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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도 마음먹기 나름, 금기를 극복하다

한국국학진흥원, 스토리테마파크 웹진 담(談) 1월호를 펴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조현재)은 “금기와 극복”이라는 주제로 스토리테마파크 웹진 담(談) 1월호를 펴냈다. 끝나지 않을 것 같고 오로지 하지 말아야 할 ‘금기’만 넘쳐나던 요즘, 코로나19 백신 소식으로 바이러스와의 지루한 투쟁의 끝을 향하고 있어 ‘극복’할 것만 같은 기대와 흥분으로 떠들썩한 이때, 다양한 ‘그것’ 곧 ‘금기’와 ‘극복’에 대하여 이야기를 풀어본다.

 

대면이 필수적인 공연의 금기는 바로 사람

금기로 누리는 관람석 플렉스

 

뮤지컬 칼럼니스트 김효정은 <공연장의 새로운 금기 : 사람>을 통해 공연장의 새로운 금기에 관하여 이야기한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어쩌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 대면이 필수적인 공연업일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까지는 좌석 두 칸 띄우기를 하면 되고, 3단계가 되어야 집합금지 조처로 공연장을 닫지만, 객석의 3분의 1만 채워서는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가 없어 공연을 진행할수록 손해를 보기 때문에 2단계부터 서서히 폐쇄하는 곳이 많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방역지침을 준수하며 다양한 작품들이 꾸준히 무대에 올라가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공연장의 금기에는 주로 ‘관크(관객 크리티컬)’로 불리는 ‘뒷좌석에 앉은 사람의 시야 방해’, ‘몰래 음식 섭취’, ‘무단 촬영’ 등 행위관람 예절에 관한 것들이었지만, 지금은 지키지 않으면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새로운 금기들이 생겨나고 있다.

 

 

예매할 때 배역별 출연 날짜나 할인 정보 정도만 확인했었다면, 지금은 매우 상세해진 공지를 읽어야만 한다. 공연이 취소되거나 좌석 거리두기로 인한 재공연 또는 좌석 재배치 소식, 재공연 때 기존 예매자의 선예매 안내, 방역 수칙 등 변동이 잦은 만큼 안내 내용도 매우 양이 많아졌다.

 

발열 등 코로나19 증상이 의심되거나 다양한 입장 제한 예시 중 하나에 해당한다면 당연히 예매했어도 입장할 수 없다. 공연장에 무사히 입성했어도 한정판과 같은 공연 입장권을 찾으려면 2m 거리를 둔 줄서기가 필요하다. 또한, 입장 전 손말틀(모바일) 또는 종이 문진표를 작성해야 하는데 작성하다가 지연 입장을 하게 되어도 극장이나 제작사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접촉을 줄이기 위해 좌석 확인도 수표도 스스로 한다. 일행이 있어도 한두 자리 떨어져 앉아 관람석 플렉스를 즐기며 공연 관람이 시작된다.

 

브라보를 외쳤던 환호도, 스태프와 배우들과의 만남, 외부 음식이나 선물 반입, 퇴근길 접촉, 사인 또는 사진 요청 등 공연 외 대면 행위들도 모두 금기 사항이지만 관객들은 이 어려운 시대에 객석을 채워주고 있다.

 

코로나19의 복사판, 열흘 만에 조선 천하에 퍼진 독감

 

강선일 작가는 <삼조삼삭(三朝三朔)의 풍경들 - 무명자 윤기의 시에 담긴 새해 풍속을 중심으로>에서 호(號)는 무명자(無名子), 이름은 윤기(尹愭, 1741~1826)라는 뛰어난 글솜씨를 지닌 선비가 남긴 과거 독감 유행에 관해 쓴 시를 소개한다. 그의 문집 《무명자집》에는 무오년(戊午年, 1798)에 유행한 독감(毒感) 현상을 관찰하고 쓴 시가 있다. 정조 22년 겨울부터 23년 봄까지 조선에는 큰 독감이 유행했다. 《정조실록(正祖實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사망자가 12만 8천여 명에 이르렀다. 요즘의 코로나19의 유행상황과 유사하다.

 

돌림감기라 이름 붙였지만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렵네

열흘 만에 천하에 퍼져 풍우 같은 기세로 몰아쳤네

… (가운데 줄임) …

듣자니 중국에서 시작하여 처음엔 더 많이 죽었다지

여파가 조선에 미쳐 곳곳마다 맹위를 떨쳤네

- 《무명자집(無名子集)》 제4책 중에서 -

 

그의 문집에서 우리 조상들이 지켰던 다양한 새해의 금기들도 발췌하여 그 의미도 함께 살펴본다. 대부분의 새해 금기는 정월 초하루부터 대보름 사이에 전승되었던 편이다. 몸과 마음을 가지런히 함으로써 재액(災厄)을 물리치고 새로 시작되는 한 해를 무탈하게 맞이하려는 복과 안녕을 기원하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짐작한다.

 

돌림병 환자가 있는 집안의 새해 모습

금기를 지키며 무사 안녕을 기원

 

권숯돌 작가의 <금기를 허(許)할 때>에서는 조선시대 돌림병 환자가 생긴 집안에서 보였던 새해맞이 풍경을 만화로 소개한다. 1610년 새해, 《매원일기》라 불리는 김광계(金光繼, 1580∼1646)의 일기 속 일화다. 마마로 불렸던 두창이 생긴 딸아이를 보살피며 환자가 있다는 표식을 대문에 붙이고, 별성마마를 퇴치하고자 금줄도 함께 달았다. 환자가 있으니 역병신이 집안에 박혀 안 나갈까 봐 못질도 금기라 너덜거리는 문도 수리할 수 없다. 설이지만 마마님이 온 집에서는 술도, 생선도, 고기도 먹을 수 없었다. 밖에 나가지 못해 사당에 가지 못하고 집 마당에서 참배만 올릴 뿐이다. ‘부디 다 함께 이 환난환고를 무사히 지나갈 수 있도록 굽어 살펴주십시오.’라며 이야기를 마친다.

 

 

 

금기나 터부에 맞서보자

내가 하늘에서 보낸 사람일지도 모를 일

 

시나리오 작가 홍윤정은 <‘그것’이 문 앞에 서서>를 통해 금기 또는 두려움은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따라 변하고, 그 두려움의 존재들은 생각보다 약한 존재라고 이야기한다. 오히려 두려워하며 도망치려는 순간 그것에 얽매이는 것이다.

 

<선덕여왕>의 미실은 하늘의 계시를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천녀, 신관으로 행세하며 백성과 정치판을 쥐락펴락한다. 덕만공주는 바로 그 점을 이용해 판을 뒤집어버린다. 덕만은 일식을 계산한 뒤 거짓 정보를 흘려 미실로 하여금 잘못된 정보를 사람들에게 선포하도록 한다. 일식이 없다고 선포한 미실이 미처 말을 거두기도 전에, 일식이 벌어진다. 이윽고 다시 밝아진 하늘 아래 덕만이 당당히 선다. 하늘이 내려보낸 사람처럼 빛을 받으며 말이다. 두려움에 위축되지 않고 당당히 자신을 두려움으로 속박하고, 가족과 이웃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 금기와 터부는 타파하는 것도 좋을 일이라며 끝을 맺는다.

 

 

[편액이야기]에서는 코로나의 종식에 필요한 공동체 질서와 기강에 밑바탕이 되는 ‘예(禮)’의 정신을 되짚어보고자, ‘자기 사욕을 이겨내고 예로 돌아가다’는 의미를 지닌 ‘극복재(克復齋)’ 편액을 소개한다.

‘극복재’는 봉주(鳳洲) 남국주(南國柱, 1690~1759)가 후학들을 가르치기 위해 1724년(경종 4)에 지은 봉주정사(鳳洲精舍) 서재의 편액이다. ‘극복’은 《논어》의 「안연(顔淵)」에서 그 뜻을 찾을 수 있다. ‘극기복례’의 줄인 말이며 ‘극기’는 ‘사욕을 이기는 것’이고, ‘복례’는 ‘예(禮)로 돌아가다’를 의미하므로 ‘극복’은 ‘사욕을 이기고 예로 돌아가다’는 뜻이다.

 

우리에게 예는 공동체 생활에서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하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시행되었던 사회적 거리두기는 공동체 단절로 변모시켰으나, ‘극복’ 속 예(禮)는 코로나19가 억누른 욕구를 올바르게 해소하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요소로 받아들일 수 있다.

 

[스토리이슈]에서는 <한국국학진흥원의 금기, ‘불’>을 통해 민간 소장 국학자료를 자연적 멸실과 인위적 훼손으로부터 효율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소장자의 소유권을 보장하고 관리권만 위임받는 ‘기탁’의 방식으로 자료를 조사하고, 수집하고 있는 한국국학진흥원에서의 화재는 소장자료가 주로 종이와 나무로 이루어진 만큼 있어서는 안 될 최대 금기이다. 화재 예방 및 대비하기 위하여 지속적인 소방훈련과 일상적 안전관리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조선시대 소방을 주제로 2017년 제3회 스토리테마파크 창작 콘텐츠 공모전 대상을 받았던 <구화당, 조선의 불을 멸하라>도 소개한다. 스토리테마파크에서 찾아낸 조선시대 소방업무와 멸화군의 이야기를 주요 소재로 활용해, ‘화재수사’를 주제로 한 ‘재난범죄추리활극’+‘판타지’로 텔레비전 드라마를 구성했다. 무녀의 주술로 인한 화재, 그리고 불을 끄는 멸화군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왕실의 왕위쟁탈을 둘러싼 화재 사건의 범인을 찾는 추리극으로 구성했고, 그 영상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이번 호 웹진 편집장을 맡은 이수진 뮤지컬 작가는 “새해가 모든 사람에게 희망이지는 않겠지만 그랬으면 좋겠다”라며 “가까이해도 좋은 사람들”이 되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한국국학진흥원에서 2011년부터 운영하는 스토리테마파크(http://story.ugyo.net)에는 조선시대 일기류 248권을 기반으로 6,100건의 창작 소재가 구축되어 있으며, 검색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