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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정월대보름 풍속 ‘진채식 먹기’, ‘개보름쇠기’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544]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은 한해 가운데 보름달이 가장 크고 밝다는 정월대보름입니다. 정월은 예부터 사람과 신,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하나로 화합하고 한 해 동안 이루어야 할 일을 계획하고 비손하며 점쳐보는 달이라고 했습니다. 《동국세시기》에 "초저녁에 횃불을 들고 높은 곳에 올라 달맞이하는 것을 망월(望月)이라 하며, 먼저 달을 보는 사람이 운수가 좋다."고 하여 이날은 남녀노소 떠오르는 보름달을 보며 저마다 소원을 빌었습니다.

 

대보름날 아침 일찍 일어나면 '부럼 깬다' 하여 밤, 호두, 땅콩, 잣, 은행 등 견과류를 깨물며 한해 열두 달 종기나 부스럼이 나지 않도록 빕니다. 또 부럼을 깨물 때 나는 소리에 잡귀가 달아나고 이빨에 자극을 주어 건강해진다고 생각했지요. 또 아침 일찍 일어나 사람을 보면 상대방 이름을 부르는데 이때 상대방이 대답하면 '내 더위 사가라!'고 하는데, 이름을 불린 사람이 그걸 알면 “먼저 더위!”를 외칩니다. 이렇게 더위를 팔면 그해 더위를 먹지 않는다는 재미난 믿음이 있었습니다.

 

 

또 대보름날엔 세 집 이상의 성이 다른 사람 집의 밥을 먹어야 그해 운이 좋다고 하며, 평상시에는 하루 세 번 먹는 밥을 이날은 아홉 번 먹어야 좋다고 믿었지요. 더불어 이날은 아홉차리라 하여 나무를 해도 아홉 짐을 했습니다. 또 약밥, 오곡밥, 복쌈, 진채식(陳菜食), 귀밝이술 따위를 먹었습니다. 먼저 약밥은 찹쌀을 밤, 대추, 꿀, 기름, 간장들을 섞어서 함께 찐 뒤 잣을 박은 것으로 지방에 따라 오곡밥, 잡곡밥, 찰밥, 농삿밥으로 대신하기도 합니다. 또 ‘복쌈’은 김이나 취잎, 배춧잎과 같은 것들에 밥을 싸서 먹는 쌈을 말하며, ‘진채식’은 고사리ㆍ호박고지ㆍ오이고지ㆍ가지고지ㆍ시래기 같은 나물을 물에 잘 우려서 삶아 무친 음식입니다. 이들 시절음식들은 겨우내 움츠렸던 몸에 활력을 넣어주는 슬기로운 먹거리들이지요.

 

또 정월대보름 풍속으로 ‘개보름쇠기’도 있습니다. 개보름쇠기는 한 해의 시작인 정초에 개가 병들지 않고 건강하라는 주술적 의미에서 비롯된 것인데 온종일 개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다가 달이 뜨면 그때서야 “개 비리 씰자. 개 비리 씰자”라고 하면서 빗자루로 개의 등을 쓸어내린 뒤에 밥을 줍니다. 이때 먹는 밥을 ‘더우밥’이라고 하며, “내 더우 너 먹어라” 하며 개에게 한 번 먹이고 자기도 한 번 먹기를 반복하지요. 이는 개가 사람보다 더위를 잘 이기기 때문이며, 같이 먹는 것은 한 식구로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또 다른 세시풍속으로 “복토 훔치기”는 부잣집의 흙을 몰래 훔쳐다 자기 집의 부뚜막에 발라 복을 비손합니다. 또 “용알뜨기”는 대보름날 새벽에 가장 먼저 우물물을 길어오면 그해 운이 좋다고 믿었던 재미난 풍속도 있습니다.