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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은 백성 집 벌통 안에 있네

[‘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28]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한 줌의 흙

 

                                             - 석 화

 

       밟고선 이 땅이 없다면

       그대 어찌 저 하늘에 웃음 날리며

       자유로이 두 발 옮겨 디딜 수 있으랴…

 

       따스한 해살이 고맙거든

       시원한 바람결 즐겁거든

       그대여 먼저

       밟고 선 이 땅을 살찌우자

       다시는 몰아치는 허풍에

       이 땅에서 쭉정이만 날리지 않게 하자

 

 

최근 뉴스에는 국방의 의무에 대한 두 가지 예기가 분분하다. 그 하나는 방탄소년단에 병역특례를 주어야 하는지와 지난 17년 동안 병역 의무 문제로 비자발급이 거부되고 있는 가수 유승준 이야기다. 그만큼 적으로부터 조국을 지키기 위한 병역은 우리나라처럼 강대국 사이에 끼었을 뿐만이 아니라 6.25전쟁을 치른 나라로서는 첨예한 얘깃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굳이 거기까지 갈 필요도 없다. 우리는 삶을 살면서 내가 디디고 있는 땅 곧 조국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저 연변의 유명한 우리 동포시인 석화는 <한 줌의 흙>이란 시에서 “밟고선 이 땅이 없다면 / 그대 어찌 저 하늘에 웃음 날리며 / 자유로이 두 발 옮겨 디딜 수 있으랴…”라고 분명히 말한다. 그러면서 “따스한 햇살이 고맙거든 / 시원한 바람결 즐겁거든 / 그대여 먼저 / 밟고 선 이 땅을 살찌우자 / 다시는 몰아치는 허풍에 / 이 땅에서 쭉정이만 날리지 않게 하자.”고 호소한다.

 

 

굳이 국방의 의무까지 들칠 필요도 없다. 그저 부정한 방법이 아닌 정직하고 열심히 살면서 남의 등을 치지 않는 일만으로도 어쩌면 나라를 굳게 서게 하는 일일 게다. 중종 때 영의정을 지낸 성희안(成希顔)은 청백리 정붕(鄭鵬, 1467~1512)의 오랜 벗이었다. 정붕은 성희안의 천거로 청송부사로 가게 되었다. 그런데 성희안은 정붕에게 심부름꾼을 보내 부탁을 했다. “그대 고을은 잣과 꿀이 특산물이라니 나를 위해 그것을 좀 보내주면 어떤가?”라고 말이다. 성희안이 오랜 벗이면서 어쩌면 자신에게 벼슬을 하게 해준 은인이기에 이런 부탁쯤은 쉽게 들어줄 줄 알았던 것이다. 그러나 성희안은 “잣은 높은 산꼭대기에 있고, 꿀은 백성 집 벌통 안에 있으니 부사된 내 재주로는 잣과 꿀을 구할 수 없네.”라고 정중히 거절했다. 우리 청백리 정붕의 성품을 닮으면 어떨까?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