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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정치를 편 ‘세종의 길’ 함께 걷기

마음과 몸을 다하여 일에 임하라

[‘세종의 길’ 함께 걷기 61]

[우리문화신문=김광옥 수원대 명예교수]  세종의 사맛 즉 커뮤니케이션에 대하여 살피고 있는데 사람의 삶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잘했거나 잘못한 일을 늘 마음에 새기며 보다 나은 내일을 향해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바로 개심(改心)이다. 그러므로 새로운 일을 할 때에는 최종으로 몸이 먼저 움직이게 훈련되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마음이 함께 움직여야 하는데 바로 용심(用心)이다. 지난 회의 개심에 이어 용심을 살펴본다.

 

새로운 일 시작하기 어려움

 

우리 속담에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다. 시작하면 되는 일인데 쉽게 손을 못 대고 미루면서 머무적거린다. 늘 하던 일이 아니면 일에 앞서 다시 생각을 하며 전체 틀을 잡아야 한다. 소위 틀거리를 잡고 다음에 세부사항인 줄거리를 잡아가야 한다. 그 틀거리를 잡는 일이 쉽지 않다. 그림을 그리려고 할 때 캔버스 앞에 앉아 한참 생각하고 있는 경우다. 전체 윤곽이 잡혀야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이다.

 

요즘 코로나로 인해 외출이나, 여행 등이 줄어들고 있다. 집안에 있던 사람은 시간 여유가 더 생겨 새로운 자기 능력을 찾아내는 일을 할 수 있을 좋은 기회일 것이다. 그런데 쉽게 되지 않는다. 왜 그럴까. 간절히 소망하는 바가 있어야 하고 종래에 하던 일 방식을 바꾸거나 새롭게 계획을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속담으로는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이 있다. 이 경우는 시작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시작을 하지 못할까. 거기에는 수십 가지의 핑계가 있을 수 있다. 앞서 말한 전체 틀이 안 잡혀서일 수 있다. 또 다른 핑계를 댈 수 있다. 다른 사람은 그 일에 따르는 보수나 메리트가 있어서 할 것이지만 자기는 순수하게 도전해야 하니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를 행동심리학에서는 ‘외적 유인 바이아스(Extrinsic incentives bias)'라고 한다. 이와 유사한 또 다른 정의로는 ‘행위자 - 관찰자 바이아스 Actor-observer bias’가 있다. 타인의 행동에 대해서는 ‘그런 사람이니까’ 라고 그 내부에서 원인을 찾고, 자기의 행동에 대해서는 ‘그런 상황이니까’ 라며 외부에서 이유를 구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일에 착수 못하는 것의 요체는 마음을 다잡지 못해서일 것이다.

 

전에 들은 이야기이지만 중국 사람이 미국에 가서 보니 어떤 사람이 출근을 하는데 기사를 시켜 차를 저 앞에 먼저 가서 세워 두게 하고 자기가 걸어서 쫓아 타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걸어서 일터에 가면 될 텐데 즉 걷는 것을 운동으로 삼으면 될 일을 생활 따로 운동 따로 하더라는 것이다.

 

세대에 따라 다르겠지만 요즘은 젊은이들은 운동 따로 생활 따로다. 그러나 농사짓는 사람이나 뱃사람은 생활자체가 운동이다. 이야기가 조금 빗나갔지만 코로나 시대 집안 생활 속에서도 운동을 곁들여 살아가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간단한 예로 방송에서는 집콕 상태이니 건강에 유의하라며 몸에 좋다는 프로그램을 거의 매일 쏟아 놓는다. 문제는 이를 따라 실천에 옮겨야 한다. 한 방법으로 당장 휘트니스용 깔개, 하다못해 담요라도 접어서 깔아놓으면 볼 때마다 운동을 할 기회가 많아질 것이다.

 

일을 이루어가는 방법의 하나로 코칭의 방법을 이용할 수도 있다. 읽기나 질문을 하고 이 질문을 가지고 함께 의논할 상대나 친구와 토론을 펼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사는 동안 꼭 하고픈 일이나 해야 할 일을 고르고 시작해 가야 하는 것이다.

 

바로 이 실천에 옮기는 일은 용심(用心)에서 출발한다. 일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게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 후 몸과 마음이 함께 행동으로 옮겨지게 되어야 할 것이다.

 

용심(用心)

 

세종의 마음가짐의 두 번째 단계는 개심에 이어 용심(用心)이다. 용심은 생각만 하지 말고 맡은 임무를 실천으로 옮기는 것을 말한다. 특히 관리들에게는 절대로 필요한 덕목이다.

 

‘용심’은 ≪조선실록≫ 전체 한자 원문 총 1,371건인데 그 중 세종이 205건이다. 임금 중 두 번째로 많다.

 

용심력 : 함길도 경력(經歷) 이사철(李思哲)이 하직하니, 불러 보고 말하기를, 나의 족속(族屬)은 모두 학문을 모르므로, 네가 학문에 힘쓰는 것을 깊이 아름답게 여겨 내가 오래도록 집현전(集賢殿)에 두고자 하였으나, 너는 시종(侍從)한 지가 오래 되어 나의 지극한 마음을 아는 까닭에, 특별히 너를 보내어 그 임무를 전적으로 맡기는 것이니, 너는 가서 게을리 하지 말라, 하니, 사철이 아뢰기를, 소신이 본디부터 사물(事物)에 정통하지 못하와 잘못 그르칠까 두렵습니다, 하매, 임금이 말하기를, 너의 자질(姿質)이 아름다움을 아노니 하지 않으면 그만이거니와, 만약 마음과 힘을 다한다면 무슨 일인들 능히 하지 못하리오, 하고, 이어 활과 화살을 하사하였다. 上曰: 知汝質美, 不爲則已, 若用心力, 何事不能也? (《세종실록》22/7/21)

 

이 말은 우리의 마음에 와 닿는다. ‘하지 않으면 모르거니와 하려고 마음먹으면 못할 리가 없다. 그때 마음과 몸을 다 하라’는 것이다. 일단 사람을 인정하고 그리고 당부하는 말씀이다.

 

 

마음 - 정성, 공경의 마음 : 늙은이를 공경하는 것은 국가의 아름다운 일이라, 그러므로, ... 이제부터는 만일 마음을 쓰지 않는 자는 수령이면 중죄로 논할 것이요, 감사도 그 책임을 면하지 못하리라, 하였다. 自今如前不用心者, 守令則當重論. (《세종실록》15/8/28)

 

용심은 일을 함에 마음과 온 힘을 다하는 모습이다. 조선조 도학사상의 태두이며 기묘사화에 희생된 조광조가 일찍이 중종에게 말하기를 “그 몸을 불고하고 나랏일을 도모하여, 일을 당하여는 감히 화환(禍患)을 헤아리지 않는 것이 올바른 선비의 용심(用心)”이라고 하였다. (정암집 권3, 참찬관시계 참조.)

 

용심(用心) : 또 추핵하는 관리로서 용심(用心)하지 않은 자는 율(律)에 따라 죄주게 하며.(《세종실록》26/3/4)

 

세종 즉위 후반기에 들어서는 아예 마음을 쓰지 않는 무관심한 관리는 벌로 다스릴 것이라 한다. 관리에 대한 마지막 단계는 징계다.

 

조금 학문적인 풀이이지만 용심에 관계되는 《세종실록》속의 연관어로는 심지(心志)(《세종실록》30/11/26), 협심(協心)(《세종실록》6/10/27), 수심(修心)(《세종실록》6/2/7), 심행(心行)(《세종실록》6/1/25), 시심(矢心)(마음속으로 맹세, 《세종실록》29/10/5), 집심(執心)(《세종실록》8/5/15), 신심(身心)(《세종실록》 21/4/21) 등이 있다.

 

세종은 사람이 새로운 일을 하기 어려운 사정에 부닥쳐서도 이를 이기며 마음과 몸을 다하여 일에 임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