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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민족

윤동주 추모일에 만나는 영화 『高原타카하라』

영화학도 손장희 씨가 만든 졸업작품 국내 개봉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스물일곱 청년 시인 윤동주는 도시샤대학에서 공부하던 중 모국어(한국어)로 시를 썼다는 이유로 치안유지법으로 잡혀가 조국의 광복을 보지 못하고 1945년 2월 16일, 후쿠오카의 차디찬 감옥에서 옥사했습니다.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갔을 윤동주 시인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이는 윤동주 시를 일본어로 완역한 우에노 미야코(上野 都, 74) 시인의 이야기다. 내일 16일(화)은 윤동주(1917-1945) 시인이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한 지 76주기를 맞는 날이다. 이날을 앞두고 해마다 윤동주를 사랑하는 일본인들은 윤동주 시인이 유학했던 도쿄의 릿쿄대학과 교토의 도시샤대학, 하숙집이 있었던 교토조형예술대학, 그리고 형무소 생활로 삶을 마감해야 했던 후쿠오카 형무소 등에서 각각 추모회를 연다.

 

기자도 거의 빼놓지 않고 일본의 추모회에 참석해왔지만, 지난해는 코로나19로 꼼짝 못 하는 신세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윤동주를 기리는 영화 『高原타카하라』를 만들어 일본을 비롯하여 한국에서 꾸준히 상영하고 있는 영화감독이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손장희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손장희 감독은 일본의 교토조형예술대학(京都造形藝術大學)에 유학하여 영화를 전공하고 지난해(2020년) 막 대학을 졸업한 햇병아리 감독이다.

 

 

 

손장희 씨를 알게 된 것은 2년 전으로 그가 교토조형예술대학 영화학부 영화과에 재학 중일 때였다. 그는 졸업작품으로 시인 윤동주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을 예정인데 기자에게 협조를 얻고 싶다는 연락을 해왔다. 그가 졸업작품 제목으로 잡은 영화 『高原타카하라』는 1942년 10월부터 1943년 7월 14일까지, 시인 윤동주가 교토 유학생활 중 하숙집이 있던 곳이다. 그는 이곳을 중심으로 윤동주 시인의 발자취를 풀어내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었다.

 

그리고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윤동주 시인에 대한 자료나 정보, 또는 필요한 일본쪽 관련자들을 망라하여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손장희 감독에게 보냈다. 그는 아주 섬세하고 꼼꼼한 영화학과 학생으로 윤동주 시인을 주제로 한 졸업작품 진척 상황을 종종 알려왔다.

 

 

 

그러고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을까. 드디어 졸업작품 『高原타카하라』를 완성하여 기자에게 보내와 얼른 화면을 열었다. 화면 가득히, 지난날 윤동주 시인을 취재하러 도쿄, 교토, 후쿠오카 등등을 찾아다니던 순간이 떠올랐다. 특히 이번 영화의 제목인 윤동주 시인의 하숙집터인 ‘高原타카하라’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던 곳이라 예전에 이곳을 찾는 데 애를 먹었던 기억이 새로웠다.

 

손장희 감독 역시, 그 터에 있는 대학에서 유학생활을 하면서도 윤동주 시인에 관한 관심을 많이 두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과 회한으로 이번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고 했다. 낯선 이국땅에서 영화 공부를 하던 청년 손장희의 눈에 비친 ‘윤동주 시인의 족적’이 담긴 졸업작품 『高原타카하라』는 우리가 미처 느끼지 못했던 ‘윤동주의 그 무엇’을 새삼 알려줄 것 같아 기대가 자못 크다.

 

 

윤동주 시인을 알지 못했다는 '부끄러움'에서 시작

[대담] 영화 『高原타카하라』를 만든 유학생 영화학도 손장희 씨

 

 

- 우선 교토조형예술대학 영화학과 졸업을 축하합니다. 졸업(식)은 언제 했습니까?

 

  “졸업(식)은 지난해(2020) 3월 14일에 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졸업생만 참석하였고, 학과별로 각각 강의실에서 영상으로 졸업식이 진행되었습니다. 참고로 졸업한 뒤인 지난해 4월 1일 교토조형예술대학(京都造形藝術大學)은 교토예술대학(京都藝術大學)으로 교명이 바뀌었습니다.”

 

- 졸업작품으로 만든 윤동주 시인을 다룬 『高原 타카하라』의 평판이 매우 좋은 것 같습니다. 졸업작품으로 윤동주 시인을 다루고자 했던 계기는 무엇인지요?

 

  “우선 윤동주 시인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는 저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입니다. 제가 졸업한 교토조형예술대학의 타카하라교사(高原校舎)는 윤동주 시인의 마지막 하숙집터였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학교에 세워진 시비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 그 이후 저는 일본에서 윤동주 시인에 대한 시비(詩碑)를 세우고 그를 연구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통해 일본에서 윤동주 시인의 시가 어떻게 읽히고 있는지 살피기 시작했지요.”

 

- 작품을 기획하고 촬영하여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요?

 

  “윤동주 시인에 대한 다른 작품들과 차별점을 두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래서 실제 윤동주 시인이 살았던 마지막 하숙집과 시인의 동선을 쫓아 당시 그의 감정을 영상으로 담으려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시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를 소리로 표현했습니다.

 

- 그동안 졸업작품 『高原 타카하라』는 어디서 상영되었는지요? 그리고 올해 한국에서 상영할 예정이라고 들었는데 구체적인 일정을 알려주십시오.

 

  ”『高原타카하라』는 지난해 6월, 오사카한국문화원에서 주최한 「2020한일학생교류전」에서 갤러리 상영을 하였고, 같은 해 9월 「경기필름스쿨페스티벌2020」을 통해 온라인 상영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2월 11일(목)부터 21일(일)까지 경상북도 문경에 있는 ‘갤러리 카페 PICO’에서 윤동주 시인의 기일(1945년 2월 16일)에 맞춰 추모 상영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후 윤동주 시인의 작품 가운데 별 헤는 밤(1941년 11월 5일)과 서시(1941년 11월 20일)의 집필 80주년을 기념해 제주도에서 상영회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윤동주 시인을 다룬 이 영화가 널리 상영되어 조국을 사랑하는 그의 마음이 온전히 전해지길 바랍니다.“

 

- 영화학도로서 앞으로 어떤 작품을 만들고 싶은지 포부를 알려주세요.

 

  ”이번 졸업작품을 통해 학교라는 장소에서 우연히 윤동주 시인의 흔적을 만난 이후 일상의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설게 다가오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을 계기로 일상 속 익숙한 장소에서 만난 특별한 순간을 기록하여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