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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창낭창한 말 채찍, 말채나무

[한국의 자원식물 이야기 59]

[우리문화신문=글ㆍ사진 이영일 생태과학연구가] 말채나무[학명: Cornus walteri F.T.Wangerin]는 층층나무과의 ‘낙엽이지는 넓은 잎 키큰나무’다. 말채나무 가지가 봄에 한창 물이 오를 때 가느다랗고 낭창낭창한 가지는 말채찍을 만드는 데 아주 적합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말채찍으로 사용할 정도면 탄력도 있어야 하겠지만 아주 단단해야 한다.

 

거양목(車梁木)으로도 부르는데, 이 나무를 수레의 대들보로 사용했다는 뜻이다. 말채나무의 옛 이름은 송양(松楊)이다. 다른 이름으로 조선송양(朝鮮松楊), 조선산수유(朝鮮山茱萸), 모동(毛棟)이라고도 부른다. 유희가 쓴 《물명고(物名攷)》에는 “나무껍질은 소나무와 같고 목재는 버들과 같다. 잎은 배나무와 비슷하고 열매는 갈매나무 열매를 닮았다. 쪄서 즙을 내면 붉은색을 얻을 수 있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Walter-dogwood라고도 한다.

 

말채나무와 비슷한 나무로 곰의말채나무가 있는데, 말채나무와는 달리 나무껍질이 그물 모양으로 갈라지지 않고 잎맥이 더 많다. 정원수로 심으며 목재는 건축재나 기구의 재료로 쓴다. 꽃말은 '당신을 보호해 드리겠습니다'다.

 

 

 

 

 

 

고구려의 승려 아도화상(阿道和尙)이 세웠다는 계룡산의 갑사로 가는 길에는 군락을 이룬 말채나무를 만날 수 있다. 전하는 이야기에 하루는 말이 절로 들어서면서 주인의 명을 따르지 않았다. 온갖 방법을 동원해도 꿈쩍도 안 하던 말이 말채나무 가지로 툭 치니 비로소 주인을 따라 움직였다고 한다. 이러한 연유로 절 입구에 말채나무를 많이 심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말채나무 노목들이 많다. 대개가 사연이 있는데, 그 가운데서도 가장 오래된 것은 충청북도 괴산군 사리면 사담리에 있는 500년 된 큰 나무로 높이가 16m, 둘레가 1.8m나 된다. 이 나무는 단양우씨가 후손의 번영을 위해 수호수(守護樹)로 마을 앞에 심은 것이다. 또한 편책(鞭策), 곧 후손들에게 채찍질한다는 의미도 담겨있다고 한다.

 

옛날, 강원도 어느 산골 마을의 사람들은 가을만 되면 큰 걱정을 했다. 왜냐하면, 음력 8월 보름날 밤에 달이 뜨면 뒷산에 사는 천년 묵은 도술을 부리는 지네떼들이 몰려와서 한 해 동안 공들여 지어놓은 농작물을 모두 빼앗아 가버리기 때문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아무리 풍년이 들어도 모든 양식을 지네에게 몽땅 빼앗겼기 때문에 늘 배고프고 가난하게 살았다. 마을 노인들은 정자나무 밑에서 대책을 모색했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그런데 마침 백마를 타고 가는 한 젊은 무사가 나타나 '8월 보름날 밤, 달이 뜨기 전까지 독한 술을 빚어서 지네가 나타나는 마을 어귀에 가져다 놓으십시오' 하고는 가던 길을 떠나 버렸다. 마을 사람들은 즉시 술을 빚어서 무사가 시키는 대로 했다. 그랬더니 지네들이 나타나 정신없이 술을 마셨다. 이때 갑자기 무사가 나타나 칼을 뽑아 술에 취한 7마리의 도술지네의 목을 모조리 베어 버리는 것이었다. 동네 사람들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다음 날 아침 무사가 마을을 떠난다고 하자, 온 동네 사람들이 모두 그를 배웅하러 나왔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가 떠난다는 사실에 무척 아쉬움을 표시했다. 그러자 무사는 손에 들었던 나무말채를 땅에 깊숙이 꽂았다. 그리고 말을 탄 후, '말채가 여기 꽂혀 있는 한 지네의 습격은 없을 것입니다.'하며 어디론가 가 버렸다. 봄이 되자 이 말채는 뿌리가 내리고 잎이 나고 꽃이 피어 큰 나무로 자랐고 다시는 지네의 횡포가 없었다. 지금도 말채나무 가까이에는 지네가 범접하지 않는다고 한다.

 

 

 

 

 

 

전국의 산기슭이나 산골짜기 계곡에서 자란다. 높이 약 10m다. 나무껍질은 검은빛을 띤 갈색으로 그물같이 갈라진다. 잎은 마주나고 넓은 달걀 모양이거나 타원형이다. 길이 5∼8cm, 나비 3∼5cm이며 뒷면은 흰빛을 띤다. 잎자루는 길이 1∼3cm이다.

 

꽃은 5∼6월에 피고 흰색이며 새 가지 끝에 꽃이 거의 평면으로 가지런하게 피는 우산 꼴로 달린다. 하얀 꽃들이 나무 전체를 덮으면서 피기 때문에 멀리서도 잘 보인다. 꽃자루는 길이 1.5∼2.5cm이고 꽃잎은 바소꼴(곪은 데를 째는 데 쓰는 침 머양)이다. 암술은 수술보다 짧고 수술대는 꽃잎의 길이와 비슷하다. 열매는 핵과로서 둥글고 지름 6∼7mm로 9∼10월에 검게 익는다.

 

말채나무는 한방에서 ‘모래지엽(毛徠枝葉)’이란 한약 이름으로 처방한다. 줄기껍질을 가을~봄에, 가지와 잎은 봄~여름에, 열매는 가을에 채취하여 햇볕에 말려서 당뇨, 고혈압, 비만, 폐경에 약재로 쓴다. 민간에서는 잎을 설사를 멈추게 하는 지사제(止瀉劑)로 쓰고, 옻오른 데 잎 말린 것을 달여서 씻는다. 살을 내리게 하므로 마른 사람, 임산부, 신장병이 있는 사람은 먹지 않는다.

 

[참고문헌: 《원색한국식물도감(이영노, 교학사)》, 《한국의 자원식물(김태정, 서울대학교출판부)》, 《우리나라의 나무 세계 1 (박상진, 김영사)》, 《Daum, Naver 지식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