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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정약용이 아내의 치마를 잘라 쓴 ‘하피첩(霞帔帖)’

두 아들에게 전하고픈 당부의 말 적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정약용은 '하피첩' 서문에 적혀있듯이 1810년 전라도 강진에서의 유배시절 부인 홍씨가 보내온 치마를 잘라 작은 서첩을 만들고 두 아들 학연(學淵,1783~1859)과 학유(學遊, 1786~1855)에게 전하고픈 당부의 말을 적었다. 그리고 부인의 치마를 아름답게 표현하여 하피첩(霞帔帖)이라 이름지었다. 제작연대는 경오년(庚午年) 곧 1810년(순조 10) 7월과 9월로 그의 나이 49살 때였다.

 

 

이 서첩의 수량은 원래 네 첩이었으나 현재 세 첩만 알려져 있다. 각 첩 표지에는 '하피첩'이란 제목이 조금 남아 있으나 첩 순서[帖次]는 없어졌다. 정약용이 1813년 7월에 딸에게 그려준 '매화병제도(梅花倂題圖)'에 하피첩을 네 첩 만들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하피첩'의 서문은 다음과 같다.

 

 

 

내가 강진(耽津은 古號)에서 귀양살이하고 있을 적에 병든 아내가 낡은 치마 다섯 폭을 보내왔는데, 그것은 시집올 때의 훈염(纁袡, 예복)으로 붉은빛은 흐려지고 노란빛은 옅어져 글씨 쓰는 바탕으로 알맞았다. 이것을 잘라서 조그만 첩(帖)을 만들고, 손이 가는 대로 훈계하는 말을 써서 두 아이에게 준다. 훗날 이 글을 보고 감회를 일으켜 두 어버이의 흔적과 손때를 생각한다면 틀림없이 그리는 감정이 뭉클하게 일어날 것이다. 이것을 ‘하피첩(霞帔帖)’이라고 이름지었는데, 이는 곧 홍군(紅裙, 붉은 치마)을 달리 표현한 말이다.

 

가경(嘉慶) 경오년(1810, 순조 10) 7월에 다산(茶山)의 동암(東菴)에서 쓰다. 탁옹(籜翁, 정약용의 호 가운데 하나)

 

(余在耽津謫中 病妻寄敝裙五幅 蓋其嫁時之纁衻 紅已浣而黃亦淡 政中書本 遂剪裁爲小帖 隨手作戒語 以遺二子 庶幾異日覽書興懷 挹二親之芳澤 不能不油然感發也 名之曰霞帔帖 是乃紅裙之轉讔也 嘉慶庚午首秋 書于茶山東菴 蘀翁)

 

 

하피첩에는 선비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 남에게 베푸는 삶의 가치, 삶을 넉넉하게 하고 가난을 구제하는 방법 등 자손에게 이야기해 주고 싶은 삶의 가치관이 담겨있다.

 

 

                                                                                                     자료 제공 <국립민속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