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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광장 스크린에는 항상 국악공연 장면이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502]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김동석 교수가 창단한 <한국음악무용예술단(Korean Classical Music and Dance Company)>이 L.A 지역의 다문화 이해 프로그램에 참가, 초 중등학교에서 한국음악과 춤에 관한 강의를 해왔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이처럼 작게 보이는 노력들이 모이고 쌓여, 미국민을 비롯한 외국인들에게 “한국은 문화의 강국”임을 심어 온 것이라 하겠다. 글쓴이가 김동석 교수를 만났을 때, 그는 어느 중학교 공연 수업에 나를 초대해 현장을 참관할 기회가 있었다.

 

처음에 그는 <Korea>의 spelling을 알고 있는 학생들은 손을 들어보라고 질문한다. 약 1/3 정도가 손을 든다. 이어서 한국은 어느 대륙에 위치하고, 인구수, 수도를 소개한 다음, 간단하게 역사와 한국인들이 즐기는 전통음악과 무용을 소개했다.

 

 

한국의 전통악기들, 예를 들어 장고를 소개한다면, 실제의 장고를 들어 올려 생긴 모양새를 보여주면서 설명한다. 오른손으로는 장고채를 잡는 법과, 치는 형태, 왼손으로 북편을 울리는 시범을 보이며 소리빛깔의 차이를 느끼게 해 준 것이다. 그리고 나면 무용수가 직접 장고를 메고 나가서 장고춤의 실연을 보여줬다. 학생들에게 처음부터 춤을 보여주는 형태가 아니라, 그 춤의 유래를 간단하게 설명하고, 실연을 통해서 감상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매우 흥미롭게 강사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이다.

 

가야금이란 악기를 소개할 때에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도록 어떤 음악가가, 언제 만들었으며 12줄의 각기 다른 음색이라든가 음높이, 소리내는 방법, 그리고 줄을 눌러서 낼 때와 떠는 소리를 낼 때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하는 점도 설명과 함께 시범 연주로 해결했다. 또한, 서양 음악의 7음계와 한국음악의 5음 음계를 비교 설명한 뒤에도 학생들이 잘 알고 있는 미국의 민요와 한국민요를 그 자리에서 실제로 들려준 것이다.

 

“가야금의 음색을 듣는 순간, 학생들의 반응은 일시에 달라지게 마련이지요. 이러한 가야금의 음색으로 한국의 대표적인 산조(散調) 음악의 느린 부분과 빠른 장단 일부를 들려주어 차이를 느끼게 합니다. 특히 빠른 휘모리장단에 얹어서 진행되는 가락은 마치 속삭이듯, 서로 대화를 나누는 가락이어서 학생들은 숨을 죽이고 몰입하는 모습도 보게 됩니다. 춤을 보고 음악을 감상하는 학생들만 관심을 보이는 것이 아닙니다. 교장 선생님을 비롯하여 각 학년 교사들도 처음 들어보는 악기 연주에 감탄하지요.

 

참관하고 있던 학부모들도 모두가 신기해 가며 재미있게 감상하도록 만들지요. 연주하면서 학생들의 시선이나 손뼉 치는 모습을 보면, 대략 그 분위기를 느끼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학생들이 열광하는 종목은 <북춤>입니다. 3인의 무용수가 나와 세워져 있는 북을 동시에 치면서 추는 춤이지요. 불교 무용인 <승무(僧舞)>의 영향을 받은 춤이지만, 근래에는 북만 따로 떼어서 3인의 무용수가 장단에 맞추어 화려하게 북을 치기 시작하면 학생들은 손뼉을 치며 탄성과 괴성으로 응답하기 시작하지요.”

 

 

수업시간 내내 춤과 악기만을 소개한 것이 아니다. 중간중간에 간단한 한국말 배우기 실습도 한다. 만일 그 반에 한국인 학생이 있다면 그들을 무대로 불러올려 같이 한국말 따라 하기를 실습한다. 가령, Good morning, good afternoon, good evening과 같은 인사말은 ‘안녕하세요’, good by는 ‘안녕’, Thank you 또는 Thank you very much는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한다며 한국어 인사말들을 소개하고, 몇 번씩 반복하기도 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화려한 부채춤 공연으로 이 특별 수업은 마치게 된다. 짧은 시간이지만, 이러한 수업을 통해서 미국의 많은 학생이 한국과 한국문화에 관해 관심을 두게 되고, 한국은 아름답고 문화유산이 풍부한 나라로 인식하게 되어 장차 민족 간의 편견을 없애주는 데 이바지하리라 믿는다. 이러한 결과는 학생들이 써낸 감상문이나 또는 감상 뒤 그려 낸 그림 속에, 또는 선생님들의 공연평 속에 너무도 잘 나타나 있다.

 

김동석 교수의 <한국음악무용예술단>이 해 온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대수롭지 않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장차 미국의 주류 시민들을 상대로 한국을 올바로 알리는 보람있는 과정이라는 점을 새삼 느끼게 하는 것이다.

 

 

L.A 음악센터는 학교의 예술교육과 공연을 담당해 온 전문 예술기관이다. 1983년, 이 음악센터에서 뽑은 첫 5개 예술단체들은 <한국음악무용예술단>을 비롯하여 <남미예술단>, <미국발레마임 예술단>, <관악중주단>, <연극예술단> 등 이었으나 2020년 현재에는 60여 개의 많은 예술단체로 확대되었다.

 

그 가운데서도 <한국음악무용예술단>은 창립 이후, 지금까지 남아 있는 유일한 단체로 Music Center의 자랑거리로 항상 소개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 있었던 센터 증축 기념행사 개원 공연에는 유일하게 김동석 교수의 <한국음악무용예술단>이 초대되어 단독공연으로 아주 뜻깊은 행사를 하기도 했다. 새로 지은 광장 한복판의 커다란 스크린에는 항상 그 공연 장면들이 일반인들에게 공개되고 있는데, 그곳을 지나는 한국 이민자나 방문자들의 자긍심이 어떠할까?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짐작이 될 것이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