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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씨앗을 뿌렸어요

[‘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39]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겨울 들녘에

 

                                - 이 광 원

 

       겨울에 씨앗을 뿌렸어요

       외로움과 그리움의 씨앗

       아쉬움과 희망의 씨앗

 

       다시 새봄이 오면

       꽃 피울 꿈을 꾸었어요

 

       코로나가 우릴 힘들게 하고

       거리를 두고 살게 하여도

       따뜻한 마음으로 위로하고

       서로 응원하며 살다 보면

 

       반드시 꽃 피는 봄이

       다시 올 것이라 믿습니다

 

       눈보라 몰아치는 겨울에도

       희망의 씨앗 품고 살다 보면

       어려움도 쉬 이길 수 있겠지요.

 

 

 

지금 사람들은 ‘코로나19’라는 돌림병으로 몹시 추운 겨울을 살고 있다. 그런데 의학이 발달하지 못했던 조선시대 백성들은 지금보다도 더한 고통이었다. 돌림병이 퍼지면 치료는커녕 그저 돌림병 걸린 사람이 사는 집 문을 걸어 잠근 채 격리했고 그 집의 환자는 괴로워하다가 목을 매 자살하기도 했다. 《조선왕조실록》에서 검색어로 살펴보니 전염병 702건, 여역(癘疫) 418건, 염병(染病, 장티푸스) 154건, 천연두 74건, 여기(癘氣) 47건, 역병(疫病) 27건, 홍역 17건 등이 나올 정도였으니 그때 백성들의 고통과 두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굳이 돌림병까지 얘기할 것도 없다. 추운 겨울 가진 것 없는 사람들에겐 치명적인 고통이었다. 윗목에 떠놓은 물이 꽁꽁 얼고 문틈으로 황소바람이 불어오면 그대로 얼어 죽는 사람도 많았다. 그런 엄동설한에도 희망을 잃어서는 안 되었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동지가 되면 매화 아홉 송이를 아홉 줄 곧 여든한 송이를 그려놓은 다음 날마다 한 송이씩 차례대로 빨갛게 칠을 해나갔다. 흐린 날은 매화 위쪽을, 맑은 날은 아래쪽을, 바람 부는 날에는 왼쪽을, 비가 오는 날에는 오른쪽을, 눈이 오는 날에는 한가운데를 칠했다. 하루 한 송이씩 하얀 매화 그림 위에 색을 칠할 때마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을 담아 꽃송이를 완성한 것이다. 그렇게 여든한 송이의 매화에 색을 다 칠하면 봄(입춘)이 오는 것이다.

 

칼바람이 매섭게 부는 추운 겨울은 세상이 다 얼어 죽은 듯 보인다. 하지만 구구소한도를 칠해나가는 우리의 마음속에는 봄이 꿈틀대고 있다. 이광원 시인은 “겨울에 씨앗을 뿌렸어요. 외로움과 그리움의 씨앗. 아쉬움과 희망의 씨앗”이라고 노래한다. 코로나가 우릴 힘들게 하여도 따뜻한 마음으로 위로하면서 살다 보면 반드시 꽃 피는 봄이 온다고 속삭이고 있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