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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발등을 비춰주던 조족등과 요즘의 플래시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431]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최근 뉴스를 보면 “밤길 주택가, 환한 LED 등 달아 안심”이라는 기사가 보입니다. 밤에도 시골이라면 몰라도 도시는 가로등 불빛에 더해, 상가와 자동차 불빛까지 그저 환할 뿐입니다. 그런데 가로등도 없고, 플래시도 없고, 자동차의 불빛도 없던 조선시대에 사람들은 어두운 밤거리를 어떻게 다녔을까요? “차려 온 저녁상으로 배를 불린 뒤에 조족등을 든 청지기를 앞세우고 두 사람은 집을 나섰다.” 위 예문은 김주영의 소설 《객주》에 나오는 대목입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조족등”이라는 것이 바로 조선시대의 밤길을 밝히는 도구였지요.

 

 

지난 5월 19일 경기도는 조족등(照足燈)을 경기도 민속문화재 제14호로 지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조족등은 밤거리에 다닐 때 들고 다니던 등으로 댓가지로 비바람에 꺼지지 않게 둥근 틀을 만들고 그 안에 촛불을 켜는 등입니다. 특히 조족등은 순라군이 야경을 돌 때 주로 썼다고 합니다. 조족등을 이름 그대로 풀어 보면 비출 조(照), 발 족(足), 등잔 등(燈) 자를 써서 발을 비추는 등이라는 뜻이 되지요.

 

아무리 먼 길이라도 발밑을 보아야만 갈 수 있으므로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속담과 뜻이 통하는 것 같습니다. 달빛도 없는 칠흑 같은 깜깜한 그믐밤 길을 가려면 돌부리에 챌 수도 있고, 물구덩이에 빠질 수도 있으며, 움푹 파진 곳에 헛짚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초롱불 수준인 조족등이 요즘 우리가 쓰는 플래시에 견주면 별로겠지만, 그래도 조선시대엔 이것도 큰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요즈음 앞날에 한 줄기 빛도 없다고 걱정하는 사람도 많습니다만 옛사람들의 조족등을 떠올려 발밑부터 살피며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뎌 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