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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 통해 일본인들 19세기 한국사회 이해했으면

도다 이쿠코 작가, 김훈의 《흑산》 일본어로 번역 펴내
[맛있는 일본이야기 565]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8년 전 처음으로 《흑산》을 읽었을 때의 떨림은 번역(일본어)을 하는 내내 계속되었다. 절해고도에 유배된 유학자, 섬에서 자란 맑은 눈동자의 청년, 옹기장이 남자, 도망치는 노예, 거친파도를 헤쳐나가는 선장 등등 이들은 당시 책을 읽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나의 뇌리에 떠나지 않는 인물들이다. 밀려드는 파도처럼 김훈 작가 나름의 문체에 빨려들어 깊은 심연의 세계를 헤매다가 빠져나왔다고 생각했을 때 마침내 길고 긴 번역의 터널을 빠져나왔다.”

 

이는 도다 이쿠코(戸田郁子, 60)씨가 김훈 작가의 《흑산(黒山)》 번역을 마치고 ‘역자 후기’에 쓴 소감이다. 번역 작업이란 필자도 해봐서 알지만 여간 어려운 작업이 아니다. 두 나라 언어를 완벽하게 안다고 해도 책 한 권 속에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단어라든가 역사적 사실, 풍습과 같은 언어 외의 요소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도다 이쿠코 씨의 번역은 언제나 명쾌하다.

 

도다 이쿠코 씨가 “한국에서 흔히 쓰는 일본어투 한자를 쓰지 않고 (종래) 한자어를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김훈 작가에게 물었다. 김훈 작가가 답했다. “흔히 사용하지 않는 죽은 말을 살려 활용하면 문장에 힘이 있다. 그러나 선인(先人)의 명언 등을 인용해서 자신을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나는 타인의 말을 그냥 인용하는 일은 없다.”

 

도다 이쿠코 씨는 김훈 작가의 이런 점을 좋아한다고 했다. 곧 ‘단어의 선택’에 엄격한 자기 나름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점을 높이 사고 있다. 그런 만큼 번역자 역시 단어 선택에 신중에 신중을 기했음에 틀림없다.

 

 

《흑산》을 쓰면서 김훈 작가는 날마다 마포구 합정동에 있는 절두산 언덕을 오르며 거기서 천주교 박해 때 목이 잘린 사람들을 떠올렸다고 한다. 절두산 언덕에 서서 그는 발밑을 흐르는 한강에 천주교 박해로 잘린 목이 첨벙첨벙 던져지는 것을 생각했고, 어떻게 인간으로서 그런 일이 가능했는지를 생각했다고 말한다.

 

김훈의 역사소설 《흑산》은 《남한산성》 이후 4년 만에 출간된 작품으로 극심한 정치사회적 혼란기였던 조선시대 1800년 전후를 배경으로 천주교 박해와 관련된 많은 지식인과 백성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이번 소설에서는 조선 후기 정약용의 형이자 문신이었던 정약전에 주목하며, 그를 중심으로 배교한 형제 정약용, 순교한 약종 등의 삶이 소개된다.

 

김훈 작가에게 중요한 것은 천주교라는 종교를 넘어 그가 흑산도의 작은 성당에서 보았던 “주여, 우리를 매 맞아 죽지 않게 하소서. 우리를 굶어 죽지 않게 하소서, 형제자매와 함께 살 수 있게 하소서”와 같은 민중들의 호소를 새기는 일이었다. 천국에 가고 싶다던가 내세의 삶 같은 것은 관심 밖이다. 그것은 김훈 작가가 언제인가 카톨릭신문과의 대담에서 말한 "삶은 중요한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배교거나 순교거나 모든 인간의 삶은 경건하고 소중한 것입니다."라고 것과 일맥상통한다.

 

《흑산》을 번역한 도다 이쿠코 씨는 “코로나19 때문에 《흑산》 일본어판이 나왔지만 제대로 된 홍보를 못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도쿄에서 책을 소개하는 북콘서트라도 했을 텐데 아쉽습니다. 어느 시대이건 어느 나라건 혼란의 시기는 상존한다고 봅니다. 특히 코로나19로 일본도 매우 혼란스럽지만 《흑산》을 통해 일본인들이 19세기 한국사회를 이해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했다.

 

<일본 아마존 서점의 일본어 요약 소개>

100年もの間続いた、朝鮮の天主教迫害。

その時代に生きた人々の欲望と絶望、そして希望

1800年代、天災による飢餓や疫病が蔓延していた頃、朝鮮王朝による天主教(ローマ・カトリック)信徒への迫害は凄惨を極めていた。

拷問で殺された三兄弟の生き残りで黒山(フクサン)島に流刑となった学者、無学ながら教えに惹かれる馬子、汁飯屋の寡婦、元宮女、船頭、黒島の少年、背教者……

埋もれていた史実にこだわり、膨大な資料をもとに虚構を織り交ぜながら、人間たちの切実な生の営みを描く。

韓国を代表する作家、金薫による歴史小説の真骨頂。

 

 

<黒山> 金薫 (原著, 著), 戸田 郁子 (翻訳) , 29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