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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설날 새벽에 사서 벽에 걸어두는 복조리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533]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우리네 민속품 가운데는 쌀을 이는 도구로서 조릿대를 가늘게 쪼개서 엮어 만든 ‘조리’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해의 복을 받을 수 있다는 뜻에서 설날 새벽에 사서 벽에 걸어두는 것을 우리는 특별히 ‘복조리’라 합니다. 복조리는 있던 것을 쓰지 않고 복조리 장수에게 산 것을 걸었는데 일찍 살수록 길하다고 여겼지요. 따라서 섣달그믐 자정이 지나면 복조리 장수들이 “복조리 사려.”를 외치며 골목을 돌아다니고, 주부들은 다투어 복조리를 사는 진풍경을 이루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정월 초하룻날 새벽에 복조리 장수가 집집마다 다니며 복조리 1개씩을 집안에 던지고 갔다가 설날 낮에 복조리 값을 받으러 오는 지방도 있습니다. 그런데 복조리를 살 때는 복을 사는 것이라 여겨 복조리 값은 당연히 깎지도 물리지도 않았지요. 설날에 한 해 동안 쓸 만큼 사서 방 한쪽 구석이나 대청 한 귀퉁이에 걸어놓고 하나씩 쓰면 복이 많이 들어온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 복조리에는 실이나 성냥ㆍ엿 등을 담아두기도 했지요. 또 복조리로 쌀을 일 때는 복이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라는 뜻으로 꼭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일었습니니다. 그런데 남정네들은 복조리 대신 복을 갈퀴로 긁어모으겠다는 뜻으로 ‘복갈퀴’를 팔고사기도 했지요.

 

조리를 만드는 조릿대는 산죽((山竹)이라고도 하는데 잎사귀 모양이 대나무와 거의 같지만 대나무에 견주면 키가 1미터 남짓하고 굵기는 지름 3~6밀리미터 밖에 안 되는 난쟁이입니다. 우리나라의 조릿대 종류는 신이대, 제주조릿대, 섬조릿대, 갓대 등이 있지요. 복조리를 전문으로 만드는 대표적 마을이 바로 전남화순의 복조리마을입니다. 백아산 줄기의 차일봉 서쪽 기슭 아래에 있는 복조리마을은 마을 주변에 복조리의 재료가 되는 조릿대가 많이 자라기 때문에 예부터 농한기에는 복조리 공동작업장에 모여 복조리를 만들었고, 복조리마을로 불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