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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그막에 마음이 통하는 벗 하나

[‘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38]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노  년

 

                             - 허홍구

 

       친구가 있으세요?

       그럼 됐습니다.

 

 

 

“백아(伯牙)는 거문고의 명인이었고 종자기(鍾子期)는 그 백아의 연주를 참으로 좋아했다. 백아가 거문고를 탈 때 높은 산에 있는 듯하면 종자기는 “훌륭하다. 우뚝 솟은 태산 같구나.”라고 했고, 연주가 흐르는 물을 표현하면 종자기는 “멋있다. 마치 넘칠 듯이 흘러가는 강과 같군.”이라고 했다. 그렇게 백아와 종자기는 마음으로 통하는 사이였다. 그런데 종자기가 죽자 백아가 더는 세상에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 곧 지음(知音)이 없다고 말하며 거문고 줄을 끊고 죽을 때까지 연주하지 않았다.“

 

이는 중국 도가 경전의 하나인 《열자(列子) 〈탕문(湯問)〉》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종자기가 죽은 뒤 백아가 거문고를 부수고 줄을 끊은 데서 ‘백아절현(伯牙絶絃)’이라 하여 ‘진정한 우정’을 말하는 고사성어가 됐다. 그리고 여기에서 ‘서로 마음을 알아주는 막역한 벗’을 뜻하는 ‘지음(知音)’이란 말도 생겼다.

 

지금 우리는 코로나19라는 돌림병으로 참으로 어려운 지경을 맞이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거리는 멀어져도 마음은 가까이”라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 만나는 것을 삼가라고 한다. 돌림병을 이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만나지 못하면 마음도 멀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더구나 노년에 이르는 사람들은 더더욱이나 그렇다. 늙어가는 사람에게 종자기 같은 벗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그래서 허홍구 시인은 “친구가 있으세요? 그럼 됐습니다.”라고 속삭인다. 늘그막에 서로 마음이 통하는 벗이 하나 있다면 천금보다도, 그 어떤 명예보다도 따뜻한 말년이 되리라고 얘기해 준다. 딱 두 줄의 시, 그러나 그 속엔 엄청난 진리가 담겨 있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