아서, 가뭄이 염려되오니, 청하옵건대 기우제(祈雨祭)를 거행하소서." (《세종실록》 29/6/11)

 

사면 : "근래에 물난리와 가뭄으로 인하여 민생이 힘들고 어려워하다가 올해에는 풍년이 되기를 기다려 거의 자리 잡힐까 하였더니, 지난달 오랜 장마 끝에 바람이 어지럽고 기후가 청명하여 장차 가물 징조가 있으니, 백성의 억울한 일을 풀어주고 하늘의 징계할 일을 삼가는 데에 방심할 수 없으니 가벼운 죄인을 석방하고 멈추어있는 옥사(獄事)를 결정하도록 하라." 하였다. (《세종실록》 29/6/13)

 

사면 : 가을장마로 인한 흉년을 염려하여 억울함을 풀어주고 가벼운 죄인을 사면토록 하다. 임금이 말하기를, "백곡(百穀)이 익어가는 때를 맞아 오래도록 흐리고 비 오는 재앙을 만나니, 이를 걱정하여 도죄(徒罪, 중노동에 처하는 죄) 이하의 죄인을 용서하고자 하는데 어떨까.” (《세종실록》16/7/23)

 

구휼미 : 장마 때문에 생계가 힘든 백성들에게 군량의 묵은쌀을 팔게 하다.

호조에 명하기를, "장마가 너무 심하여, 쌀값이 치솟아 비싸니, 백성의 생계가 근심스럽다. 그 묵은 군량미 1만 석으로 종이돈을 사서 가난한 사람에게 먼저 이를 지급하라." 하였다. (《세종실록》3/6/19)

 

구휼 : 강원도에 선차관을 보내 기민을 구휼하게 하다. (《세종실록》4/6/28)

 

진휼 : 작년의 이른 가뭄과 늦은 장마에는 백성들의 일하지 못하여 흙을 파먹는 자까지 있게 되었으니, 흉년으로 주림이 병진년보다 더 심합니다. 전하께서 경차관을 나누어 보내어 빈민을 돌아보게 하셨으나, 곡식을 내어 가난한 백성을 구하지 못하고 실제의 혜택이 아래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종실록》26/5/15)

 

밀 · 보리 빨리 베게 : 장마가 계속될 것 같아 밀ㆍ보리가 익는 대로 재촉하여 베게 하다.

경기 감사에게 전지하기를, "이제 흙비[霾雨]가 내릴 듯하니, 밀ㆍ보리가 익는 즉시 재촉하여 베게 하라." 하였다. (《세종실록》 7/5/29)

 

근신 : 대신들이 임금의 풍기를 걱정하여 술을 드시라고 청하였으나 윤허하지 않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천기를 보니 장차 흙비 장마가 질 것 같으니 술을 드시기를 청합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내가 술을 마신다면 대궐 안에서 모두 술을 쓰게 될 것이니, 어찌 조금 비가 왔다고 해서 금주(禁酒)를 늦출 수야 있겠는가." (《세종실록》 8/5/11)

 

업무태만 질책 : 전라도 관찰사 장윤화와 수군도절제사 박초가 벽골제와 눌제의 수축에 대해 아뢰다.

역시 벽골제와 맞먹는 것이온데, 이제 불행하게도 장마를 만나 무너졌으니, 방죽의 둑이 견고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감수하는 자가 물을 잘 흐르게 하지 않은 소치였사오니, 책임의 소재가 따로 있겠거늘, 일을 맡아 처리하는 자가 도리어 제방의 위치가 마땅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힘을 덜 들이고 무너진 것을 보수하는 것, 이 편한 줄을 생각하지 않고 망령된 생각을 내어,. 《세종실록》3/1/16)

 

설계 변경 : 도성(都城)의 둘레가 9천 9백 75보(步)인데... 성 동쪽에, 처음에 수문(水門) 셋을 열었는데, 장마를 만나면 〈문이〉 막히는 것을 없애기 위하여 2문을 더 만들었다. (《세종실록》지리지/경도 한성부)

 

장마에 대비해 실천한 몇 가지 예를 실록에서 찾아보았는데 가) 근본적인 설계에 관한 연구 나) 곡식을 빨리 베게 하는 등의 대처 다) 마음을 엄숙히 다지는 기도 라) 마음가짐의 근신 마) 죄인들의 사면 등 나라가 위기를 맞이하여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근신하며 죄인이나 곤궁한 백성을 살피는 종합적인 대책을 살필 수 있었다.

 

현대정치에서는 정쟁을 거두고 시민의 경제 활동과 삶을 보살피는 정책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나아가 장마가 주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설계와 개발이 이루어져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