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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그림의 대가 ‘우타가와 구니요시’

[맛있는 일본이야기 586]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윤동주의 주옥같은 시를 일본어로 완역하여 일본 문단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우에노 미야코(上野都) 시인으로부터 새해 선물보따리를 한 아름 받았다. 얼마 전 미야코 시인으로부터 박팔양(朴八陽, 1905~1988) 시인의 시집을 구했으면 좋겠다는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박팔양 시선집 두 권을 구해 보낸 적이 있는데 그 답례(?)로 보내온 듯 하다. ‘코로나19’로 집콕 시대를 살다 보니 우편물, 그 가운데서도 국제 소포를 받고 보면 왠지 가슴이 설렌다. 더군다나 그 속에 종합 선물과자처럼 다양한 선물들이 가득하다면 그 기분이 어떨까? 그 기분은 독자들의 상상에 맡긴다.

 

미야코 시인으로부터 받은 선물 상자를 열다가 발견한 엽서 크기의 그림책(포스트카드북)이 눈에 띈다. 귀여운 고양이 그림으로 가득한 이 그림책은 화가 우타가와 구니요시(歌川國芳, 1798~1861)의 고양이 그림으로 한 장씩 떼어내서 엽서로 활용할 수 있는 귀여운 그림책이다.

 

 

일본인들이 특히 좋아하는 애완동물은 고양이다. 그 고양이 그림의 달인이라고 하면 화가 우타가와 구니요시를 빼놓을 수 없다. 그런 만큼 엽서 그림책 속의 다양한 고양이 모습은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즐겁고 흥미롭다.

 

우타가와 구니요시는 에도(江戶, 1603-1867) 말기의 우키요에(浮世絵:일본 에도시대에 서민 계층을 기반으로 발달한 풍속화) 화가로 출세작으로 꼽히는 작품은 <통속수호전 호걸백팔지일개(通俗水湖傳 豪傑百八人之一個)>가 있다. 그는 무사그림(武者繪, 무시에)에도 일가견이 있을 뿐 아니라 그가 그리는 대상의 다양성에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참신한 구도의 풍경화, 해학성이 철철 넘치는 풍자화, 익살스러운 고양이 그림을 비롯하여 금붕어, 너구리 등을 익살스럽게 그린 희화(戯画) 등도 우타가와의 명성에 일조를 가하는 부분이다. 특히, 고양이에게 무한한 애정을 쏟았던 우타가와는 뛰어난 관찰력으로 고양이를 의인화한 작품을 다수 발표하였는데 이런 작품들은 오늘날에도 엽서 등으로 만들어져 널리 사랑받고 있다.

 

 

우타가와의 그림 중에 빼놓을 수 없는 화법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집합그림(요세에, 寄せ絵: Gather Together Picture)이다. 말로 설명하기가 쉽진 않지만 쉬운 예를 든다면 큰 고양이를 한 마리 그린다고 가정할 때 그 속에 작은 고양이를 여러 마리 교묘하게 집어넣어 그리는 수법이다. 그러니까 단순한 고양이 그림과 달리 집합그림으로 그려진 고양이는 감상할수록 흥미로움을 선사한다. 우타가와의 이런 기법은 이미 16세기 이탈리아의 화가 주세페 아르침볼도(Giuseppe Arcimboldo)의 그림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우타가와를 일컬어 ‘일본의 아르침볼드’라고도 부른다.

 

미야코 시인의 선물 꾸러미 속에 들어있는 우타가와 구니요시의 엽서 그림책을 한 장 한 장 보면서 에도시대 화풍(畫風)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