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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백성이 무리 지어 꽃 피는 세상 온다

[‘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46]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입  춘

 

                                            - 허홍구

 

       백성의 소리가 들리는구나

       눈보라 치던 황량한 땅 헤치고

       너 기어이 일어서서 오는구나

 

       여리고 순한 네 더운 숨결이

       꽁꽁 얼어붙은 대지를 녹이고

       사랑의 숨결처럼 달려오는구나

 

       이제 부디 향기의 꽃을 피워라

       상처 난 몸과 맘을 어루만져주고

       만백성이 무리 지어 꽃 피게 하라

 

       넘어진 사람들 일어서게 하여

       다시 한번 더 꿈꾸게 하라

       후회 없는 새로운 출발점이 되게

 

 

 

 

우리는 추운 한겨울 세수하고 잡은 방문 고리에 손가락이 쩍쩍 달라붙었던 기억이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저녁에 구들장이 설설 끓을 정도로 아궁이에 불을 때 두었지만 새벽이면 구들장이 싸늘하게 식었고, 문틈으로 들어오는 황소바람에 몸을 새우처럼 웅크릴 수밖에 없었다. 이때 일어나 보면 자리끼로 떠다 놓은 물사발이 꽁꽁 얼어있고 윗목에 있던 걸레는 돌덩이처럼 굳어있었다. 또 눈 덮여 황량한 겨울 들판엔 칼바람 추위 속에 먹거리도 부족하니 사람도 뭇 짐승도 배곯고 움츠리기는 마찬가지였다.

 

소설가 김영현은 그의 작품집 《깊은 강은 멀리 흐른다》에서 "도시에서 온 놈들은 겨울 들판을 보면 모두 죽어 있다고 그럴 거야. 하긴 아무것도 눈에 뵈는 게 없으니 그렇기도 하겠지. 하지만 농사꾼들은 그걸 죽어 있다고 생각지 않아. 그저 쉬고 있을 뿐이라 여기는 거지. 적당한 햇빛과 온도만 주어지면 그 죽어 빠져 있는 듯한 땅에서 온갖 식물들이 함성처럼 솟아 나온다 이 말이네”라고 말한다. 가장 추운 지점 바로 끝에 봄이 도사리고 있음을 믿는 것이다.

 

허홍구 시인은 그의 시 <입춘>에서 “백성의 소리가 들리는구나 / 눈보라 치던 황량한 땅 헤치고 / 기어이 일어서서 오는구나”라고 노래한다. 눈보라 치고 꽁꽁 얼어붙었던 땅에 드디어 봄이 온다고 외치는 것이다. 또 “이제 부디 향기의 꽃을 피워라 / 상처 난 몸과 맘을 어루만져주고 / 만백성이 무리 지어 꽃 피게 하라”고 속삭인다. 이제 입춘이 지난 지 열흘이 되었다. 허홍구 시인의 노래처럼 코로나19로 꽁꽁 언 우리의 가슴에도 드디어 만백성이 무리 지어 꽃 피는 환한 세상이 오고, 후회 없는 새로운 출발점을 맞을 것이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