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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재를 보며

북돋워 주되 강제하지 말아야
[정운복의 아침시평 56]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모든 식물은 뿌리를 내릴 땅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것이 옥토이든, 바위 틈새이던, 화분이던 간에 말이지요.

가끔 집안에 놓인 화분을 보며.. 좀 더 너른 공간에 좀 더 많은 햇볕과

자연을 접하지 못하고 성장을 제한당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개인의 정서적 안정감과 행복을 위하여

식물을 홀대하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을 대하지만

식물의 본성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많으니까요.

특히 석부작(石附作)이니 목부작(木附作)이니 하는

아주 식물에게 필요 최소한의 영양을 공급하면서

그 살아있음의 아슬아슬함을 즐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는 분재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물론 예술원에 가서 팔뚝만 한 굵기로 자라

최소화한 크기(미니멀사이즈)의 멋진 풍광을 연출하고 있는 것을 보면

시간 속에서 조금씩 이뤄놓은 성취물이 감탄으로 다가오긴 하지만

분재를 사거나 기를 생각은 없습니다.

 

 

그만한 돈도 없을뿐더러….

기르다가 십중팔구는 고사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잠시 인간의 눈요기를 위하여 삶을 재단 당하고

이리 꼬이고 저리 비틀리며 팔다리를 잘리고 성장을 방해받고 인고의 세월을 견뎌온

분재의 처지에서 보면 인간이 한없이 잔인하다고 느낄 수도 있으니까요.

 

사람이나 식물이나 본성을 잘 살펴 줘야 합니다.

 

나무는 나무로서의 본성이 있고 사람은 사람으로서의 본성이 있습니다.

어떤 일이든지 본성을 거스르고는 잘 성장할 수 없습니다.

성장을 억제당하고 인간의 눈요기를 위하여

이리저리 휘어져야 하는 삶은 나무의 본성은 아닐 겁니다.

 

나무가 늦게 자란다고 해서 싹을 뽑아 올려놓을 수 없듯이

늦게 성장하고 천천히 배운다고 해서

우격다짐으로 지식을 구겨 넣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있는 그대로 보살펴주고 오래 기다려주어야 합니다.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북돋워 주되 강제하지 말아야 할 큰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