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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들의 법복 장삼을 물들이는 물감, 신나무

[한국의 자원식물 이야기 44]

[우리문화신문=이영일 생태과학연구가]  신나무[학명: tataricum subsp. ginnala]는 단풍나무과 ‘낙엽이 지는 넓은 잎 키작은 나무’다. 나무 이름의 유래는 ‘맛이 시다’고 하여 붙였다는 설도 있고 옛사람들은 이 나무의 단풍 빛이 단연 돋보여 색목(色木)이란 한자의 발음이 우리말로 ‘싣’이 되었다는 추정도 있다.

 

동양 삼국에서 부르는 신나무 이름이 재미있다. 우리는 색목이지만 중국 이름은 ‘다조축(茶槭)’이다. 새싹을 차로 이용한 데서 나온 이름인 듯하다. 일본 이름은 ‘녹자목풍(鹿子木楓)’으로 나무껍질에 새끼 사슴처럼 얼룩이 있는 단풍나무란 뜻이다. 우리는 잎, 중국인들은 새싹, 일본인들은 줄기를 보고 이름을 붙인 셈이니 같은 나무를 두고도 보는 눈이 나라마다 이렇게 다르다.

 

한방에서는 다조아(茶條芽)란 약재명으로 처방한다. 영명은 ‘Amur maple’이다. 비슷한 종류로 시과(열매껍질이 자라서 날개처럼 된 것)의 각도가 넓게 벌어지는 것을 괭이신나무(for. divaricatum), 시과의 빛깔이 붉은 것을 붉신나무(for. coccineum) 등이 있다. 붉은색으로 물든 단풍이 매우 아름답다. 주로 관상용으로 심으며 목재는 기구재로 쓴다. 꽃말은 ‘변하지 않은 귀여움’이다.

 

 

 

 

 

단풍나무에는 종류가 많다. 대부분은 손바닥을 쫙 펼친 것처럼 잎이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개구리 발처럼 생긴 고로쇠나무, 잎자루 하나에 세 개의 작은 잎이 달리는 복자기와 복장나무, 셋으로 잎이 갈라지는 신나무와 중국단풍 등 생김새가 종류마다 제각각이다. 다만 마주 보는 잠자리 날개 같은 열매는 모두가 공통이니 서로가 가까운 친척임을 확인시켜 준다.

 

신나무는 셋으로 갈라진 잎의 가운데 갈래가 가장 길게 늘어져 있다. 마치 긴 혀를 빼문 것 같은 모양이다. 잎의 특징이 다른 나무와는 전혀 달라 쉽게 잎 모양을 머릿속에 담을 수 있다. 대부분의 단풍나무 종류가 깊은 산을 터전으로 잡은 데 견주어, 신나무는 사람들 곁에서 자란다. 왕래가 잦은 길가, 야트막한 야산자락이나 들판의 수로 둑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아름드리로 크게 자라지는 않으며, 큰 나무라고 해봐야 키가 10미터를 넘지 못한다. 잎이 달린 다음 늦봄에는 향기를 풍기는 연노란색 작은 꽃이 아기 우산모양으로 핀다. 그러나 여름날의 초록에 나무가 묻혀버리면 그의 존재를 우리는 거의 잊고 산다.

 

단풍의 아주 진해 아름다움으로 친다면 진짜 단풍나무보다 오히려 한 수 위다. 그래서 옛사람들이 신나무에 붙인 이름은 ‘때깔 나는 나무’란 뜻의 ‘색목(色木)’이다. 옛 한글 발음으로 ‘싣나모’라고 하다가 오늘날 신나무가 되었다. 색목으로 불린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잎을 삶아서 우린 물을 회흑색의 물감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가장 흔한 쓰임은 스님들의 옷인 장삼을 비롯한 법복을 물들이는 데 빠지지 않았다. 검소하고 질박함으로 수행자임을 나타내는 스님들의 옷에 딱 맞는 검푸른 색깔을 낼 수 있는 것은 신나무만의 특허품이다.

 

 

 

 

 

 

산의 기슭이나 골짜기 반 그늘지고 촉촉한 땅이나 냇가, 묵은 논가에 주로 서식한다. 높이 약 8m이다. 나무껍질은 검은빛을 띤 갈색이며 전체에 털이 없다. 잎은 마주나고 세모진 타원형이거나 달걀 모양이며 밑부분이 흔히 3개로 갈라진다. 길이 4∼8cm, 나비 3∼6cm로서 가장자리에 깊이 패어 들어간 흔적과 겹톱니가 있다. 겉면은 윤이 나고 끝이 길게 뾰족하며 잎자루는 길이 1∼4cm로서 붉다.

 

꽃은 5∼7월에 노란빛을 띤 흰색으로 핀다. 양성화(한 꽃 속에 수술과 암술을 모두 갖춘 꽃)와 단성화(한 꽃에 수술 또는 암술만 갖춘 꽃)가 있고 꽃받침조각은 긴 달걀 모양이고 꽃잎은 타원 모양이며 각각 5개씩이다. 수술은 8∼9개, 암술은 1개이며 흰 털이 빽빽이 난다. 열매는 열매껍질이 날개처럼 되어서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 흩어지는 시과(翅果)로서 길이 약 3.5cm이고 양쪽 날개가 거의 평행하거나 겹쳐지며 9∼10월에 익는다. 번식은 씨앗으로 한다.

 

신나무는 관절염, 허약 체질, 치질, 위장병, 감기, 간 질환, 설사, 신장병에 약용한다. 민간에서는 나무껍질을 안질에 약으로 쓴다. 민간요법에서 수액을 봄에 줄기에서 채취하여 관절염, 허약 체질, 치질, 위장병에 물처럼 마신다.

 

새순(茶條芽)은 봄에 채취하여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 말려서 감기, 간 질환, 설사에 말린 것 10g을 물 700㎖에 넣고 달여서 마신다. 줄기와 뿌리껍질(茶條槭)은 여름부터 가을에 채취하여 햇볕에 말려서 신장병에 10g을 물 700㎖에 넣고 달여서 마신다. 《의림촬요(醫林撮要)》 〈안목문(眼目門)〉에 보면 “눈이 아플 때 신나무 가지(楓枝)를 달인 물을 따뜻이 하여 씻거나, 여기에다 뽕나무 가지 달인 물을 섞고 소금을 약간 풀어서 씻는다”라고 했다.

 

[참고문헌:《원색한국식물도감(이영노, 교학사)》, 《한국의 자원식물(김태정, 서울대학교출판부)》, 《우리나라의 나무 세계 1(박상진, 김영사)》, 「문화재청 문화유산정보」, 《Daum, Naver 지식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